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을 읽는 분에게 |
시조는 우리 겨레만이 가지고 있는 시가형식 중의 하나이다. 그 종류는 세 가지가 있으니 평시조·엇시조·사설시조로 나누는데 이는 문학상의 구분이요, 음악에서는 평시조·중어리시조·지름시조·엇시조·엇엮음시조·사설시조 등으로 나누고 있다.
평시조는 신라의 향가와 고려의 경기체가 및 속요에서 발전·변형되어 고려 말기에 그 형태가 갖추어져 오늘날까지 천여 년을 이어 오고 있는 것이다.
‘시조’는 ‘시절가時節歌’, ‘장단가長短歌’ 또는 ‘신조新調’라고도 했는데, 당시의 시대상과 사계의 풍류는 물론이요, 인간생활의 온갖 모습을 3장 6구, 곧 45자 내외의 짧은 형식으로 노래한 정형시이다.
그러나 조선 중기부터는 그 정형성이 발전하여 다소 길어진 엇시조와 무제한으로 늘어난, 일종의 산문시에 가까워진 사설시조도 생겨 제법 다채로운 양상을 띠게 되었다.
시조의 특징은 우선 형식의 간결미와 내용의 함축미에서 찾아야 한다. 그리고 지은이도 왕족을 비롯하여 양반·서민·기녀들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여 누구나 가까이할 수 있는 대중성 또한 지니고 있다.
또 씌어진 계기도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즉흥적으로 읊어지는 것이므로 여기엔 조금의 허식이나 사전 설계가 필요 없다. 오직 담담히 대상을 관조하고 제 정서를 밖으로 펴내면 한 수의 시조가 되는 아주 자연스러운 창작 과정을 밟는다. 그래서 주제도 다양하여 인륜人倫·권계勸戒·송축頌祝·정조貞操·연군戀君·개세慨世·회고懷古·취흥醉興·규원閨怨·별한別恨·한정閑情 등 자연과 인생 전반을 휘감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시조를 읽음으로써 지은이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며 그 인품을 본받을 수도 있고, 그때그때의 사회적 상황과 조상들의 정신세계를 이해하고 계승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오늘날 시조를 이미 낡은 문학형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으나, 그것은 오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시조야말로 우리 한국 민족의 숨결에 가장 어울리는 음수율을 지니고 있고, 잡스러운 사상을 걸러 내버린 순수한 내용을 담을 수 있는 훌륭한 그릇임을 알아야 한다.
다만 지난날의 음풍농월吟風弄月 따위로 너무 감정에만 치우치던 태도를 지양하여 지성과 의지까지도 가미하고, 그 표현에 있어서도 평범한 단계를 뛰어넘어 고도의 상징적 수법에까지 발전시켜 가도록 힘써야 한다. 그리하여 옛시조를 새 노래로 읽고 노래하고 지어내는 국민운동을 일으켜 보면 어떨까?
이런 과제를 풀고자 하는 뜻에서 이 책을 꾸미며 다음 사항에 유념하였다.
◇ 시조 본문은 원작품대로 싣되 현행 맞춤법에 따랐다.
◇ 작품마다 출전을 밝히되 그 대표적인 것들만 들었다.
◇ 말뜻에서 어려운 말만 풀어놓고 전문풀이를 하지 않음은
원작품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함이다.
◇ 지은이는 작품과의 연관성에서 간결하게 요약하여 소개했다.
◇ 감상은 일반적인 해설을 꾀했으나 간혹 주관적 비평도 보태었다.
◇ 중·고등학교의 교과서에 실린 작품들도 함께 실어 학생들의 공부에도
보탬이 되도록 했다.
◇ 시조의 출전出典을 밝혀 독자들의 편의를 도모하였다.
출전의 약칭略稱은 다음과 같다.
- 가곡:가곡원류歌曲源流/고금:고금가곡古今歌曲
- 근화:근화악부槿花樂府/남훈:남훈태평가南薰太平歌
- 대동:대동풍아大東風雅/동가:동가선東歌選
- 청구:청구영언靑丘永言/해동:해동가요海東歌謠
- 화원:화원악보花源樂譜/악학:악학습령樂學拾零
- 여창:여창유취女唱類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