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중국 지식인 정신사’ 3부작 중 첫 번째 책
선택과 개조!
오늘의 중국을 이룬 근본을 성찰한다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전야의 역사를 연구한 『1948: 천지현황』은 1998년에 ‘100년 중국문학총서’ 중 한 권으로 출간되어 세간의 많은 주목을 받다가, 2017년에 첸리췬 교수의 ‘20세기 중국 지식인 정신사’ 3부작 중 제1부로 거듭났다. 이 책은 루쉰과 저우쭤런을 비롯한 5·4 시기의 중국 현대문학 연구로 유명한 첸리췬의 연구 중심이 중국 현대문학사에서 공화국 사상사와 정신사 연구로 전환되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렇게 방향을 전환하게 된 내적 원인은 첸리췬의 삶 중 약 70년이 ‘마오쩌둥 시대 및 포스트 마오쩌둥 시대’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그의 학술 연구가 처음부터 자기반성과 자기성찰의 성격을 띠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을 ‘마오쩌둥 시대 마지막 지식분자’라고 칭하는 첸리췬은 자신이 한평생을 도대체 어떻게 살았는지 정확히 알고자 했다. 또한 그동안의 경험과 교훈을 총정리하기 위해 그는 먼저 중화인민공화국의 역사가 도대체 어떻게 흘러왔는지 명확히 들여다보고자 했다. 그래서 자신에 대한, 그리고 국가·민족·세계에 대한 역사적 사명감으로 이 책 집필에 임했다. 그러므로 이 책은 근본의 탐구라고 할 수 있다.
회피하지 않고 사실을 직시한,
역사 성찰서이자 문학사 서술학의 시험서!
이 책의 배경에는 중화인민공화국의 역사가 있고, 중국 현대 지식인의 정신사가 있다. 1948년은 그해를 살아온 중국인이라면 누구를 막론하고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른바 ‘신중국’과 ‘구중국’의 교체라는 사회적 격변은 모든 중국인에게 어느 한쪽을 선택하게 했으며, 그들은 그 선택 때문에 긴 세월 동안 많은 것을 감수하며 살아야 했다. 이 책은 교수와 작가를 비롯해 여러 유형의 중국 지식인들이 1948년이라는 역사적 대전환을 맞아 어떤 반응을 보였고 어떤 선택을 했으며, 공산당이 이끄는 ‘새로운 사회’에 대해 어떤 기대와 의심, 불안을 품고 있었는지 보여준다.
이뿐만 아니라 이 책의 이면에는 저자 자신의 역사도 있다. 1948년에 저자는 겨우 아홉 살 난 아이였지만 이미 뼈에 사무친 기억들이 있어 역사의 산증인으로 이 책의 여러 장절 속에 명시적으로나 암시적으로 흔적을 남겼다. 그의 가족 중에는 국민당원도 있고 공산당원도 있었다. 1948년 아버지가 타이완으로 떠난 뒤로는 전 가족이 다시는 한자리에 모이지 못했다. 슬픈 가족사를 간직한 저자는 역사의 상황 속으로 들어가 중국의 지식분자들이 왜 그리고 어떻게 그런 선택을 했는지, 그들의 선택과 실천 과정에서 마주한 냉엄하고 복잡한 사실들을 조금도 회피하지 않고 이 책에 밝힌다.
저자는 1948년의 역사를 면면이 다 언급하지 않고, 하나를 통해 전체를 보는 식으로 기술한다. 다시 말해 몇몇 지식인의 처지, 생각, 선택 등을 통해 1948년 전체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는 월별로 장을 만들고 각 장 시작 부분에 당대인의 일기를 옮겨 적어 당시의 현실을 보여줌으로써 과거를 설정하고, 전지전능한 역사 서술자의 시점에서 과거와 미래, 현재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서술한다. 그러므로 이 책은 저자의 역사 성찰서인 동시에 문학사 서술학의 시험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