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를 사는 이들을 위한 상식 사전”
이 책은 한번 읽기 시작하면 ’다음에는 어떤 디자인 이야기가 있을까?‘ 하고 뒷장이 궁금해진다. 우리 주변에서 보아온 디자인이 어떻게 탄생해서 현재에 이르게 되었는지, 그리고 몰랐던 숨은 이야기까지 명쾌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책은 디자인을 단순히 예쁘게 만드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시각을 제공하고, 디자인에 담긴 가치와 변화를 이해함으로써 일상에서 무심코 사용했던 것들을 새롭게 발견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디자이너는 영감이 떠오를 때마다 노트나 메모지에 아이디어를 쓰곤 하는데, 이 책은 마치 저자가 영감을 얻을 때마다, 디자인에 담긴 감동을 발견할 때마다, 좋은 소재를 찾을 때마다 ‘노트’에 써온 기록물과 같다. 다시 말해 저자가 오랜 시간 기록해온 ‘노트’를 독자를 위해 기꺼이 펼쳐놓은 한 권의 디자인 상식 사전이다.
이 책의 탄생은 이렇다. 2012년 3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저자는 조선일보에 「정경원의 디자인 노트」라는 칼럼을 연재했다. 이 칼럼은 저자에게 있어서 ‘디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이자, 디자인이 이끄는 일상의 혁신에 관한 관심과 이해를 높이고 유용한 정보를 나누기 위한 과제였다. 저자는 무려 7년 반 동안 디자인의 각 분야를 망라해 240편의 노트를 연재했다. 그 이후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자발적 동기로 30여 편을 추가해 총 270여 편의 디자인 노트를 완성했다. 무엇보다 저자는 이 책에 ‘감동’이라는 주제를 넣었다. 그 이유는 디자인 사례를 찾아 그 안에서 무엇을 설명하고 보여줘야 할지를 고심하며 집필하는 과정을 통해 디자인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깨닫는 감동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즉 이 책에는 저자의 그런 7년이라는 길고 긴 시간에서 빚어진 지식과 경험 그리고 감동이 있다.
『디자인 노트: 정경원이 발견한 감동 디자인 144』에는 144편의 디자인 작품이 실려 있다. 270여 편의 디자인 노트 중에서 작품성, 역사성, 장소성, 정체성, 시사성 등을 기준으로 144편을 선정했고, 각 디자인을 ‘사람 중심’ ‘심미적’ ‘새로움’ ‘논쟁적’ ‘창의적’ ‘생각’ ‘이야기’ ‘역사’ ‘공생’ ‘공익’ ‘랜드마크’ ‘미래’라는 12가지 키워드로 나누었다.
① 디자인은 (사람 중심)이다
무엇을 디자인하든 사람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 먼저 사람이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공감을 넘어 감동을 주는 솔루션을 만들어내야 한다.
② 디자인은 (심미적)이다
자연의 아름다움이 신의 선물이라면, 인공물의 아름다움은 디자이너의 작품이다. 심미성은 디자인의 성패를 가늠하는 잣대와도 같다.
③ 디자인은 (새로움)이다
과학기술의 혁신은 새롭고 신기한 디자인의 창출로 이어진다. 특히 색채, 소재, 마무리, 즉 ‘CMF’는 디자인의 진화를 이끄는 해법이 되고 있다.
④ 디자인은 (논쟁적)이다
디자인에 관한 논쟁은 대중의 인지도 제고는 물론 검증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치열한 논쟁에서 살아남아야만 진짜 뛰어난 디자인이다.
⑤ 디자인은 (창의적)이다
창의력은 아이디어의 창출과 해결책을 만드는 능력으로, 디자이너의 역량을 가늠하는 바로미터와 같다. 세상을 바꾸는 디자인은 창의력의 산물이다.
⑥ 디자인은 (생각)이다
디자이너의 생각에 따라 디자인의 수준과 품격이 달라진다. 발상의 전환이야말로 독창적인 디자인의 출발점이다.
⑦ 디자인은 (이야기)다
디자이너는 정서적인 교감을 위해 ‘이야기하기’, 즉 스토리텔링을 활용한다. 해학이나 풍자처럼 웃음과 재미를 선사하려면 공감할 만한 스토리라인이 필요하다.
⑧ 디자인은 (역사)다
디자인은 역사적 사건, 경향, 운동 등에 영향을 받는다. 디자이너의 창작에 시대의 맥락이 DNA처럼 작용하기 때문이다.
⑨ 디자인은 (공생)이다
디자인은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를 돕는 하나의 수단이다. 디자인은 인공물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환경을 개선해 자연과 인공의 공생을 도모하기 때문이다.
⑩ 디자인은 (공익)이다
디자인은 지역사회는 물론 사회 전체의 이익, 즉 공공의 이익을 위해야 한다. 대중과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진심 어린 배려가 디자인을 통한 공익의 출발점이다.
⓫ 디자인은 (랜드마크)다
랜드마크는 경계표를 넘어 물리적 상징물은 물론 웹과 UX 탐색 경험처럼 추상적인 상징까지 포괄한다. 지역의 랜드마크는 ‘글로벌 디자인 자산’이 될 수 있다.
⓬ 디자인은 (미래)다
디자이너는 향후 기술과 트렌드의 발전 방향, 미래 사용자의 욕구와 기호 변화 등에 선견지명을 가지고 이를 통합해서 미래의 인공물을 디자인한다.
디자인은 사람이 진정 원하는 것을 실현하기 위해 이상과 실용의 조화를 도모하는 활동이다. 사람 중심으로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 혁신은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삶의 질을 높여준다. 이 책에 실린 디자인 사례들을 통해 일을 처리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디자인 혁신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각 디자인에 담긴 메시지를 통해 디자인을 위한 유용한 실마리나 시사점을 얻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디자인의 가치와 감동을 발견하는 책”
『디자인 노트: 정경원이 발견한 감동 디자인 144』는 디자인의 가치와 감동을 발견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데서 시작된다. 물건, 장소, 건축물은 그 시대의 증언이다. 그것들을 파악함으로써 20세기에서 21세기로 이어져 가는 인간의 니즈를 발견할 수 있다. 수많은 대상과 이슈, 양식 그리고 다양한 관점이 복합된 디자인들이 있다. 시대가 변화하고 그에 따라 새로운 대상이 등장하고 새로운 양식이 생기며 새로운 문제들이 발견됨에 따라 계속해서 새로운 디자인의 영역이나 종류가 생겨날 것이다. 디자인들이 생겨나는 원인, 배경을 이해하면 자연스럽게 디자인 변화에 앞장서게 될지 모른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저자가 제안하는 ‘디자인의 가치와 감동’이란 무엇일까? 자연이든 인공물이든 보자마자 한눈에 반하는 감동의 순간이 있다. ‘와우 모먼트(Wow Moment)’, 즉 감동 순간이다. 와우 모먼트는 자신이 기대하던 것보다 훨씬 더 뛰어난 것을 접했을 때 생겨난다. 사실 그런 순간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단지 만족스럽다는 느낌을 넘어 마음속 깊이 큰 울림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마음에 큰 울림을 주려는 시도가 섣부른 겉치레나 눈속임으로 그치게 되면 감동은커녕 비웃음과 놀림의 대상이 되기 쉽다. 그렇다면 어떻게 감동 순간이 생겨나게 할 수 있을까? 디자인은 대상의 ‘Look and Feel’ 창출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속에 깊이 새겨지는 인상을 만든다. 인공물의 형태와 기능의 조화를 통해 보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고, 나아가 감동을 자아내는 특성을 만드는 게 디자인의 힘이다.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은 훌륭한 디자인의 산물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의 일상에서 감동 순간을 경험하길 바란다.
기업과 도시 그리고 국가 로고부터 주방용품, 가구, 은행 서비스, 미래의 항공기 콘셉트에 이르기까지 이 책에서 다룬 사례들은 사람들이 꿈꾸는 이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 디자인의 진정한 힘은 감동을 자아내는 인공물의 특성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와우 모먼트’의 원동력인 감동 디자인은 이상주의와 실용주의가 적절히 균형을 이루는 디자인과 프로세스에 의해 성취될 수 있다. 이 책의 각 디자인 노트에서 감동 디자인을 위한 원칙의 실마리들을 찾아보는 것은 참으로 흥미로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