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을 읽는 분에게 |
금동琴童 김동인金東仁은 한국 현대문학, 특히 소설문학을 확립시킨 작가의 한 분이다. 그의 문학은 춘원 이광수 문학을 반대함으로써 그 첫발을 내딛는다.
주지한 바와 같이 춘원 문학은 계몽주의 문학이다. 낙후된 한국의 현실을 문학의 소재로 삼고, 그로부터 민중을 계몽시키려는 데 뜻을 둔 이른바 하나의 목적문학이었다고 할 수 있다. 육당 최남선의 문학이 시詩에다 계몽의식을 불러일으켰다면, 춘원은 소설에다 그의 계몽의식을 불어넣었다.
김동인은 이러한 계몽문학에 반대하고, 문학을 통해 ‘인생 제시에의 회화’를 그리려고 했다. 다시 말하면 생활과 환경에 처해 있는 인생을 있는 그대로 보고, 그 인생을 소설로써 표현하려고 했다. 이런 경향의 문학을 사실주의 문학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춘원 이광수가 계몽주의 문학에 힘썼다면 김동인은 사실주의 문학에 힘쓴 작가다. 그리고 춘원의 소설이 장편에 치우쳤다면 김동인은 단편에 치우쳤던 바 그런 의미에서 동인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단편소설을 확립시킨 선구자이기도 하다.
그는 1919년 2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나온 문예 종합잡지 《창조》를 간행함에 큰 공을 남긴 작가로도 유명하다. 그 《창조》 창간호에 단편 〈약한 자의 슬픔〉이 실려 있는데, 위에서 말한 바대로 이 단편소설은 또한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보여준 사실주의 기법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는 30여 년 간의 작가 생활을 통해 실로 많은 소설을 남기고 있다. 장편, 중편, 단편을 비롯하여 역사소설에 이르기까지 무려 200여 편을 헤아리고 있으니, 작품을 많이 쓴 작가로도 손꼽을 만하다. 그는 그의 일생을 거의 문학에다 바쳤다.
그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일본 유학을 마치고 작가가 되면서부터 그 많은 재산을 탕진했고, 생활의 어려움에 부딪치면서 오직 문학에만 전념했다.
그가 남긴 유명한 작품으로는 위에서 든 〈약한 자의 슬픔〉을 비롯하여 〈배따라기〉, 〈태형〉, 〈명문明文〉, 〈감자〉, 〈광염狂炎 소나타〉, 〈붉은 산〉, 〈광화사狂畵師〉 등이다.
그의 작품 경향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즉, 앞서 말한 사실주의적 경향과 탐미주의적 경향, 그리고 민족주의적 경향이 그것이다. 사실주의적 경향의 작품으로는 〈약한 자의 슬픔〉, 〈명문〉, 〈감자〉를 들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감자〉는 그 대표작에 든다.
한편 탐미주의적 경향으로는 〈배따라기〉, 〈광염 소나타〉, 〈광화사〉를 꼽을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광염 소나타〉와 〈광화사〉는 빼놓을 수 없는 대표작이요, 민족 주의적 경향으로는 〈태형〉, 〈붉은 산〉을 꼽을 수 있다. 이 작품들은 경향을 달리하지만 예술지상주의를 뿌리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는 같다. 그러니까 그의 작품 경향을 한마디로 약술하면 처음엔 사실주의적 경향이었다가 다음은 유미적·탐미적 경향으로, 다시 사실주의적 경향이라는 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이것이 그의 작품 경향의 특징이기도 하다.
또 그의 작품 내용을 살피면, 작중 주인공들은 어떤 갈등에 의해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고, 그들은 갈등에 의해 죽음에 이르는 사람들이다. 작중 주인공들은 거의가 죽는다는 데 그의 문학의 또 다른 특징이 있다.
그것은 1920년대의 한국적 실정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고 본다. 주지한 바와 같이 1919년 3월은 기미년 독립만세가 있었고, 이것이 실패로 끝나자 당시의 민중들은 살아 있어도 마치 죽은 것과 다름이 없었다. 희망이 없는 절망 상태였으니, 당시의 작가들이 보여준 대부분의 주인공들은 이렇게 죽음과 관계가 깊다.
그리고 그의 문학에서 보여준 갈등은 크게 내적 갈등과 외적 갈등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김동인은 이처럼 내·외적 갈등을 통해 약자를 강자로 만들자는 것이 그의 문학세계의 핵심으로 보인다. 즉, 약자에서 강자로의 지향이 그의 문학의 핵심사상이었다.
이미 알고 있는 바와 같이 1920년대, 아니 일제하의 한국민들은 약자의 입장에 놓여 있었다. 약하기 때문에 나라를 빼앗겼고, 나라 잃은 설움 속에서 우리처럼 피 눈물나는 시련을 맛본 민족도 드물 것이다. 이에 김동인은 작품을 통해 약자 아닌 강자 지향의 마음을 보였으니, 그의 문학의 뜻이 어디에 있었는가를 짐작하게 한다. 그리하여 주인공을 죽음에 이르게 하고, 그 죽음으로부터 강자라는 이중 탄생을 꾀한다. 그 때문에 나는 김동인 문학을 강자 지향의 문학이라고 말하고 싶다. — 장백일(국민대 교수 ·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