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 다양한 키워드로 엿본
수영의 골목골목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청년과 예술가, 문화기획자의 이야기는 도시의 미래가 결국은 이웃과 공동체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고 발전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생태와 역사, 이야기와 문화를 중심으로 도시를 더 근사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도시란 단순히 집과 거리의 집합이 아닌 그곳에서 터를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과 이야기들을 통해 매 순간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것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모자이크처럼 서로 어울리지 않아 보이던 것들이 허물없이 서로 스미고 배며 자연스러운 풍경을 연출하는, 마치 광안리 바닷가와 같이 시원하고 넓고 깊은 수영 문화의 특징일 것이다.
1부 기획 부분은 ‘심다’라는 부제 아래 수영에서 문화기획, 출판, 미디어, 연극 등 다양한 방식으로 새로운 문화의 가능성을 시도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난다. 2부 공간 부분은 ‘가꾸다’라는 부제 아래 라움프라다바코, 수영성마을박물관, 도도수영8A 등 수영의 대표적인 문화공간들과 수영 곳곳에 자리 잡은 다양한 공방을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3부 확산에서는 ‘퍼뜨리다’라는 부제 아래 책방, 비건 식당, 비극장 상영, 독립 전시 등 독특하고 실험적인 형태로 문화를 확산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끝으로 부록에는 책에 소개된 40여 개의 문화예술 관련 단체 및 공간의 위치를 표기한 ‘수영구 문화예술 지도’가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은 2023 부산수영구한국지역도서전을 기념해서 만들어졌다. 한국지역출판연대가 기획했으며, 수영을 무대로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화예술인 12명이 집필에 참가했다. 현장에서 새로운 문화를 기획하고, 가꾸고, 퍼뜨리는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겨 있는 만큼, 이 책은 세련되고 앞서가는 라이프 스타일로 저마다 다름의 삶을 가꿔가고 있는 도시 수영의 면면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