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잘 읽는 아이 모두가 공부를 잘하는 건 아니다
“‘엄마, 난 한국 사람 아닌가 봐. 어떻게 한국말이 이해되지 않지? 다 한글인데 무슨 말인지 도대체 모르겠어요.’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언뜻 아이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동안 책도 착실히 읽어왔고, 중학교 때 국어 성적도 잘 나왔던 터라 더 의아했다. 하지만 아이의 시험지를 받아 든 순간,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아이를 좌절시킨 문제는 모두 언어 영역 비문학 지문이었다.”
청소년 독서 토론 동아리 ‘강남 에르디아’를 10년째 운영하고 있는 독서지도사 김현선이,아이들의 문해력과 학습능력을 키워주는 비문학 독서법을 소개하는 《성적으로 연결되는 초등 비문학 독서법》을 세상에 내놓는다. 널리 알려진 독서법의 맹점을 뒤집어 책 읽기를 싫어 하는 아이들부터 책을 많이 읽는데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아이들에게 모두 필요한 책이다.
독서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주변에는 책만 열심히 읽으면 공부를 잘할 거라고 굳게 믿는 부모들이 많다. 열심히 책을 읽는데도 교과서를 어려워하고, 읽은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는다면 아이가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독서가 공부의 힘이 되려면 학습과 연관된 지식 정보책인 비문학 독서를 해야 한다. 이제 성적으로 연결되는 실질적인 독서를 시작해보자.
실력은 문제집으로 길러지지 않는다
“가장 좋은 공부법은 교과서를 충분히 읽고 중요한 내용을 스스로 간추린 후, 단원 마무리에 제시되는 확인 학습 문제를 혼자 힘으로 풀어보는 것이다. 확인 학습 문제를 풀 수 있다는 것은 학습자에게 요구하는 학습 목표를 제대로 달성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억해야 할 것은 어떤 문제도 교과서의 ‘학습 목표’를 벗어나지 않는다.”
상위권 학생이나 수능 만점자들은 한결같이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어요.”라고 말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말을 “교과서만 공부했어요.”라고 듣는다. 그런데 이 말은 ‘교과서’만 공부한 것이 아니라 교과서 위주로 공부하고, 그 외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자신만의 공부법을 더해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는 의미이다.
대부분 부모님은 교과서보다 참고서나 문제집을 선호한다. 교과서만으로 무언가 부족한 것 같아서, 혹은 중요한 것을 잘 간추려놓아 보기 편하다는 이유로 참고서나 문제집을 사준다. 하지만 아이들은 어휘력도, 배경지식도, 이해력도 아직 미숙하다. 때문에 요약된 문제집을 보고 공부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따라서 교과서 위주로 공부하고 연계 도서도 열심히 읽으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강남 엄마들은 왜 독서 모임에 줄을 설까?
“에르디아 비경쟁 토론은 상대방의 논리를 이겨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보다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어 좋습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관점이 존재하고, 그 생각을 나누는 것 자체가 귀한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자는 청소년 독서 토론 동아리 ‘강남 에르디아’를 만들어 10년째 운영하고 있는데, 학생들의 참여와 학부모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에르디아만의 토론 프로세스 덕분이다. 에르디아 비경쟁 토론은 기본적으로 서로의 생각을 보태어 다양한 관점을 열어주는 대화식 토론이다. 경쟁하지 않고 내 느낌, 내 관점에서 편하게 의견을 나누면서 귀 기울여 듣고 공감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 ‘경청’은 에르디아의 핵심 가치이다.
에르디아 비경쟁 독서토론은 아이스 브레이크로 즐거움을 장착하고, 대화를 통해 책 읽기의 깊이를 더하며, 내 생각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이게 된다. 이러한 개인의 독서 경험은 공동체의 경험으로 확장되고, 공동체의 경험은 집단지성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다. 그 구체적인 방법이 책에 소개되어 있으니 한 번쯤 도전해보자.
질문의 힘을 체험하라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는 책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한 줄 한 줄 생각하며 읽을 때 좋은 질문이 떠오른다. 질문은 자신이 무엇을 모르고 무엇을 더 알고 싶은지에 대해 끊임없이 묻는 과정이다. 누군가 던져주는 질문이 아닌, 스스로 궁금한 점을 묻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생각하는 힘이 길러진다.”
책을 많이 읽으면 생각하는 힘이 커진다고 한다.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그러나 읽기만 해서는 사고력은 키워지지 않는다. 사고력은 책 속의 지식과 정보 외에도 책을 읽으면서 궁금한 점을 묻고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길러진다. 한 권의 책을 읽고 아무런 질문이 없다는 것은 책에 관심이 전혀 없거나 제대로 읽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성적으로 연결되는 초등 비문학 독서법》은 좋은 책을 찾아 열심히 권하는 책 전도사인 저자의 노하우가 담긴 책이다. 책과 삶을 연결하는 일이 세상을 밝게 만드는 일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재미있으면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독서법을 아이들에 전하려고 한다. 아이가 책을 많이 읽으니 ‘알아서 잘 읽겠지.’ 하며 방치하다간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힐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아이의 독서 습관을 점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