인류가 어떻게 번영할 수 있었는가?
인류 앞에 닥친 위기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총·균·쇠》가 놓치고 《사피엔스》가 외면한 인류 번영의 중대 변수, 페미니즘
2018년 3월, 영국 브라이튼 해변의 어느 호텔에서 왕립경제학회 리셉션이 진행 중이었다. 500여 명의 경제학자가 참석했다. 빅토리아 베이트먼에게 주어진 시간은 짧았다. 하지만 그가 하고 싶은 말은 너무 많았다. 단순한 연설만으로는 안되겠다고 판단한 베이트먼은 모두를 놀랠 퍼포먼스를 준비했다. 단상에 오른 베이트먼은 침착하게 연설했다. ‘경제학은 성차별적이다. 그러므로 경제학의 중심에 페미니즘이 필요하다.’ 이것이 연설의 요지였다. 남성이 대부분인 500여 명의 경제학자들은 연설의 내용에 놀라고 그의 복장에 놀랐다. 베이트먼은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았다.
베이트먼은 학자로서, 행동가로서 경제학이 성차별적이며 성 불평등에 일조해 왔다고 줄곧 말했다. 이 책에서 그는 번영, 불평등, 국가, 사람이라는 네 개의 키워드를 ‘역사 속의 경제’라는 씨줄과 ‘차별 속의 여성’이라는 날줄에 얹어 펼친다.
1부 번영
여성은 경제성장의 피동적 수혜자일 뿐이라는 편견을 깨고, 여성이 인류의 번영에 어떤 식으로 기여했는지를 증명한다. 베이트먼은 그 과정에서 경제학이 외면한 가부장제의 여성 억압과 여성의 신체 자율권에 주목한다.
2부 불평등
성평등과 소득불평등 사이의 상관관계를 다룬다. 저자는 성평등이 성장과 분배에 중요하게 관여하고 소득불평등의 해결이 결국 성평등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음을 논증한다. 그리고 어쩌면 모두가 불편해할 주제인 ‘성 노동자의 불평등’ 이야기를 꺼내며 우리에게 어느 쪽에 설지 묻는다. 그러고는 자신의 소신을 넌지시 밝힌다.
3부 국가
경제학의 오랜 논쟁 거리인 ‘자유 대 통제’의 주제를 다룬다. 인류의 경제사는 경제 주체의 사적 자유와 공동체적인 통제의 변증법적인 갈등과 보완의 역사다. 베이트먼은 이를 ‘시장 대 국가’로 치환하고 애덤 스미스, 마르크스 등의 학자들을 인용하여 둘의 타협을 중재한다. 페미니스트들 사이에서도 논쟁이 이어지는 이 주제에 ‘여성의 자유’가 어떤 식으로 영향을 끼쳤는지는 베이트먼이 특별히 역설하는 부분이다.
4부 사람
결국 사람이다. 경제학이 경제 주체로서의 인간을 로봇처럼 설정하고 그 설정을 오랫동안 고집해온 일을 베이트먼은 강하게 비판한다. 인간은 따뜻하고, 감정적이고, 이타적인 존재여서 고전경제학의 설정만으로는 무엇 하나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며 이를 극복하려 등장한 행동경제학을 두둔한다. 마지막으로 베이트먼은 페미니즘을 수용하지 못하는 경제학계를 안타까워하며 ‘마초성을 버려야 한다’는 등의 단호하면서도 애정 어린 4개의 제안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