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로서 말하고 하는 것
좀비 문학은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
한국에서도 영화 쪽으로는 〈부산행〉이, 드라마 쪽으로는 〈킹덤〉이 대히트를 했다. 그리고 그 장르는 점점 발전하고 있다. 《선데이, 블러디 선데이》도 장르가 발전하고 있다는 신호다. 장르는 복제하고 파생하면서 발전한다. 장르 그 자체가 생명체와 같이 복제하다가 진화하는 것이다.
장르라는 말이 붙으려면. 그 장르 전체를 관통하는 문법이 존재해야 한다. 좀비물도 문법이 있다. 좀비를 일으키는 병원균이 알 수 없는 과정을 통해 한 사람(혹은 동물)에게 감염된다. 이 한 사람이 좀비로 변하면서 주변 사람들을 물어뜯는다. 물린 사람 역시 좀비가 돼서 주변 사람을 물어뜯는다. 기 과정이 반복되면 기하급수적으로 좀비가 늘어나고 세상은 멸망 직전 단계까지 간다. 살아남은 몇 명이 살아남으려고, 혹은 이 좀비 사태를 종식시키려고 투쟁한다.
이것이 좀비 장르의 전형적인 흐름이다. 그 과정에 어떤 장치가 붙느냐에 따라 하고 싶은 말이 달라진다. 《선데이, 블러디 선데이》는 좀비물의 장르에 충실하면서도 여기에 정치, 시대, 청춘을 섞었다.
1989년의 세대, 현재의 세대
이 책의 시대적 배경은 1989년이고 장소적 배경은 안면도다.
1989년은 한국사적으로 격동의 시대를 막 거쳐 가는 도중이었다. 1987년은 영화 〈1987〉로 잘 알려진 6월 항쟁을 통해 대통령 직선제가 실시된 해이고, 1988년에는 우리나라에서 올림픽이 치러졌다. 1989년에는 당시 대학생이던 임수경 전 의원이 북한에서 열린 세계청년축전에 참가하면서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게다가 중국에서는 소위 천안문사태가 일어났다.
하지만 이 책은 이 시절을 정면에서 다루지 않는다. 이 시대를 살아간 열여덟 청소년의 선택이 이 책이 다루고자 하는 바다. 이 책의 주인공들이 헤쳐 나가야 할 시련은 시대가 주는 아픔이 아니라, 당장 눈앞에 펼쳐진 참극이다. 정치 캠프에 참가해서 바로 어제까지 얌전히 시대를 이야기하던 친구가 좀비가 돼서 피를 탐한다. 게다가 작은 섬에 갇히는 바람에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다. 친구였던 좀비를 적으로 여겨야 할지 아니면 여전히 친구로 남길지가 가장 큰 숙제다.
지금 열여덟 살인 주인공들은 어른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고군분투한다. 핸드폰도 인터넷도 없던 시대에 이들은 어떤 해결책을 찾을까?
그럼에도 현대적인 속도감
시대적 배경과 저자가 전하려는 메시지와 상관없이 스토리는 속도감 넘치게 흘러간다. 2박 3일간 일어난 일들이 분단위로 전개되며 개성 넘치는 주인공들이 벌이는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사전 공개된 카카오페이지에도 “미드 〈24〉를 보는 듯한 긴박감이 든다”는 호평이 달렸다. 원래 페이지터너란 자동으로 악보를 넘겨주는 기계에서 비롯된 말인데, 요즘은 페이지가 자동으로 넘어가듯이 잘 읽히는 소설에 붙여주는 찬사로 사용되고 있다. 그래서 이 책 《선데이, 블러디 선데이》는 페이지터너란 말이 딱 맞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