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사회학자 사다카네가 재고한 일본의 소비 사회,
한국 사회의 소비 문화는 어떠한가?
『현대 일본의 소비 사회』는 일본 사회의 가능성과 한계를 다시 한번 되물어보기 위해 일본에서 현대 문화를 연구하는 사다카네 히데유키 교수가 쓴 책입니다. 사다카네는 사회학, 역사사회학, 소비사회론을 전공했습니다. ‘소비’와 ‘소비 사회’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일본의 소비 문화를 연구하며, 그 결과물로서 꾸준히 저서와 역서를 출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매일 소비를 거듭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소비가 우리를 끌어당기는 것은 그것이 단순히 재화나 서비스를 손에 넣는 경제적인 ‘교환’ 수단에 머물지 않고, 다른 수단으로는 이룰 수 없는 바람이나 욕망을 채우는, 만인에게 열려 있는 사회적 수단이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문을 엽니다.
이러한 소비에도 현대 사회에서는 한계가 있습니다. 바로 ‘사회적 격차’나 ‘지구 환경 파괴’라는 문제입니다. 소비에 의존하지 않는 사회를 목표로 삼는 길도 있겠지만, 그 시도는 이미 최근 100년의 역사 속에서 약점을 노출하고 있습니다. 소비에 의존하지 않고 재화나 서비스를 배분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강제하는 국가의 힘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많은 비극이나 분쟁의 증대로 이어졌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저자는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사다카네는 그러한 생각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소비가 이제까지 축적해온 달성을 진중하게 평가하면서 소비를 확대해 계속해 나가는 길을 찾는 편이 중요하다는 문제의식 아래에 이 책 『현대 일본의 소비 사회』를 썼습니다.
이 책의 특징으로서 하나 강조하자면 소비를 우리가 우리임을 실현하고 또는 확장하는 수단(또는 힘=‘권력’)으로서 간주한다는 점입니다. 이미 존재하는 개인의 인권이나 권리를, 소비가 지킨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는 돈을 매개로 어리석은 것이나 몹쓸 짓을 실행하고, 그럼으로써 경우에 따라 내 자신으로 존재하기를 바꾸려는 유혹조차 받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 새로운 인간의 존재 양식이 모색됨과 동시에 다양성이 실현되었으며, 무수한 무명의 사람이 소비를 거듭함으로써 열어왔던 이 ‘역사의 현재’를, 설령 여러 유보 사항이 있더라도 본질적으로 이 책에서는 중시하고 있습니다.
일본과 한국의 여러 이질성에 대해서는 매우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과 한국 사이에는 결코 공약할 수 없는 역사적 경험이 있고 이해의 대립도 있습니다. 그래서 본질적으로는 잘 모르는 ‘한국 사회’를 향해 이 책을 내보이는 것이 두렵기도 하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일본 사회’를 대상으로 삼았지만, 우리 ‘사회’의 역사와 미래에 대해 생각하고 싶었다고 덧붙입니다. 국가가 자의적으로 정하는 행정 기구의 틀을 넘어 충돌과 대립을 겪으면서도 우리가 사는 이 ‘사회’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는 것. 그러한 ‘사회’ 속에서도 혹은 그러한 ‘사회’ 속에서야말로 이 책에서 쓴 주장이 중요하다고 사다카네는 말합니다.
그렇지만 저자는 이 책의 논의를 최종적 해답으로 제시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이 책은 이 ‘사회’의 현재와 미래를 함께 생각하자는 요청입니다. 다시 말해 이 책은 경제적 자유에 의해 장래 실현되었으면 하는 것을, 미리 사고의 자유에 의해 지금 여기서 작성해가려는 시도로 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