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의의]
중세의 삶과 인간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선,
중세는 다방면에서 현대의 각종 제도와 체계가 마련된 시기로 중세의 의학은 과학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 그럼에도 계몽주의 사상가들로부터 19세기 빅토리아 여왕 시대는 물론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중세관(中世觀)은 지극히 왜곡된 경우가 많았다. 10년 이상 연구에 몰두해 온 저자 잭 하트넬은 진실한 중세의 면면을 나누려는 열의로 이 책을 집필했다.
중세인들은 인간의 몸을 신비하고 특별한 대상으로 바라보고 문학, 예술, 건축 등에 적극 활용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중세 사람들이 인간의 몸을 어떻게 생각하고 바라봤는지를 여러 사례와 도판 같은 다양한 근거를 들어 상세하게 설명한다. 신화 같은 이야기도 있는가 하면 논문이나 연구 결과 같은 전문적인 자료도 있다. 인간의 몸을 주제로 하지만 의학만이 아니라 미술, 음악, 정치, 철학, 종교, 역사를 한데 어우르며 중세의 삶과 인간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선을 제공한다.
[내용 소개]
인간의 ‘몸’이란 프리즘을 통해 본 중세
인류사의 특정 시기를 속속들이 알고자 할 때 유용한 방법 한 가지는, 하나의 대상을 정해 프리즘으로 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해당 시기가 방출하는 빛이 그 대상을 통과해 갖가지 색으로 분산되어 기다란 스펙트럼으로 펼쳐진다. 이때 어떤 대상을 프리즘으로 삼느냐에 따라 시대의 빛에 포함된 여러 파장이 굴절되는 정도가 달라지고, 따라서 스펙트럼의 폭과 무늬도 덩달아 달라진다.
영국의 미술사학자 잭 하트넬은 『중세의 몸』에서 인간의 몸을 프리즘으로 삼아 중세라는 시대를 분석한다. 그런데 이 몸이라는 프리즘은 성능이 어찌나 훌륭한지, 이른바 ‘암흑시대(Dark Age)’로 통하는 중세의 희미한 빛도 일단 인간의 몸을 거치면 영롱한 색색의 띠로 변해 읽는 이의 시야를 한가득 물들인다. 그 빛의 스펙트럼을 읽어 나가는 순서는 중세 시대의 의학 저술가가 책을 쓸 때 길잡이로 삼았던 라틴어 문구 ‘아 카피테 아드 칼켐(a capite ad calcem)’과 일치한다. 즉, ‘머리에서 발꿈치로’ 내려가는 것이다.
머리부터 시작해 감각 기관, 피부, 뼈, 심장, 피, 손, 배, 생식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발까지, 지은이는 인간의 몸 이곳저곳을 각 장의 제목으로 내걸고 그야말로 “중세 시대 삶의 모든 면을 탐색”한다. 머리에서는 광기와 대머리가 당대의 정치 및 종교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고, 감각 기관에서는 태피스트리 속에 묘사된 일각수와 여성의 관계를 통해 감각의 우열을 따져 보고, 피부에서는 사람의 살갗뿐 아니라 동물 가죽으로 만든 양피지 및 이를 이용한 당대의 출판문화를 둘러보고, 발에 이르러서는 도보 여행과 지도 제작에 관해 알아보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지은이는 몸과 직접 연관된 의학은 말할 것도 없고 철학과 역사학, 문학, 종교, 시각 예술 전반과 건축, 심지어 음악까지, 온갖 분야를 넘나들며 갖가지 기기묘묘한 이야기로 읽는 이의 넋을 빼 놓는다. 책에 제시된 자료의 양과 범위는 정말이지 눈앞이 아찔할 정도로 방대하다. 비단 유럽 문화권만이 아니라 중세 유럽에 큰 영향을 미친 이슬람 문화권 및 히브리어 문화권의 자료 또한 심심찮게 등장한다.
-‘옮긴이 후기’에서
흥미로운 지적 탐험으로 즐기는 방대한 지식
역사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중세는 흥미진진한 매력으로 가득한 시기다. 고대-중세-근대-현대로 이어지는 시대 구분 가운데 가장 정의하기 힘든 다양한 특성을 가지면서도 현대 사회의 체계와 관습이 만들어졌다. 이와 같은 이유로 중세의 법, 생활상, 역사 관련 도서는 계속 출간되고 있다. 『중세 시대의 몸』은 중세의 의학과 과학, 예술에 대한 색다른 지식을 얻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매우 흡족한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