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 소리, 터울, 구렛나루… 희귀병, 피로 회복제…
엉터리 우리말을 바로잡고,
바른말을 유쾌하게 알려 주는 우리말 비법서
단어의 뜻을 제대로 알아야 확실하게 이해하고 정확하게 쓸 수 있다. 어휘 공부가 문해력과 표현력에 필수적인 이유다. 〈당신은 우리말을 모른다〉 ‘어휘 편’은 사람들이 흔히 잘못 쓰는 우리말의 사례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예를 들어 ‘발자국 소리’라고 흔히 표현하는데, ‘발자국’은 “발로 밟은 자리에 남은 모양”을 나타내는 말이니, 소리를 내지 않는다고 지적하는 것이다. “발자국이 뚜렷하다”처럼 쓰고, “발을 옮겨 디딜 때 발이 바닥에 닿아 나는 소리”는 그냥 ‘발소리’나 ‘발걸음 소리’로 쓰면 된다고 예시도 들어 준다. ‘터울’도 무척 많이 틀리는 말이다. ‘터울’은 “한 어머니의 먼저 낳은 아이와 다음에 낳은 아이와의 나이 차이”를 뜻하는 말인데, 형제나 자매가 아닌 아무에게나 ‘두 살 터울이다’ 따위로 쓰는 일이 흔하다.
또 이 책은 우리말의 어원이나 유래를 함께 설명해 기억하기 쉽도록 돕는다. ‘구렛나루’를 보자. 귀밑에서 턱까지 잇따라 난 수염을 가리켜 흔히 ‘구렛나루’라고 하는데, 이 말은 틀렸다. 바른말은 ‘구레나룻’으로 여기서 ‘구레’는 “말이나 소 따위를 부리기 위해 머리와 목에서 고삐에 걸쳐 얽어매는 줄”을 뜻하는 ‘굴레’의 옛말이고, ‘나룻’은 “수염”의 옛말이다. 굴레처럼 난 수염이 구레나룻인 것이다. ‘이면수’라고 잘못 부르는 물고기의 이름은 임연수라는 어부에게 잘 잡혀서 ‘임연수어’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임을 안다면, 더 이상 ‘임연수어’ 이름을 잘못 부를 일은 없을 것이다.
책에서는 헷갈리는 우리말을 모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햇빛과 햇볕, 햇살이 그 예다. ‘햇빛’은 말 그대로 “해의 빛”, ‘햇볕’은 “해가 내리쬐는 기운”을 뜻한다. 밝기를 뜻할 때는 햇빛, 온기를 나타낼 때는 햇볕으로 표현해야 하는 것이다. ‘햇빛’이나 ‘햇볕’이 적절하지 않다 싶을 때는 ‘햇살’이 더 어울릴 수 있다. ‘햇살’은 “해에게서 나오는 빛의 줄기 또는 그 기운”을 뜻하기 때문이다.
우리말의 7할이 한자말이기에 ‘우리말 고수’가 되기 위해선 한자말 공부도 필수이다. 한자말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지 못해 우리말을 잘못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희귀병’과 ‘피로 회복제’가 그런 경우이다. 우선 ‘희귀’는 ‘드물 희(稀)’와 ‘귀할 귀(貴)’로 이뤄진 말이다. 여기에 ‘병(病)’이 붙었으니 “보배롭고 보기 드물게 귀한 병”이 되고 만다. ‘희귀’의 뜻을 생각하지 못한 사람들이 끔찍한 병마와 싸우는 사람들에게 ‘귀한 병’에 걸렸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희귀병’은 대개 ‘난치병(難治病)’으로 쓰면 말이 통한다. “매우 드문 병”이라는 의미를 나타내려면 ‘희소병(稀少病)’으로 쓰는 것이 옳다. ‘피로 회복제’ 역시 한자말의 의미를 깊게 생각하지 못해 잘못 쓰는 말이다. ‘피로(疲勞)’는 “과로로 정신이나 몸이 지쳐 힘듦. 또는 그런 상태”를 뜻하니, ‘피로 회복’은 “사라져 가는 피로를 되살려 낸다”는 아주 엉뚱한 표현이 되고 만다. ‘피로 회복제’는 ‘피로 해소제’나 ‘원기 회복제’가 돼야 한다. 이 외에도 ‘유모차(乳母車)’는 마치 엄마만 사용한다는 인식을 주기 쉬우므로 ‘유아차(幼兒車)’로 대체하자는 사회 분위기를 얘기하는 등 시대 감수성을 고려한 우리말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싶어 하는 지식들은 대개 우리말로 적혀 있다. 따라서 우리말 공부는 모든 공부의 기초라고 할 수 있다. 진정한 우리말 달인이 되기 위해 지금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우달이’가 작정하고 그동안의 지식과 지혜를 한 권의 책에 모았다. 그러니 이 책이 여러분이 ‘우리말 고수’가 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다.
〈추천사〉
엄민용 작가는 나의 사부(師父)다. 10년 전 출판사에서 일하고자 마음먹었을 때 찾아간 곳이 엄민용 선생의 어휘 수업이었다. 당시 엄 선생은 당대 최고의 어휘력 고수였고, 내게 글쓰기 책을 써 보라고 권한 은인이기도 하다. 나는 엄 선생 덕분에 〈대통령의 글쓰기〉라는 책을 쓸 엄두를 냈다.
10년 만에 다시 듣는 엄 선생의 어휘 수업 〈당신은 우리말을 모른다〉 ‘어휘’ 편. 역시 엄민용은 엄민용이다. 어쩌면 이렇게 어휘 공부가 재밌을 수 있단 말인가. ‘이 낱말 뜻이 이거였어?’ ‘그렇지 않아도 이것 되게 헷갈렸는데.’ ‘하마터면 죽을 때까지 잘못 알고 살 뻔했네.’ 읽는 내내 감탄의 연속이었다. 조금이라도 우리말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 보기를 권한다.
_강원국(〈대통령의 글쓰기〉 작가)
이 책은 두 가지 놀라운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하나는 ‘어휘 책이 이렇게 흥미로울 일인가’ 싶게 재미있다는 점입니다. 평생을 한국어를 써 온, 그래서 한국어를 잘 안다고 믿는 독자의 허를 찔러 무릎을 탁 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강점은 손에 잡힐 듯 선명한 효용감입니다. 무릎을 치며 읽다 보면 어느새 우리말에 대한 지식이 큰 폭으로 넓어진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머릿속에만 맴도는 지식이 아니라 글을 읽고 쓸 때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지식이지요.
_최승필(〈공부머리 독서법〉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