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시즘이 있는 곳에 안티파가 있다!
만화로 읽는 안티-파시스트들의 저항의 역사
『파시즘 vs 안티파』는 제목에서 보듯 파시즘과 안티파(안티파시스트)의 대결을 그렸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파시즘의 시작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줄기차게 맞서온 안티파시스트들의 100년의 역사를 만화 형식에 담아낸 작품이다. 북아메리카 원주민 활동가이자 1990년대부터 반인종주의 및 반파시스트 투쟁에 참여해온 저자 고드 힐은 반파시스트 저항의 역사를 대중에게 소개하는 프로젝트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결과 만화책 『파시즘 vs 안티파』가 탄생했다.
저자는 이탈리아의 무솔리니 치하에서 시작된 파시즘의 역사를 추적하며, 1921년부터 그에 맞서온 ‘아르디티 델 포폴로’부터 시작하여 파시스트 운동을 추적한다. 이탈리아 역사에 대한 세심하고 풍부한 이야기가 독특한 그림체의 만화로 생생히 표현되어 있다. 2차 세계대전 훨씬 전부터 나치에 맞서 싸웠던 적색전선, 에델바이스 해적단, 화이트 로즈 등과 폴란드 및 유고슬라비아 빨치산 등 전쟁 중에 등장한 안티-파시스트 인물들의 역사도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또한 2차 세계대전의 서막을 열었던 스페인 내전의 상황과 영국에서 국민전선을 비롯한 파시즘 운동이 확산된 배경도 잘 설명되어 있다.
파시즘과 안티파의 대결은 오늘날까지 이어진다. 1990년대 유럽 네오나치의 등장과 이에 맞서기 위한 영국 안티파 지부, 그리고 현대 안티파 운동의 기원이 된 독일의 직접 행동 움직임을 살펴보고 프랑스, 스웨덴, 이탈리아, 그리스 등의 21세기 파시즘 운동과 그에 맞선 다양한 모습의 안티파 운동을 추적한다. 마지막으로 미국과 캐나다의 네오나치 운동과 트럼프를 권좌에까지 올린 ‘대안 우파’의 흐름을 다룸으로써 파시즘과 안티파의 대결이 현재도 진행 중인 싸움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파시즘의 유령들이 되살아나 힘을 얻고 있는 시대에, 『파시즘 vs 안티파』는 파시즘이 전 세계를 어떻게 좀먹어왔으며 안티파시스트들은 어떻게 긴 싸움을 이어왔는지 알기 쉽게 보여줌으로써 우리를 일깨운다.
지식만화가 김태권의 깔끔하고 정확한 번역
『파시즘 vs 안티파』는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히틀러의 성공 시대』, 『에라스뮈스와 친구들』 등을 지은 ‘지식만화가’ 김태권이 처음 번역자로 나선 작품이기도 하다. 풍부한 인문 예술 지식을 바탕으로 방대한 자료들을 연구하여 자신만의 스타일로 만화화하는 작업을 해온 김태권은 방대한 역사적 사실들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여러 나라 말로 쓰인 안티파 관련 용어들을 적절한 우리말로 옮기기 위해 많은 책을 참고하였다. 그리고 간결하면서도 전달력 있는 문장을 구사하여, 자칫 복잡하거나 생소할 수 있는 내용을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