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 ‘은/는’, ‘에/에서’, ‘-고’와 ‘-며’……
조사와 어미를 알면 의도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
한국인은 누구나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구사하지만, 누구나 정확한 한국어를 쓰는 것은 아니다. 그중에서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헷갈려하는 조사가 ‘이/가’와 ‘은/는’, 그리고 ‘에’와 에서’이다. 얼핏 보기에 의미상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 이 조사들은 사용하기에 따라서 저자의 의도를 분명하게 드러낸다. 가령 “이게 뭐야”와 “이건 뭐야”는 영어 등의 외국어에서는 의미상 차이가 없지만, 한국어에서는 분명한 어감의 차이를 지닌다. 주어의 자격을 나타내는 주격 조사 ‘이/가’와 달리 보조사 ‘은/는’은 비교, 대조의 의미를 나타내거나 문장의 주제를 드러내는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장소를 나타내는 ‘에’와 ‘에서’ 역시 그 쓰임새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 ‘살다’와 붙어 사용될 때를 예로 들면, 구체적인 장소와 행동이 구분되지 않을 때에는 ‘에’를 쓰는 반면, 장소에서의 행동이 더욱 강하게 느껴져 주체가 장소를 선택했다는 의미가 강조될 때에는 ‘에서’를 쓴다.
어미에도 헷갈리는 것들이 있다. 문장 안에서 같은 자리에 위치하는 ‘-고’와 ‘-며’는 때로는 같은 의미로 쓰이지만, 때로는 완전히 다르다. ‘-고’가 동작을 나열하는 반면, ‘-며’는 두 동작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와 같은 차이는 ‘-고’ 대신에 ‘-고서’를, ‘-며’ 대신에 ‘-면서’를 넣어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비슷해 보이는 조사와 어미 사이의 미묘한 의미 차이는 이것을 정확히 익히지 않으면 의사소통 중에 실수를 저지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책은 이처럼 한국인이 특별히 어려워하는 조사 중 ‘이/가’와 ‘은/는’, ‘에’와 ‘에서’, ‘에게’와 ‘에게서’, 어미 ‘-며’, ‘-고’, ‘-므로’, ‘-아서/-어서’와 ‘-아/-어’ 등을 특별히 골라 그것을 올바르게 쓰는 방법을 살핀다.
문장 구성 요소, 어휘, 논리의 호응을 고려하여
정확한 문장을 만드는 법
글을 쓸 때 많은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부분 중 하나가 문장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호응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 책은 호응을 ‘제약에 순응하는 것’이라고 정의한 뒤, 각 문장 구성 요소와 어휘를 호응시키는 방법을 탐구하고, 모순된 단어를 사용하거나 비약이 심한 예시들을 통해 논리적으로 호응을 이루는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마지막으로 문법상으로는 호응을 이루지 않으나 수사적 표현으로서 허용되는 은유를 살펴봄으로써, 정확한 문장을 넘어 한국어의 범위를 넓히는 과정까지 살핀다. 이 장은 한국인들이 특별히 어려워하는 내용인 만큼 충분한 연습문제를 제공하여 독자들이 실력을 갈고닦을 수 있도록 한다. 다양한 사례로 구성된 20여 개의 문제를 통해 독자들은 호응의 실제를 익힐 수 있을 것이다.
수직적 소통 구조를 바꾸면 의사소통의 효율이 오른다
한국어의 호칭, 지칭 문제
이번 개정판에서는 수평적 소통 구조를 향한 저자의 여정을 부록으로 덧붙였다. 국어 문화 운동을 시작한 1998년 당시 저자는 한국어의 인사말과 반말, 호칭 및 지칭을 간결하고 좀더 수평적인 구조로 바꾸겠다고 결심했고, 이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기업 내에서 직급과 무관하게 평등한 호칭을 사용하는 움직임을 이끌었다. 비록 ‘호칭 파괴 운동’은 개별 기업의 단위에서 추진되는 데에 그쳤지만, 저자는 이것이 가져온 사회적 반향을 되짚어보며 이것이 현 시점의 우리에게도 필요함을 역설하고, 호칭을 간소화할 실천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한국어를 바로 쓰는 방법을 탐구하고 이를 대중화함으로써 그 공로를 인정받은 남영신은 21세기 지식정보사회에서 정확하고 정교한 한국어를 사용하는 것은 정보전달을 더 용이하게 한다고 주장한다. 적절한 예문과 연습문제들을 제시함으로써 한국어를 학습하고 그 잘못을 교정할 수 있도록 구성된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은 정교한 한국어를 더욱 간결하고 정확하게 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