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깟 곤충 이름 따위 뭐가 중요해요?”
곤충을 알아간다는 것의 의미
오늘날 지구상에는 200만 종이 넘는 생물이 살아가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모두 5만 8050종(2023년, 국가생물종목록)의 생물이 살고 있고, 그중에서 곤충은 2만 274종으로 우리나라 전체 생물 가운데 30퍼센트가 넘을 만큼 가장 큰 무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럼, 이렇게 수많은 곤충 가운데 우리가 이름을 아는 종은 얼마나 될까? 아마도 나비나 딱정벌레, 메뚜기, 하늘소처럼 널리 알려진 극히 일부 곤충의 이름을 제외하고는 나머지는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2008년부터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면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교육 활동을 펼쳐 온 저자는 곤충을 알아간다는 것은 단순히 곤충의 이름을 익히고 곤충에 관한 지식을 넓히는 것을 넘어 생명의 소중함을 깨우치고, 관찰과 탐구 활동을 통해 세상을 보는 힘과 안목을 키우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학생들이 여러 생명을 만나고 자연의 이치를 배울 수 있도록 교과서에 나오는 우리 주변의 곤충에 관한 정보들을 꼼꼼하게 정리하여 ⟪교과서 밖으로 튀어나온 곤충 1_완전 탈바꿈을 하는 곤충⟫으로 완성했다.
이 책은 모두 4목 55종의 완전 탈바꿈 곤충을 나비, 나방, 하늘소, 풍뎅이, 파리 등 14무리의 곤충으로 구분해 소개하고 있다. 책에는 각 무리의 주요 특징과 함께 부위별 명칭, 한살이 과정 등을 비롯해 개체마다 이름의 유래, 생김새, 서식지 등의 내용이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설명되어 있다. 또 멸종 위기 등급이나 관찰 시기, 북한명, 분포 지도까지 핵심 정보들이 정연하게 요약되어 있다. 저자가 찍은 귀하고 생생한 곤충 생태 사진을 개체마다 적게는 2컷, 많게는 6컷까지 실어 자연에서 살아가는 곤충의 실제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미술 교과서에 나오는 곤충도 있다고요?”
교과서 속 곤충 대탐험
이 책에는 과학 교과서에 수록된 곤충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국어에서 음악, 미술까지 초등 전 교과에 걸쳐 다양한 곤충들을 뽑아냈다. 그리고 곤충을 좀 더 알고 싶어 하는 학생들을 위해 각 개체만의 흥미로운 생태와 숨은 사연, 사전적 정보들을 충실하게 담아냈다.
저자는 특히 우리가 잘 몰랐던 곤충의 비밀을 하나하나 찾아내어 곤충에 관한 학생들의 탐구욕을 자극한다. 3학년 미술ㆍ음악 교과서 등에 나오는 파리가 어떻게 뒷날개가 퇴화해 생긴 평균곤(평형곤)으로 ‘최고의 비행사’가 되었는지를 일러주고, 집단생활을 하는 다른 벌들과 달리 새끼를 돌보지 않고 곧바로 떠나버리는 호리병벌을 통해 곤충의 뜻밖의 면모를 보여준다. 또 누에나방의 성충을 볼 기회는 거의 없는데, 이는 번데기 단계에서 고치실을 뽑으려는 사람들에 의해 대부분 죽기 때문이라는 안타까운 사연도 들려준다.
성충 못지않게 독특한 습성을 나타내는 애벌레 이야기도 놀랍다. 4학년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호랑나비의 애벌레는 천적이 나타나면 냄새 뿔을 꺼내어 고약한 냄새를 풍긴다. 2학년 수학, 3학년 과학 교과서 등에 나오는 사슴벌레의 애벌레는 종종 서로를 잡아먹기도 하는데, 먹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영역을 침범할 때 그런 일이 벌어진다고 한다.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애벌레라고 해서 예외가 아닌 셈이다.
“북한에서는 이렇게 부른다고요?”
같은 곤충, 다른 이름
이 책에서 두드러지게 눈길을 끄는 항목은 북한명이다. 같은 곤충이지만, 우리와 이름을 서로 다르게 부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국가 생물종 목록⟫〈곤충〉 (북한지역 곤충, 2013) 자료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하늘소를 힘이 세서 돌도 들 수 있다는 뜻의 돌드레라고 하여 장수하늘소를 장수돌드레, 소범하늘소를 네풀쇠범돌드레, 남색초원하늘소를 아무르람색털보돌드레라고 부른다(참고로 북한에서 하늘소는 우리의 당나귀를 가리킨다고 한다). 또 우리는 나방과 나비를 구분하지만, 북한에서는 나방도 나비라고 하여 녹색박각시를 파란박나비라고 부른다. 반딧불이는 반디라고 하여 늦반딧불이를 가을창반디, 애반딧불이를 물반디라고 부른다. 사슴벌레는 집게벌레라 하여 톱사슴벌레를 톱집게벌레라 부르고, 말벌은 왕퉁이라 하여 장수말벌을 참왕퉁이라 부른다. 그 밖에도 무당벌레를 밤색점벌레, 일본왕개미를 검은왕개미라 부르고 있다.
우리와 이름을 똑같게 부르는 종도 있다. 유리창나비, 집파리는 같은 곤충, 같은 이름이다. 비록 서로 부르는 이름은 다르지만, 이름만 들어도 정겨운 느낌은 똑같다. 어느 정도 곤충의 생김새를 떠올릴 수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학생 과학자’를 과학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열정으로 세상을 관찰하고 탐구하는 학생이라 하였다. 저자의 바람처럼 이 책을 통해 학생들이 곤충이라는 작은 대상에 관심을 기울이며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늘 스스로 의문을 품고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탐구해 나가는 ‘학생 과학자’로서의 역량을 키우길 바란다. 그리고 교과서에 나오는 곤충이 궁금하다면 꼭 이 책을 읽어 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