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나의 관점으로 삼을 것인가?
페르소나의 관점에 대하여
고닉의 글쓰기는 관점을 찾는 기나긴 여정이었다. 1970년대에 고닉은 페미니즘과 사회 비평을 하면서 개인 저널리즘이라는 글쓰기 방식을 자신의 것으로 취했고, 1980년대에는 기자라는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물러나 에세이와 회고록이라는 개인 서사 쓰기에 몰두했다. 그는 개인 저널리즘이든 개인 서사이든 결국 관점이라는 문제가 글쓰기의 발목을 잡는다는 것을 깨달았고, 자신의 관점을 무엇으로 삼을지에 대한 지난한 탐구가 자신의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했다고 말한다.
“《빌리지 보이스》를 떠나 공개적이고 비판적인 글쓰기에서 물러나면서부터 다른 곳에서 내 관점을 찾아야 했다. 나는 에세이와 회고록, 서평을 쓰기 시작했고 눈앞의 소재에서 구출되기를 기다리는 귀중한 이야기를 찾기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든 할 준비가 된 비(非)대리자 페르소나의 관점에 점점 더 주목하게 되었다,”
-‘들어가며: 진정한 관점’에서, 9쪽
페르소나는 고닉의 글쓰기에 있어서 핵심적인 개념이다. 고닉이 말하는 페르소나란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해 내 안에서 끌어낸 진술의 목소리”로, 페르소나는 “원고의 구조와 언어의 분위기”를 결정한다. 고닉은 자전적 에세이를 포함한 효과적인 논픽션을 쓰려면, 고백이나 적나라한 자기 몰두에 빠지지 않도록 작가와 별개로 글을 이끌어가는 페르소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페르소나는 에세이와 회고록은 물론이고 비평에 이르기까지 고닉의 모든 글쓰기를 하나로 잇는 중요한 도구이자 관점이랄 수 있다.
멀리 오래 보기를 통한 문학적 탐구
비비언 고닉의 쓰기와 읽기
“페르소나의 발견은 고닉의 쓰기뿐만 아니라 읽기에도 큰 변화를 가져온다. (…) 고닉은 자신의 비판적 페르소나를 통해 타인의 글을 이끌어가는 페르소나를 찾아내고 두 진술자가 만나는 지점에서 ‘일인칭 개인 비평’이라는 포괄적인 관점을 성취해낸다.”
-‘옮긴이의 말’에서, 352쪽
고닉 특유의 자전적 글쓰기는 문학비평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그는 일인칭 스타일의 ‘개인 비평(personal criticism)’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데, 이는 버지니아 울프 같은 에세이스트이자 비평가의 전통적 문학비평을 따르는 동시에 개인 증언에 대한 현대적인 갈망을 반영한다는 특징이 있다. 실제로 비평집의 ‘나’는 회고록과 자전적 에세이의 ‘나’와 연속성을 가지고, 그가 쓴 기사나 칼럼, 전기의 ‘나’와도 연결된다. 어떤 주제든 어떤 장르든 고닉의 글은 직접적이고 생생한 경험에 의존한다.
앨프리드 케이진, 에드나 세인트 빈센트 밀레이, 허먼 멜빌, 메리 매카시, 다이애나 트릴링, 로어 시걸, 캐슬린 콜린스, 제임스 설터, 시몬 드 보부아르, 에리히 프롬, 프리모 레비, 한나 아렌트, 해리엇 비처 스토…… 고닉의 비평 에세이를 통해 우리가 마주하는 이름들이다. 고닉은 이들의 삶과 작품에 내재된 무수한 행간을 오가며 “진술하는 자아”의 치열한 분투를 읽어내고, 이 작가들의 페르소나와 자신의 비평적 페르소나를 겹쳐 보면서 “진정한 관점”에 대한 이해를 도모한다. 스스로 “탐색하는 자아”가 되어 가능한 한 멀리 오래 들여다보며 쓰기와 읽기의 지평을 넓혀온 작가의 기나긴 성취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1970년대 당시 고닉이 쓴 페미니즘 에세이를 살펴볼 수 있다는 것도 뜻깊다. 의식 고양 운동, 페미사이드, 여성운동의 위기, 그리고 문학계에 만연했던 남성 작가들의 여성혐오에 대한 고닉의 예리한 비평적 시선은 약 반세기가 지난 지금 읽어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빌리지 보이스》의 전설적인 기자로서 페미니즘 운동에 큰 영향을 끼친 고닉의 글이 궁금했던 독자들에게 매우 반가운 일이 될 것이다.
[추천사]
비비언 고닉은 계속해서 더 멀리 가고, 더 오래 보고,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한다.
-클레어 로던, 《타임스》
비비언 고닉은 시대를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에세이스트 중 한 명이다. 그가 쓰는 것이 자기 자신이든 페미니즘이든 고립이든 정치든 집요하고 날카로우며 생생하다.
-시네이드 글리슨, 작가
‘표현성’을 느끼는 것, 즉 자신이 누구인지 ‘대략적이 아니라 정확하게’ 말하는 느낌을 경험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 그 질문에 몰두한다는 면에서 고닉의 작품은 지속적인 가치를 지닌다.
-데이나 토르토리치, 《뉴욕 리뷰 오브 북스》
고닉은 단순한 논쟁의 공격을 가하기보다 스스로 힘겹게 얻은 경험과 (결점이 큰) 위대한 작가들의 솔직한 양면성을 발굴해 우리 공동체의 삶과 시대뿐만 아니라 그 의미까지 조명한다.
-멜리사 벤, 《뉴 스테이츠먼》
비비언 고닉은 엄청난 지성 그 이상의 존재이며 감성 그 자체다. 이 책에 담긴 에세이는 그가 수많은 세월 동안 작가, 사상가, 사회적 사실과 이론을 다루며 어떻게 정신을 형성했고 그 자신이 되었는지 보여준다.
-마르코 로스, 잡지 《n+1》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