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르톨트 브레히트, 문학으로 현실 세계의 모순을 그리다
브레히트는 1차 세계대전에 위생병으로 복무한 경험을 토대로 반전주의 경향을 띤 작품을 집필했으며, 1920년대 후반 마르크스주의를 받아들이면서 그의 작품은 보다 사회 참여적인 경향을 띠게 된다. 극중 인물이 관객에게 말을 거는 등 관객이 극으로부터 거리를 두어 몰입하는 것을 방해하는 ‘낯설게 하기’ 기법을 시도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의 단편소설에도 이와 같은 창작 경향이 드러난다. 브레히트는 작품에서 독자에게 친숙한 인물을 낯설게 표현하거나 보편적인 소재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과 같이 다양한 접근법으로 현실의 문제를 그린다. 이를 통해 그는 독자가 인간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되돌아보고 인간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도록 만든다.
상어가 사람이라면, 모든 물고기들이 지금처럼 서로 평등한 관계가 없어질 거야. 그들 가운데 일부는 직책을 맡게 될 것이고 다른 물고기들의 윗자리에 앉게 되겠지. 심지어 조금 더 큰 물고기들은 더 작은 놈들을 먹어 치울 수도 있을 거야. 그건 상어들에게는 그저 기분 좋은 일일 거야. (…) 요컨대 상어가 사람이라면, 바닷속에는 비로소 문화가 생겨날 거야._「상어가 사람이라면」
「상어가 사람이라면」의 주인공 K 씨는 상어가 사람이라면 변화하게 될 상어 사회의 모습을 상상한다. 서로를 돕고 축제를 여는 등 긍정적인 모습으로 그려지던 이 상상은 평등이 사라진 사회, 약육강식의 사회에 대한 묘사로 끝맺는다. 「부상당한 소크라테스」에서는 많은 사람에게 알려진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작품 속 소크라테스는 독배를 마시며 담담히 죽음을 받아들이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그는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도망치다 가시에 발을 찔리는 인간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 삶의 부조리를 노래한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 프란츠 카프카
특유의 우울하고 비극적인 이야기로 인간 실존 문제를 드러내며 현대문학사의 가장 주요한 작가로 자리한 카프카. 독일어를 쓰는 유대인 사회에서 성장한 그는 특이한 환경으로 인해 늘 고독과 외로움을 안고 지냈다. 직장에서의 일과 글쓰기를 병행하며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비참한 내면을 체험했는데, 카프카의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개인의 소외와 무력감은 이러한 경험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카프카의 단편소설들은 비현실적으로 보이지만 현실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법의 문을 통과하려 하는 사람이 문을 통과할 수 없다는 문지기와 갈등을 벌이는 「법 앞에서」, 유형지의 사형집행인인 장교가 유럽에서 온 여행자에게 자신의 사형장치를 설명하며 사형방식을 지지해 달라고 요구하는 「유형지에서」, 변호사가 된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군마 부케팔로스가 법전에 몰두하는 모습을 통해 살인과 폭력을 비판하는 「신임 변호사」, 석탄을 모두 써 버린 사람이 석탄 통을 타고 날아 석탄 가게에 도움을 청하지만 거절당하고 마는 「석탄통을 타는 사나이」, 한때는 인기 있던 단식 예술가가 인기가 사그라들자 동물 우리 옆에 배정받는 신세로 전락하며 겪는 이야기를 그린 「단식 예술가」,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여러 집을 떠도는 납작한 별 모양의 실패 ‘오드라덱’을 향한 한 가족의 걱정을 그린 「아버지의 근심」, 사막에서 야영을 하는 여행자에게 자칼 무리가 다가와 아랍인을 살해해줄 것을 요구하는 「자칼과 아랍인」, 해양을 관할하는 기관에서 일하는 포세이돈이 자신의 영역인 바다를 보지 못하고 세계의 종말이 오기를 기다리는 「해신(海神) 포세이돈」 등 그의 작품은 어딘가 기이하고 환상적인 느낌을 풍긴다. 그러나 카프카는 그 속에서 세상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독자들이 진정한 삶의 모습과 문학의 아름다움 모두를 느끼도록 한다. 이는 카프카의 문학이 시대를 뛰어넘어 지금의 독자에게 끊임없이 읽히고 있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그때 죄수가 몸을 돌렸다. 여행자는 그들에게 가서 강제로 그들을 장교의 머리 쪽으로 밀어 버렸다. 그렇게 하면서 여행자는 본의 아니게 시체의 얼굴을 보았다. 그것은 살아 있을 때의 그 얼굴이었다. 약속했던 구원의 징후는 찾아볼 수 없었다. 다른 모든 사람이 그 기계에서 발견했던 것을 장교는 발견하지 못했다. 그의 입술은 꽉 다물어져 있었고 눈은 떠 있었으며 살아 있는 표정이었다. 그 시선은 조용하고 확신에 차 있었다. 큰 송곳의 철침이 이마를 뚫고 지나갔다._「유형지에서」
▶ 인간의 본질과 실존의 문제를 다룬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
독일 문학 사상 고전주의와 낭만주의의 중간 시기에 활동한 가장 중요한 극작가이며 소설가이자 시인인 클라이스트. 클라이스트는 고전주의를 대표하는 괴테, 실러와는 달리 인간 내면의 본질과 운명에 있는 실존성을 독창적으로 그려냄으로써 독일 현대문학의 선구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작품에서 ‘사랑, 정의, 진실’ 등을 주제로 내세운다.
내 영혼을 이 혼란으로부터 지켜 주소서! 나는 진실로 은총을 받게 되길 원하며 내가 이미 적의 발굽의 먼지 속에 넘어졌지만, 다시 이렇게 살아 일어났기 때문에 적의 칼에 졌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믿음으로 가득 찬 애원의 이 순간에 진실을 보여 주고 말할 수 있는 전능하신 신의 지혜의 의무는 어디에 있단 말입니까?_「결투」
「결투」는 이러한 주제가 잘 드러난 작품으로, 빌헬름 공작 살인사건의 진실을 두고 야콥 백작과 리테가르데 부인, 시종 프리드리히 사이에 벌어진 결투를 다룬다. 야콥 백작과 프리드리히의 결투에서 처음에는 신의 뜻에 따라 백작이 승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끝내 백작의 죄가 밝혀지고 정의와 진실은 제자리를 찾는다. 살인 누명을 쓴 피고의 처벌을 막기 위해 배심원이 된 진범의 이야기를 그린 「영국의 이상한 재판」, 악하게 살다 죽은 백작부인의 묘비에 벼락이 쳐 “그녀는 심판받았다!”는 글을 남기는 「신의 끌」 등 클라이스트의 많은 작품은 정의를 실현하려는 인간의 의지와 책임의 중요성을 노래한다. 진실이 신의 뜻에 따라 밝혀지고 마침내 보상되는 이와 같은 구성은 클라이스트 문학의 낭만성을 보여주는 요소이기도 하다.
▶ 자연에서 피어나는 무시무시한 비극, 아네테 폰 드로스테 휠스호프
프리츠 마르티니에 의해 “19세기 독일 최고의 여류 작가”로 인정받은 드로스테 휠스호프. 휠스호프의 문학적인 재능은 일찍이 시와 담시 등에서 일깨워졌으며, 특히 자연시는 아주 작은 현상, 빛, 색채 등을 정확하게 관찰한 것으로 두드러진다. 『유대인의 너도밤나무』는 그가 남긴 유일한 산문 작품으로, 휠스호프는 이 작품에서 독일 산골 마을의 환경과 분위기를 낭만적 문체로 그리며 한 사람을 끔찍한 범죄자로 만드는 사회의 모순된 환경과 그 결과로 나타나는 인간의 파멸을 묘사한다.
독일의 한 마을 너도밤나무 밑에서 살해된 유대인이 발견된다. 마을에 살던 프리드리히를 범인으로 의심한 사람들은 그를 체포하려 하지만 그의 집과 마을 어디에서도 흔적을 찾을 수 없다. 프리드리히의 도망으로 그는 강한 혐의를 남겼으나 그는 곧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힌다. 28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난 후 프리드리히와 함께 사라졌던 요하네스가 마을로 돌아와 프리드리히의 무죄와 그간의 이야기를 마을 사람들에게 들려준다. 그리고 얼마 후 프리드리히의 시신이 너도밤나무에서 발견된다.
“죄 없는 자가 죄 있는 자를 대신해서 고통을 당하는 것은 옳지 않아. 이 말을 모든 사람들에게 전하게나. 저기 있는 사람은,” 그는 죽은 자를 가리켰다. “프리드리히 메르겔이네.”
왜 프리드리히가 요하네스와 함께 마을을 떠났는지, 그가 정말 범인이 아닌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이 소설은 프리드리히라는 주인공의 서사를 통해 한 집단 내의 편견과 폭력이 개인과 그 가족에게 얼마나 오랜 시간 고통을 주는지 보여준다. 그뿐 아니라 “베스트팔렌 산골 마을의 풍속화”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휠스호프는 이 소설에서 베스트팔렌 지역의 사람들과 그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유대인 문제, 계급과 종교 문제를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