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짜과학 세상에 살고 있다
2021년 4월 13일, 남양유업은 불가리스 신제품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억제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불가리스 제품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99.999% 사멸한다는 연구 결과까지 덧붙였다. 이제 불가리스만 마시면 코로나19에서 해방되는가 싶은 순간이었다. 한 뉴스통신사는 “불가리스 마시면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 도움”이라는 기사까지 내보냈다. 남양유업의 주가까지 들썩인 대단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이 연구는 진짜였을까? 항상 거짓은 진실을 포함하고 있다. 그래야 사람들을 속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불가리스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사멸한다. 그런데 우리 몸 속에 있는 바이러스를 없애는 게 아니다. 시험관 안에 바이러스를 넣어두고, 그곳에 불가리스를 뿌리면 바이러스가 사멸한다. 이렇게 하면 불가리스뿐이 아니라 알코올을 뿌려도, 식초를 뿌려도, 식용유를 뿌려도, 다른 유산균 제품을 뿌려도 사멸한다. 불가리스는 바이러스에 직접 뿌리는 제품이 아니라, 우리가 마시는 제품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억제할 수 있다고 발표하려면, 불가리스를 마신 사람과 안 마신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엄밀하게 진행한 다음 그 결과를 가지고 했어야 한다. 불가리스 사건은 유명한 한 가지 예에 불과하다. 우리는 이렇게 가짜과학과 상술이 판치는 세상에 살고 있다.
#팩트체커의 자세를 일상에서도 견지하기
이 책은 팩트체크 전문 미디어 뉴스톱에서 팩트체커로 활동하고 있는 선정수 저자의 분투기이기도 하다. 코에 끼우기만 하면 각종 바이러스 감염을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업체를 추적하고, 잘못된 통계로 가짜 뉴스를 퍼트린 국회의원을 저격하기도 한다. 또 우리가 일상적으로 ‘그냥’ 하고 있는 행동의 원인을 파헤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주사를 맞은 날 목욕하지 않기’, ‘음식물쓰레기로 양파 껍질 버리지 않기’과 같은 행동이다. 어떤 근거로 우리는 이런 행동을 해왔을까? 다들 그럴 듯한 과학적 근거를 대지만, 그것이 정말 과학적인가?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전 세계적인 시련을 겪었고, 이제 겨우 일상으로 돌아가려 하고 있다. 일상으로 돌아가기까지 과학은 정말 많은 일을 했다. RNA를 이용한 백신이 최초로 나왔고, 마스크 착용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알았다. 그렇다면 세상은 더 과학적이어야 할 텐데 오히려 과학을 빙자한 가짜과학이 창궐하는 세상이 됐다. 그래서 지금 이 시점에 선정수 저자의 분투기를 읽어야 한다. 그리고 진실을 파헤치는 그 자세를 일상에서도 견지해야 우리의 재산과 건강을 지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