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사물의 과학』은 1, 2권 두 권으로 1권은 ‘창조와 혁명’, 2권은 ‘권력과 예술’ 두 주제로 나누어 구성하였다. 이전부터 다양한 사물들을 과학적인 시선에서 다룬 책들이 제법 나왔지만, 이 책에서는 인간이 사물을 만드는 과정과 사물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과정을 함께 다루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시계나 전등, 냉장고와 같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에서부터 망원경이나 현미경처럼 과학 연구에 사용되는 것까지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 또한 이러한 물건뿐만 아니라 진공이나 전기, 정보 등 사물을 탄생시킨 것들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집과 집주인의 상호작용처럼 인간과 사물의 상호작용이라는 관점에서 과학과 기술, 사회의 변화를 바라보고자 했다. 과학-기술은 사회를 만들고, 사회는 새로운 과학-기술을 탄생시킨다. 이때 과학-기술-사회 사이에는 단선적인 관계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같은 과학이라도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다른 공학적 산물이 탄생하게 되고, 같은 공학적 산물도 서로 다른 과학기술에 의해 탄생할 수 있다. 하나의 과학기술은 다른 여러 가지 공학적 산물과 연계되기도 하고, 새로운 사회를 탄생시키기거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과학-기술-사회는 다양한 연결고리를 가진다. 또한 처음 제작 목적과 다른 용도로 사용되기도 한다.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색다른 각도에서 사물을 바라볼 수 있는 창의적인 안목을 가졌으면 한다. 물론 주변의 모든 사물을 담을 수는 없었다. 그중 우리 사회에 많은 영향을 준 것을 몇 개의 범주로 나누어 담았다.
-〈저자의 말〉에서
『세상을 바꾼 사물의 과학』에서는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던 물건들이 우리 인간들을 어떻게 변화시켜왔는지를 여러 맥락에서 흥미롭게 소개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우리 삶의 패턴을 바꾼 대표적인 사물인 시계를 들어보자.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시간의 흐름을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게 가능했기 때문에 자연에서 자신을 분리해 문명을 만들 수 있었다고 본다. 하지만 시계를 만들게 되자 아이러니하게도 시간에 얽매여 사는 존재가 되어버린 부분도 있다. 시계가 존재하지 않았을 때는 하루나 한달, 1년과 같은 자연의 변화에 따라 살았지만, 정확한 시계를 발명하게 되면서 분이나 초와 같이 세분된 시간 단위로 생활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는 정밀한 시계가 등장하면서 우리의 삶이 바뀐 한 사례라 할 수 있다.
또한 망원경과 현미경의 발명과 발전 덕분에 인간이 이 세계를 더 넓고 더 작은 세계 속을 탐험할 수 있게 되었다. 갈릴레이는 망원경으로 금성의 위상 변화를 관측해 지동설이 옳다는 증거를 찾아내기도 했고, 은하수가 수많은 별들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아내는 등 망원경이 천문학 연구에 없어서는 안 될 도구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그 뒤 천문학은 400년 동안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할 수 있었다.
현미경을 통해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과 사뭇 다른, 아주 작은 생명이라 여겼던 곤충의 모습 속에도 다양한 패턴과 아름다운 구조가 숨어 있음을 발견하기도 했다. 이처럼 생물학 연구를 위해 활용되던 현미경이 이제는 의료부터 지질학에 이르기까지 여러 방면의 연구에 없어서는 안 될 장비가 되었다. 특히 나노과학이 등장하면서 현미경은 다양한 과학 영역에서 중요하게 사용되고 있다.
요즘 들어 가장 관심이 쏠리는 곳은 바로 챗GPT이다. 챗GPT의 등장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챗GPT나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사회는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다양하고 새로운 기술들은 항상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냈고 인공지능도 그러한 맥락에서 바라보게 된다. 챗GPT 등의 기술로 앞으로 만들어질 생산물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가 아닐까. 인간이 기술과 도구를 만들었지만 그 도구를 사용하는 순간, 인간은 ‘도구-인간’이라는 새로운 종류의 인간이 탄생한다. 예를 들어 인간과 칼은 분명 별개이지만 칼을 쥐는 순간 인간은 의사가 되거나 요리사, 강도 등 그 이전과는 다른 인간이 된다. 그걸 쥐고 있는 인간의 선택이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