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피폭被爆에서 후쿠시마 피폭被曝까지
‘핵’과 ‘일본인’의 두 얼굴
‘최초의 피폭국被爆國’이자 현존하는 유일한 피폭국으로서, 일본은 핵과 밀접한 역사를 이루어 왔다. 『핵과 일본인』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촉발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 사회를 돌아보기 위해 기획된 책이다. 저자는 ‘일본 사회는 핵에너지에 어떻게 대처해 왔는가?’라는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답을 찾기 위해 누구에게나 친숙한 매체인 ‘대중문화’에 주목했다. 저자는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직후인 전후 시기에서부터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인 현대에 이르기까지 일본의 대중문화에서 ‘핵’이 묘사되는 방식의 변화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포착하고, 이것이 당대 일본인들의 ‘핵 인식’과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는가를 일반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어 이해하기 쉽게 해설한다. 언론 기사 및 여론조사와 학술 저서, 종합잡지 사설과 소설 및 영화, 극화 만화에서 아동용 만화와 ‘특촬물’에 이르기까지 그가 인용하는 방대한 자료와 통찰을 따라가다 보면, 마냥 어렵기만 할 것 같은 ‘핵’과 ‘일본인’에 대한 이해의 실타래가 조금씩 풀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인류의 존속을 위협할 ‘무기’? 인류의 ‘빛’을 밝힐 에너지?
양날의 ‘핵’을 둘러싼 우리들의 두 가지 시선
인류 역사에서 ‘핵’은 항상 복잡한 기로에 놓여 있었다. 1945년의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이래 핵‘무기’는 인류에게 재앙의 상징이자 공포의 대상이었지만, 그것이 인류의 ‘핵 에너지 발전’ 체제에 제동을 거는 일은 없었다는 사실이 그 방증이다. 그렇다면 인류는 마치 ‘폭탄’과 같은 무기의 형태가 아니면 핵이 위험하지 않은 것이라고 착각해 온 것일까? 방사능 피폭에 대한 불안 때문에 엑스레이 촬영 한 장에도 노파심을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고, 핵 관련 사고로 인해 전 세계와 인류가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상상이 만연한 것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종말론적 예측이 실질적인 경종의 역할을 이행하지는 못한다는 데 있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는 각각 1986년과 2011년 일어난 대형 원전 사고로 인해 원전의 위험성을 시사하는 대명사처럼 여겨지게 되었지만, 러시아와 일본은 여전히 수 기의 원전을 가동 중이고 일찍부터 ‘탈원전’ 정책을 내세우던 프랑스, 독일 등의 유럽 국가 역시 에너지 위기가 도래하자 ‘원전 회귀’ 정책으로 선회하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오늘날 핵을 둘러싼 이중적인 시선과 태도는, 다만 일본에만 국한된 태도가 아니다. 쓰임새에 따라 파괴적인 살상력을 가진 무서운 무기로, 또 인류 문명을 지탱할 비약적인 에너지원으로 모습을 달리하며 우리 곁을 차지하고 있는 핵-에너지. 『핵과 일본인』은 그 양날의 검을 쥔 우리의 양면적인 인식을 직시하기 위한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