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이 일하고,
그럼에도 사회는 더 열심히 일을 사랑할 것을 요구한다
언젠가부터 일에서 성취감, 즐거움, 의미, 심지어 기쁨을 찾을 수 있고 그래야 한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다. “사랑하는 것을 일로 삼아라. 그러면 평생 일을 안 해도 된다.”와 같은 소셜 미디어에 떠도는 수많은 말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일이 성취감의 근원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이제 상식처럼 되어 버렸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사회에 퍼진 것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고, 불과 1970~80년대부터 변화가 시작되어 지금까지 이어져온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이 짧은 역사는 사회의 변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자본주의가 사회에 자리 잡고 사람들의 인식을 지배하는 과정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 자본주의 초기에 사람들을 일터로 밀어 넣을 때 썼던 방법은 강요였지만, 신자유주의는 일은 좋아서 하는 것이라는 이념으로 포장했다. 그 결과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이 일하고 있고, 근무가 끝나도 늘 대기상태나 마찬가지다. 이렇게 스트레스와 초조함, 외로움이 쌓여간다. 사랑해서 하는 일이라는 ‘사랑의 노동’은 사기라고 저자는 이 책에서 단언한다. 마치 구석기 시대 선조들이 매머드 사냥을 ‘정말 즐겼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1부에서는 가정 내 여성들의 무급 노동에서 시작해, 가사 노동자, 교사, 서비스직에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 사랑의 노동이 확대되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책에 나오지 않지만 간호사, 마트 직원, 식당 종업원, 콜센터 상담원도 여기에 포함될 것이다. 코로나19 기간에 이런 일들 대다수가 ‘필수’ 직종이라고 불리며 우리 모두의 생존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며 계속 일해야 한다는 기대를 고스란히 떠안았다. 이런 일을 하는 노동자들은 웃음을 띠고 마음에서 우러나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고, 고객의 감정과 필요를 늘 자신들의 감정과 필요보다 우선시해야 한다고들 한다.
2부는 ‘배고프지만, 열정을 가지는 것이 멋진’ 일이라는 통념이 무급 인턴, 시간강사, 개발자와 심지어 프로 운동선수들에게까지 적용되는 과정을 따라가본다. 이들은 이처럼 멋진 일을 했으면 하고 선망하는 사람들이 수백, 수천 명이나 되니, 그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라는 말을 듣는다.
‘사랑은 일 같은 것에 낭비되기에는
너무 크고, 아름답고, 위대하고, 인간적이다.’
이 책을 통해 만나게 될 노동자들은 일을 사랑해서 열심히 일한다는 개념에 도전해왔고, 흔히 간과되고 악용되는 착취라는 중요한 개념을 일깨워준다. 우리가 착취를 착취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것은 사랑의 노동이라는 신화에 현혹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책 전체에서 말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사랑이라는 가면 뒤에 숨은 강요가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노동자들은 행동을 개시하기 시작했다. 사랑의 노동이 부질없음을 경험하며 겪는 번아웃 증상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한 예이다. 반복되는 해고, 만성적인 저임금, 민간부문 지원 축소 등의 요인들로 일을 사랑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졌다. 학자금 대출은 쌓여가고, 근무 시간은 늘어나고, 친구들과 놀고 있든, 장례식장에 있든, 자기 전이든, 휴대폰으로 직장 이메일에 답을 해야 한다.
물론 어떤 모습으로 변하든 사회는 늘 우리에게 무언가를 요구할 것이다. 하지만 그 세계는 그런 부담을 나눌 수 있고, 일을 더 유쾌하게 배분하고, 원한다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세상이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서로를 돌보는 일이 사회의 누군가가 떠넘긴 책임이 아니고, 우리 스스로를 돌볼 시간이 많은 세상일 것이라고 말이다.
‘사랑하는 일’이라는 우리 발목을 옥죄고 있는 마법을 어떻게 깰 수 있을까? 이 책은 사랑은 사람 사이에서만 가능하다고 이해하는 것이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연대감이 그렇듯, 사랑은 반드시 쌍방이 존재한다. 일이 사랑을 줄 수는 없지만, 동료라면 가능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자의 말처럼 ‘사랑은 일 같은 것에 낭비되기에는 너무 크고, 아름답고, 위대하고, 인간적이다.’ 이 책을 통해 사랑의 노동이라는 속박에서 벗어나 진짜 일의 의미를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