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을 이해하려면…”
글이 말하는 소리에 귀 기울여라!
고쳐쓰기란 단순히 오탈자를 잡아내고 오류를 수정하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글의 의도를 더 분명히 벼리고, 자기 글을 바닥부터 찬찬히 생각해봄으로써 내가 하려는 말, 내가 가려는 방향, 그리고 독자를 특정 방향으로 이끌려는 이유를 명확히 하는 일에 가깝다. 또한 무엇을 놓쳤는지, 무엇이 방해가 되는지, 문장 배치나 어조는 적절한지 살핀다. 말해야 할 것, 말하지 말아야 할 것, 다른 방식으로 말해야 할 것도 염두에 둔다.
이때 도움이 되는 방법이 소리내어 읽기다. 짜임새 있는 좋은 글은 읽기에도 좋을 뿐 아니라 듣기에도 좋다. 저자는 ‘청각적 쓰기acoustic writing’이라 하여 소리내어 가다듬는 방식을 강조하는데, 여기에서 핵심은 ‘글이 직접 말할’ 수 있도록 반복해 낭독하고 듣는 것이다. 즉, 경청하기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단어 자체를 넘어 단어들이 이루는 층위와 기원, 간격과 휴지, 개념을 만들어나가는 크고 작은 모양새도 들을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좋은 글인지 엉성한 글인지는 써놓고 읽어 보면 안다. 좋은 글은 글의 모든 요소가 충실히 제 역할을 하는 덕분에 입에 착 감기는 것이 껄끄러움이 없다. 주제를 제시하면서 주장의 타당성을 충분히 보여주고, 오해를 바로잡고, 독자가 숨을 고르며 내용을 소화할 틈도 허락한다. 이런 글을 쓰려면 우선 초안을 반복해 읽고 듣고 하며 글이 내는 소리에 귀 기울여 한다. 귀-마음속에 있는 귀-는 글쓰기의 가장 소중한 도구다.
“중요한 것은 경청이다. 귀로 읽어야 할 것이 상당히 많다. 다시 읽고 또다시 들어야 할 것이 많다. 경청은 글쓰기와 퇴고 과정에서 다 필요하며, 이 책의 요지도 결국은 경청이라고 할 수 있다.”
‘글이라는 언어’로 만들어진 집은
3A(논지Argument, 구조Architecture, 독자Audience)가 탄탄하다
이른바 좋은 글이란 정확한 문장에 글쓴이의 논지Argument가 논리적으로 전개됐을 때다.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가 명확해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구조Architecture도 탄탄해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잘 쓴 글이라도 독자Audience와 소통이 되지 않으면 그 또한 좋은 글이라고 할 수 없다. 고쳐쓰기 과정에서는 무엇보다 논지, 구조, 독자, 이름하여 3A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때 공간적 측면에서 글의 구성을 상상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글은 지면이라는 2차원 평면에 존재하지만 사실상 다양한 차원을 넘나들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제안하는 3차원적 관점에서 글의 구성을 살피는 기본 원칙이 있다. 올려다보며 고쳐쓰기, 내려다보며 고쳐쓰기, 가로지르며 고쳐쓰기, 멀리 보며 고쳐쓰기가 바로 그것이다. 올려다보며 고쳐쓰기revising up는 미진한 부분, 빠진 부분을 덧붙여 채워 넣는 과정이고, 내려다보며 고쳐쓰기revising down는 필요 없는 부분을 없애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재빨리 넘어갈 곳과 여유롭게 풀어 쓸 곳, 요약할 곳과 상세하게 기술할 곳을 파악하며 글의 논지를 강화할 수 있다. 가로지르며 고쳐쓰기revising across는 글의 내적 통일성을 다지는 과정이다. 이 단계에서는 단어, 문장, 문단 등 텍스트의 모든 단위가 하나의 구심점을 향해 가고 있는지 점검한다. 마지막으로 멀리 보며 고쳐쓰기revising out는 독자를 인식하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글을 쓰는 최종 목표는 독자에 닿기 위함임을 상기할 수 있다.
“내가 쓰는 게 곧 나다.
원고를 고칠 때면 나 자신도 다듬게 된다”
작가 매기 넬슨은 말했다. “당신이 써놓은 것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당신이 말하려던 것을 발견하라.” 고쳐쓰기는 글을 통해 전하려는 바를 자기 스스로 바르고 정확히 이해하는 첫 단계이자, 세상 밖으로 글이 나오기 전까지 자신의 생각을 정확히 글로 담아내는 마지막 단계다. 고쳐쓰기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이기도 한데, 이는 결국 “나는 왜 쓰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글쓰기는 ‘나’를 향한다. 모든 학술적 텍스트에는 ‘나의 생각과 주장’이 드러나야 하고, 비평의 출발점도 ‘나는 이렇게 보았다’가 기본축이다. 소설과 에세이에도 ‘나만의 감성과 관점’이 담겨 있지 않으면 밋밋하다.
저자는 “글쓰기와 고쳐쓰기 모두 인간의 일이다”라고 말한다. 인간이 하는, 인간에 관한 일이라고. 벤저민 프랭클린은 스물두 살에 미리 써놓은 비문에서 이렇게 밝혔다. “인쇄업자 벤저민 프랭클린의 몸이, 그 내용이 진부해지고 글자와 금박도 다 벗겨진 오래된 책처럼 여기에 누워 벌레들의 먹이가 되길 기다린다. …하지만 다시 한번 신성한 작가의 손으로 교정되고 수정되어 더 새롭고 아름다운 책으로 태어나리.” 미국의 작가 너새니얼 매키는 〈안둠불루의 노래〉라는 시에서 우리 인간을 가리켜 “인간성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초안”이라고 묘사했다. 어쩌면 우리는 쓰고, 고치며, 자기만의 수정본을 안고 살아가는 셈이다.
문을 쾅 닫아버리고 배움을 거부하지 않는 한, 우리는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며 변화해간다. 더 나은 변화는 글을 쓰고 있는 책상 앞에서, 또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 공간에서 일어난다. 목표한 정도에 다다를 때까지 다듬고, 다시 고민하고, 고쳐쓰는 과정에서 말이다. 주의 깊게 글을 고치다 보면 차량 내비게이션이 “경로를 재탐색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생각의 경로를 틀어야 할 때도 있다. 단 몇 분이라도 길을 잃었다고 생각될 때 고쳐쓰기를 하면 방향성 없는 경로에서 되돌아오게 된다. 때에 따라 적절히 경로를 다시 탐색해보자. 이것이야말로 길을 잃었을 때 배움을 얻는 직관적인 능력이자 경로에서 이탈했더라도 다시 길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