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을 세우다’ 불사는
우리 사부대중에게 어떤 의미인가
지난 2007년 경주 남산 열암곡에서 쓰러진 마애불이 발견되었다. 사람의 발길이 닿기 어려운 곳에 무게 80톤, 길이 약 7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암석 바닥에 새겨져 있는 마애부처님은 발견 자체만으로도 놀라운 일인데, 불상의 코끝이 지면과 불과 5cm 정도 아슬아슬하게 거리를 유지한 채 천년 가까이 파손된 곳 없이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에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과거천년을 바로 세워 미래천년을 준비하는 「천년을 세우다」 불사를 통해 열암곡 마애부처님을 바로 모시는 일에 종단과 사부대중이 뜻을 함께해 한국불교 중흥의 새로운 장을 열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천년을 세우다》는 이러한 염원을 담아 열암곡 마애부처님을 제자리에 모시는 불사에 함께할 수 있는 인연을 만드는 데 보탬이 되고자 하며, 무엇보다 이 과정 자체가 우리 불자들을 하나로 만들고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갖도록 해줄 것이다.
열암곡 마애부처님의 출현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불교에서는 원인 없이 독자적으로 우연히 일어나는 일은 결코 없다고 가르칩니다. 바꿔 말하면 모든 일은 필연이라는 뜻입니다. 열암곡 마애부처님이 지금 이 시기에 우리 앞에 나투신 이유가 필연이라면, 불자들은 그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봐야 합니다.
이 기회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널리 알리고, 이를 인연으로 삼아 선한 마음을 내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더 늘었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마애부처님을 바로 모시는 이 과정 자체가 우리를 돌아보는 성찰의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입니다.
_‘여는 글’ 중에서
‘5cm의 기적’이라 불리는 마애부처님을
온전하게 모시는 일은 왜 중요한가
경주 남산에서 발견된 대다수의 불상은 세월과 인위적 훼손 때문에 얼굴의 원형을 알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인데, 열암곡 마애불은 조성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얼굴 정면이 땅을 향해 쓰러졌기에 당시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하지만 발견된 지 십수 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쓰러진 마애불을 제대로 모시는 문제를 놓고 고심 중이다.
이 책은, 절이 사라지고 불상이 깨지고 훼손되는 동안 경주 남산에서 오랜 세월 쓰러져 계신 열암곡 부처님이 천년이 흐른 지금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 이유와 그 큰 가르침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열암곡 마애불상은 우리 불교의 보물이자 소중한 문화재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이러한 마애부처님을 바로 모시는 일은 그 자체로 우리 불교 중흥에 역사적인 재도약의 발판이 될 것이며, 불교의 존엄성과 역사성을 되찾는 일이 될 것이다.
‘열암곡 마애부처님 바로 모시기 불사’를 단순히 종단이 추진하는 많은 일 가운데 하나 정도로 생각한다면 성공을 장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스님과 불자 모두가 ‘내 일’이라 생각하고 마음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 불교를 바로 세우는 일이니까요.
_‘와불이 일어나면 새천년이 밝아온다’ 중에서
경주 남산 순례길에서 만나는
부처님 세상
천년 고도 경주에는 무너지지 않는 천년의 불심(佛心), 경주 남산이 있다. 아득한 옛날부터 기도하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은 곳이자, 신라인들이 봉우리마다 탑을 세우고 바위마다 부처님을 새겨넣은 곳이다. “남산에서는 구르는 돌 하나도 문화재급”이라는 말처럼, 오늘날 남산에는 봉우리마다 골짜기마다 불교 문화재가 산재해 있다.
《천년을 세우다》를 읽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바로 ‘야외 불교 박물관’이라 불릴 만큼 불자들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경주 남산을 순례길 코스로 친절하게 소개해 책으로나마 부처님을 친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먼저, 열암곡 마애부처님을 만날 수 있는 순례길 코스를 따라가다 보면 남산 유일한 국보이자 가장 규모가 큰 칠불암 마애불상군을 만날 수 있다. 또 남산에서 가장 많은 문화재를 탐방할 수 있는 삼릉 순례길 코스에서는, 남산을 부처님 세상 불국정토로 장엄하기 위해 신라시대 사부대중 한 사람 한 사람이 저마다 얼마나 간절한 믿음을 가지고 부처님 모시는 일에 진심이었는지를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경주 남산에서 발굴된 불교 유적만 해도 불상이 129구, 탑이 99기, 확인된 절터만 150여 곳에 이릅니다. 경주 남산처럼 산 정상부(봉우리)에서 산 능선, 산골짜기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장소에 사찰, 마애불, 석탑, 석불상이 집중되어 조성된 곳은 세계 어디에도 없을 것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남산은 세계적인 불교 성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_‘경주 남산이라는 불교 성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