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가 주목한 시인,
크리스티나 로세티
“크지 않은 몸에 검은 옷을 입은 한 여인이 갑자기 앉아 있던 의자에서 일어나 방 한가운데에 섰다. 이윽고 ‘나는 크리스티나 로세티입니다(I am Christina Rossetti)’라고 방에 모인 사람들에게 엄숙하게 자신이 누구인지 알렸다. 그리곤 다시 자리로 돌아가 의자에 앉았다.”
1930년 12월, 버지니아 울프는 크리스티나 로세티가 태어난 지 100주년이 되는 것을 기념하여, 크리스티나에 관한 에세이 한 편을 썼습니다. 에세이는 같은 해에 매리 샌더스(Mary F. Sandars)가 쓴 크리스티나 로세티의 전기, 「Life of Christina Rossetti」에 대한 리뷰였습니다. 그녀는 이 전기 책을 단순히 소개하려고, 또는 독서 후 소감에 중점을 두고 에세이를 쓴 게 아니었습니다. 울프는 크리스티나를 대신해, 마치 크리스티나 스스로가 말하듯, 독자에게 그녀의 시집을 들고 읽으라고 강력히 요청하며 글을 쓴 것이었습니다.
버지니아 울프는 크리스티나 로세티를 자신의 시적 세계를 당당하게 드러낸 한 사람의 시인이자 주체적 존재로 여겼습니다. 울프가 본 크리스티나는 유명 시인이 되고자 하는 허영심도 없고, 그녀의 시에 관해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에 거의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크리스티나는 자기 마음의 울림과 상상력으로 쓴 시가 분명 훌륭하다고 확신했고, 울프 역시 크리스티나를 천재성을 가진 시인으로 보았습니다.
오늘날 울프를 통해 크리스티나는 우리에게도 말합니다.
“나는 크리스티나 로세티입니다. (I am Christina Rossetti.)”“나는 시인입니다.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거든 내 시를 읽으세요.”
시인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당당히 드러낸 크리스티나의 이 선언을 소개한 버지니아 울프 또한 우리를 그녀에게로, 그리고 그녀의 시로 초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