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종교개혁을 생각하면 곧장 루터, 츠빙글리, 칼뱅 같은 사람들을 떠올린다. 그러나 실상 종교개혁은 몇몇 위대한 영웅이 만든 사건이 아니라 복음의 진리를 따르고자 한 수많은 개혁자의 동역과 헌신으로 일구어낸 역사의 변혁이었다. 그러나 대중은 영웅을 원하고 기록은 그 영웅만을 집중하여 조명하기에, 대중의 관심에서 소외된 많은 개혁자들이 역사에서 서서히 사라지고 말았다. 그리하여 결국 종교개혁이 마지 영웅 몇 사람이 만든 극적인 드라마인 양 왜곡된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피에르 비레는 16세기 스위스 로잔의 종교개혁자이다. 스위스 종교개혁 역사에서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이지만, 그동안 칼뱅의 동료 정도로 치부되었을 뿐, 독자적인 개혁자로서 그의 생애와 사상은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 잊힌 종교개혁자까지는 아닐지라도 낯선 종교개혁자인 것은 분명하다. 비레는 당시 프로테스탄트 진영뿐만 아니라 가톨릭 진영에서조차 ‘종교개혁의 천사’, ‘종교개혁의 미소’, ‘평화와 화해의 사도’라는 별칭으로 불렸다. 격동의 시대에 복음의 정신으로 종교개혁을 이끌되 온화하고 평화로운 방식을 취한 비레는 오늘의 우리에게도 귀감이 된다.
피에르 비레는 1536년 겨우 25세의 나이에 로잔의 목회자로 임명된 후 로잔과 보 지역, 그리고 제네바에서 25년간 교회개혁을 위해 헌신하다가 50세가 되던 1561년 건강상의 이유로 따뜻한 남부 프랑스로 가게 된다. 이후 님, 몽펠리에, 리옹에서 개혁운동을 펼쳤고, 1563년 제4차 프랑스개혁교회 총회에서 의장직을 수행하기도 했다. 1566년에는 나바라 왕국의 여왕 잔 달브레의 초청으로 베아른 지역으로 가서 교회법령과 시편찬송가를 펴냈고, 오르테즈 아카데미에서 신학교육을 이어가며 나바라 왕국을 프로테스탄트 영토로 바꾸는 일에 헌신했다.
피에르 비레 탄생 500주년을 기념하여 출간된 이 책은 영어로 된 비레의 첫 번째 전기이자 잃어버린 그의 탁월한 삶의 역사를 교회를 위해 다시 포착한 책이다. 책에는 어린 시절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 60년에 이르는 피에르 비레의 삶이 파노라마처럼 펼져진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16세기 최고의 설교자이자 갈등의 시대 탁월한 중재자였던, 낯설지만 역사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긴 종교개혁자 피에르 비레의 온전한 모습을 만나게 될 것이다. 피에르 비레의 삶과 신학에 대한 재발견은 또한 읽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여 그를 닮아 하나님 나라와 주님의 몸인 교회를 위해 삶을 드리고 싶다는 열망을 불러일으키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