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말과 글이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말이 있다. 그 말에는 위로, 용기, 존중뿐만 아니라 혐오, 차별, 폭력도 있다. 당신은 지금 어떤 ‘말’을 하고 있을까. 타인과 대화할 때 상황과 맥락에 맞는 말과 글을 사용하고 있는가. 어떤 맥락에서도 진실이 왜곡되지 않는 표현은 가능한 것일까. 그렇지 못하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국어 실력이 모든 학문에 기초가 되듯 대화하는 실력은 모든 관계의 기초가 된다.
리터러시 파워는 문해력과 다르다
최근 한글날을 맞아 여러 미디어에서 기획한 기사 중에 문해력 강습이 성업 중이라는 내용이 있었다. 이에 따르면 한글 뜻을 몰라 수학 문제를 풀지 못할 정도로 문해력이 저하된 세태에 편승해 문해력을 길러주는 사교육 시장이 팽창하고 있다. 어린이에 대한 리터러시 교육의 주요한 목적은 말과 글을 가르침으로써 향후 교육에 도움을 주고, 일상생활에 필요한 의사소통 방법을 익히고, 다양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입시에 초점이 맞춰진 독서와 논술 교육으로는 이러한 목적을 이뤄내기 어렵다. 읽어내고 이해하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인간관계의 문제가 있다.
깊이 읽고 맥락을 이해하며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힘
우리가 키워온 문명이 앞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건강하게 성장할 것이냐는 우리 각자가 얼마나 충실하게 공공도서관을 지원하느냐에 좌우될 것이라고 했던 칼 세이건의 말을 떠올리면서 저자는 읽고, 쓰고, 생각하고, 말하는 모든 행위가 어떻게 사람과 사회를 성숙시키고, 도서관은 그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직접 써보자는 마음을 품었다. 깊이 읽고 맥락을 이해하면서 비판적인 사고를 통해 나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듣는 과정, 이것이 도서관이 할 수 있는 실천 프로그램이다.
가장 훌륭한 리터러시 실천의 장, 도서관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고, 만남을 통해 연결된 관계를 만들어내며, 그 안에서 배운 리터러시 역량으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기쁨까지 나아가도록 하는 기획이다. 그것은 보다 더 근본적으로 공동체의 안전과 유지에 기여하는 공공도서관의 사회적 사명을 고려했을 때 꼭 필요한 부분이다. 어떤 기관이라도 다양한 리터러시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는 있다. 다만 다른 기관에 비해 공공도서관이 갖는 이점은 리터러시 습득에 필요한 서비스와 자원, 소통하는 상대가 모두 연결되는 공공 플랫폼이라는 것이다. 차별하지 않고 평등하게 함께 움직일 수 있는 곳, 바로 도서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