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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선 작품선

이범선 작품선

  • 이범선
  • |
  • 범우
  • |
  • 2023-09-30 출간
  • |
  • 226페이지
  • |
  • 140 X 210 X 12mm
  • |
  • ISBN 9788963655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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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 이 책을 읽는 분에게 |

◇ 선량한 사람들이 받은 삶의 상처
- 임헌영(문학평론가)

10편의 장편과 70여 편의 중단편을 남긴 이범선의 소설세계에는 1950년 6·25가 남긴 우리 민족의 상처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평안남도 안주군 신안주면 운학리의 대지주 집안에 태어난 이범선은 고향이 학의 이미지를 주는 이름이었듯이 작가 자신도 일생을 고고한 학처럼 세속에 물들지 않은 채 잔잔히 살다 갔다.

무대를 강원도로 잡았으나 정작은 작가 자신의 고향을 연상시키는 〈학마을 사람들〉은 민속적인 학의 전설과 이를 믿고 소박하게 살고 있는 마을 사람들이 일제 식민지부터 해방과 6·25동란을 겪으면서 어떤 수난을 받았는가를 차분하게 그려 준다. 유지급인 이장 영감과 서당의 박 훈장은 의좋은 전형적인 우리 시골사람으로 마을 사람 모두가 잘살도록 앞장선다. 그러나 그 손자들(덕이와 바우)은 처녀 봉네를 두고 서로 좋아하며 다투다가 덕이가 그녀와 결혼하게 되자 바우는 마을을 떠난다. 6·25가 터지자 바우는 홀연히 나타나 동 인민위원 회장이 되어 미신 같은 이야기를 쫓고자 학을 향해 총을 쏴댄다. 인민군의 후퇴와 함께 바우가 마을을 떠나자 다시 평화가 오는가 했으나 1·4후퇴로 사람들은 다시 피난길에 오른다. 수복 후 마을에 들어온 사람들은 학 나무와 이장 집과 봉네의 집이 타버린 채 새까만 뼈대만 남은 걸 발견하고는 바우를 떠올린다. 그런데 손자를 기다리느라 마을에 남았던 박 훈장의 시체가 이장의 무너진 집 벽 밑에서 발견된다. 그날 밤 이장도 “학, 학 나무를, 학 나무를……”이라고 더듬거리며 세상을 떠나 덕이는 두 위패를 모신다.

작가는 여기서 분단의 비극을 그리는데, 이념의 문제를 완벽하게 삭제해 버린다. 바우는 실연 때문에 사회주의자가 된 것처럼 그려지며, 그런 바우는 고향에 와서도 농지개혁이나 어떤 정치·경제적인 행위보다는 학을 없애려는 일에 먼저 손을 댔는데, 이것은 이범선이 지닌 지주집안 출신으로 월남해 온 작가의식의 소산임을 느끼게 한다. 작가는 역사와 민족의 운명을 사회과학적인 관점으로 해부하기보다는 정서적인 태도로 접근하여 학의 나타남과 사라짐, 제 새끼를 물어 죽이기, 새끼 낳는 수의 많고 적음 등등으로 풍년과 가뭄과 국가의 길흉을 예견한다. 전설적인 세계에서 사람들이 사는 모습은 원초적으로 같을 수밖에 없다는 작가의 세계관이 스며 있는 작품이다.

여기서 작가가 이장과 박 훈장이 어떤 정치적인 대립 속에서도 오해나 불화가 없이 믿고 사랑하는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사실은 상징적이다. 손자들의 대립도 이들의 우애를 저버릴 수 없었고, 끝내는 박 훈장은 자기 손자에 의하여 강요받은 적대감조차도 거절한 채 죽어갔음을 암시하고 있다. 작가가 이런 죽음을 통하여 제시하는 것은 소박한 인간주의적 삶의 진솔함이다. 이런 인간주의에는 승리자도 패배자도 없다. 다만 선량하기 때문에 겪지 않을 수 없는 삶의 상처가 있을 뿐이다.

이장도 박 훈장도 서로를 미워하고 원수가 될 수 없는 것은 보통사람의 선량함 때문이며, 그들은 자신이 잘살기 위하여 남을 죽여야 한대도 그렇게는 못할 인간상들이다. 바우 역시 마찬가지여서 그는 학을 죽일 수는 있어도 마을 사람들은 그러지 못했다. 서로가 좋아했던 봉네에게도 비인간적인 행위는 하지 않았다. 우리 나라의 다른 분단 소재 소설들은 이럴 경우 예외없이 개인적인 앙갚음으로 옛 연인을 정복하는 것으로 사건을 전개하는데, 이범선은 악인을 그리는 데 소질이 없을 뿐만 아니라 세상에 악인은 아예 없다고 치부한다. 가해자이기보다는 차라리 피해자인 편이 이범선 문학이 창조한 인간상들이다.

〈오발탄〉도 그렇다. 송철호 일가는 모두가 피해자들이나 원수를 갚기보다는 차라리 자신들이 불행하게 살아가는 길을 택한다. 동생 영호가 강도짓을 하다가 들키자 ‘인정’ 때문에 죽이지 못한 게 화근이 되어 체포당한 것은 이범선 소설의 참모습이다.

양심이란 손끝의 가십니다. 빼어버리면 아무렇지도 않은데 공연히 그냥 두고 건드릴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는 거야요. 윤리요? 윤리. 그건 나이롱 빤쯔 같은 것이죠. 입으나마나 불알이 덜렁 비쳐 보이기는 매한가지죠. 관습이요? 그건 소녀의 머리 위에 달린 리본이라고나 할까요? 있으면 예쁠 수도 있어요. 그러나 없대서 뭐 별일도 없어요. 법률? 그건 마치 허수아비 같은 것입니다. 허수아비. 덜 굳은 바가지에다 되는대로 눈과 코를 그리고 수염만 크게 그린 허수아비. 누더기를 걸치고 팔을 쩍 벌리고 서 있는 허수아비. 참새들을 향해서는 그것이 제법 공갈이 되지요. 그러나 까마귀쯤만 돼도 벌써 무서워하지 않아요. 아니 무서워하기는커녕 그놈의 상투 끝에 턱 올라앉아서 썩은 흙을 쑤시던 더러운 주둥이를 쓱쓱 문질러도 별일 없거든요. 흥.
-- 〈오발탄〉 중에서  

영호가 늘어놓는 이런 억설은 50년대의 분단사회를 살았던 사람들의 생각을 그대로 대변한 것이기도 하다. 이장이나 박 훈장 같은 세대가 사라지고 난 뒤 50년대의 한국 사회는 홉스의 《레바이아단》이 생활교본이 될 정도로 인간과 인간이 서로가 이리인 시대로 접어든다. 영호도 사람에서 늑대가 되고자 변신을 꾀했으나 그는 기어이 인간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으며, 그 증거가 그로 하여금 강도를 하는 데 법률의 망은 넘어섰으나 인정선에는 철컥 걸려 체포된 결말로 반증된다. 철호도 영호도 어쩔 수 없이 영원한 피해자적 인간상으로 남을 것이며, 이것이 이범선 소설의 본질이기도 하다.

이범선의 첫 작품인 〈암표〉는 글도 모르는 맏아들이 군에서 마을의 김 훈장이 써 준 봉투에다 일등병 계급장만 그려서 보낸 편지를 받고서 배워야 한다는 걸 절감하고 작은놈을 중학교에 보내겠다고 생각을 고치는 최 영감의 심리적 과정을 그려 준다. 여기서 배워야 한다는 지각은 어떤 면에서는 선량한 이범선의 주인공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배움으로써 남을 지배하고 이기주의적 자세로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남을 희생시키고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인간상을 대량 생산해내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의 교육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범선이 〈암표〉에서 제기하는 작은아들의 중학교 진학은 무식을 면하는 정도에 그치며, 도저히 악인으로 환치될 수 없는 토착적 인간상에 고착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게꾼으로 도시에 나간 아들에게 보낸 고향 농민의 편지를 소개한 〈표구된 휴지〉를 보노라면 이런 사실은 더한층 명백해진다.

〈일요일〉은 전형적인 사소설적 구성으로 이뤄진 소품인데, 잡은 임자를 제치고 자기 모자에 잠시 도망해서 앉았다고 자기 메뚜기라고 우기는 ‘캡을 쓴 놈’은 이범선이 증오하는 세계악의 화신을 상징한다. 모자를 썼다는 것은 뭔가 권력이나 재력이나 악을 행사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것을 상징하는데, 이 작가는 힘 그 자체를 비인간화의 원인으로 거부한다.

힘(권력이든 폭력이든 금력이든)없는 사람에 의한 인간다움의 회복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고 많은 희생이 따른다는 것을 〈피해자〉는 보여준다. 고아원을 경영하는 장로의 외아들로 고이 자란 최요한은 고아 양명숙을 좋아했으나 부모의 거절로 목사의 딸과 결혼하게 된다. 최요한은 고아원을 뛰쳐나간 양명숙과 20년만에 술집에서 만나게 된다. 이들 사이에는 6·25, 월남 등등 무수한 세월의 풍화가 지나갔으나 사랑에는 변함이 없었다. ‘최 목사’란 별명을 가진 교사인 최요한이 학생들과 경주로 수학여행을 갔는데 몰래 따라간 명숙은 이루지 못할 사랑을 안은 채 자살하고 만다. 최요한은 기독교 신자인 교직원들을 향하여 “그녀는 피해자입니다. 그리고 그를 죽인 하수인은 접니다. 당신들의 어리석은 사주를 받은 어리석은 등신 요한입니다. 아니 하수인인 동시에 저도 역시 그녀와 마찬가지로 피해잡니다”라고 말한다.

이 지경에 이르면 이범선의 선량한 사람들의 피해의식은 외형적인 것에만 그치지 않고 심리적, 윤리적인 데에까지 이르고 있음을 알 수 있고, 그것은 이 작가가 날카롭게 당대의 기독교가 지닌 위선을 비판해 준 여러 대목과 연계된다. 작가는 〈오발탄〉을 쓰고 기독교계 학교에서 면직을 당한 적이 있는데, 작품 곳곳에서 그는 당시의 기독교 지배층이 비인간적으로 신앙을 왜곡시키고 있음을 정면으로 풍자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분단 이후 선량한 사람들이 피해의식에 젖어 헤어날 길이 없는 처지에 있으며, 그것은 산업화 이후에도 변함이 없다.

이범선은 그나마도 50년대적 관점에서 선량한 사람들의 피해의식만 조명했으나, 이미 우리 사회는 ‘인정’의 단계쯤은 누구나 파괴할 수 있는 강심장들만이 우글거리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이런 시대에 이범선의 소설은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느낌일 수도 있을 만큼 새로운 감회를 준다. 농경사회의 기본적인 도덕과 윤리의식이 지배하던 시대의 인정삽화가 이범선 소설의 구수한 장점이자 한계이기 때문이다.

목차

◎ 이 책을 읽는 분에게 5

암표(暗標) 13
일요일(日曜日) 21
학(鶴)마을 사람들 32
피해자(被害者) 60
오발탄(誤發彈) 168
표구(表具)된 휴지(休紙) 211

◎ 연 보 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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