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괴의 날》
★ ENA 수·목 드라마 〈유괴의 날〉 원작
유괴범과 천재 소녀의 유쾌한 일상 미스터리
“소개할게, 이쪽은 내 유괴범.”
호구 잡히기 십상이라는 말로 평생 놀림받아온 명준은 오직 현재만 보고 사는 단순한 사람이다. 지금 그에게 중요한 것은 아픈 딸 희애뿐. 수술을 하지 못하면 희망이 없는 상황에 절망한 명준 앞에, 3년 전 일언반구 없이 사라졌던 희애 엄마 혜은이 나타난다. 희애의 수술비를 위해 부잣집 딸 로희를 유괴하자는 제안과 함께. 범죄는 안 된다며 극구 거부했지만, 로희는 사실 가정 내 폭력에 시달리는 가엾은 아이로, 무사히 돌려보낸 후 몰래 신고해주면 아이를 도와주는 셈이라는 말에 설득되어 결국 범행을 실행한다. 그런데 너무 긴장한 탓일까. 실수로 로희를 차로 치고, 사고 후유증으로 아이는 기억을 몽땅 잃고 만다. 아빠냐고 묻는 로희에게 엉겁결에 그렇다고 대답한 명준은 서둘러 아이를 집에 돌려보내고자 부모에게 전화를 하지만 받지 않는다. 답답한 명준은 직접 찾아가는데, 그들은 전화를 받지 않은 게 아니라 받을 수 없었다. 집에서 잔인하게 살해된 채 발견된 부부. 경찰이 살인범과 유괴범이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할까 초조한 명준에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로희가 그의 어설픈 거짓말을 꿰뚫고 명준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명준과 로희는 가해자와 피해자 혹은 어른과 아이라는 대비가 명확한 관계인 듯하지만 명준이 단순하고 어리숙한 반면 로희는 두뇌 회전이 빠르고 영민한 아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며 위치가 전도된다. 사건을 추적하는 중에 아빠와 딸을 연기하게 되면서 두 사람의 관계성은 다시 바뀌는데, ‘아빠’라는 호칭을 부르는 것마저 낯선 가정에서 자란 로희가 딸 바보 명준의 다정함을 무시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작에서 “나를 죽이는 것도, 나를 살리는 것도 가족”이라며 가족의 중요성을 말한 작가는 《유괴의 날》을 통해 자식을 소유물로 생각하는 한국 사회를 풍자하고, 유괴범과 유괴된 피해 아동인 명준과 로희의 기묘한 유대를 보여줌으로서 진짜 가족의 의미를 되묻는다.
《구원의 날》
유괴로 인해 삶 끝까지 내몰린 한 가족의 감동 스릴러
“거기 그 애가 있었어요.”
불꽃놀이 축제에 아들 선우를 데려간 예원은 인파 속에서 그만 아이를 잃어버린다.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했던 남편 선준도 예원과 함께 아이를 찾지만, 어디에서도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유괴라면 요구 사항이 있을 거라는 경찰의 말을 믿고 기다리지만, 유괴범의 연락은 오지 않는다. 단순히 미아가 된 거라면 왜 선우를 찾을 수 없는 것일까. 선우는 아직 어리지만 영리해서, 엄마 아빠의 전화번호는 물론 집 주소까지 외우고 있었다. 실마리를 잡지 못한 채 3년이 흐르고, 예원은 죄책감을 견디지 못해 병원에 입원한다. 그곳에서 동요 가사를 선우와 똑같이 바꾸어 부르는 아이, 로운을 만나게 되고 충동적으로 병원을 탈출해 집에 데려온다. 로운이 집에 걸린 가족사진을 보고 선우를 알아보자 예원과 선준은 이 아이의 존재 자체가 선우를 찾고 자신들의 평온한 일상을 회복하게 해줄 마지막 구원의 기회임을 깨닫는다.
《구원의 날》에는 아이를 잃어버린 예원과 선준, 관심과 애정이 결핍된 아이 로운이 등장한다. 자신의 아이를 찾기 위해 다른 아이를 유괴한 예원과 선준에게 마냥 싸늘한 시선을 보낼 수 없는 것은 이야기를 따라가는 과정에서 부부가 가진 선우에 대한 간절함과 로운을 향한 진심 어린 죄책감을 독자가 알게 되기 때문이다. 사건이 전개되며 스스로를 해칠 정도로 극심한 분노를 느끼는 예원과 로운을 방치하는 무책임한 엄마 주희를 통해, 작가는 육아를 오롯이 개인의 몫으로 떠넘기는, 최소한의 사회 안정망조차 부재한 한국 사회에 문제를 제기하고 아이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손쉽게 그 부모를 비난하는 여론의 차가운 태도에 경종을 울린다.
로운과의 만남을 계기로 인물들이 새로운 정보를 수집하며 마침내 아이의 실종과 관련된 모든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 독자는 왜 정해연이 “놀라운 페이지터너”라는 찬사를 받는 작가인지 실감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전에 없던 새로운 한국형 스릴러의 세계, ‘정해연이라는 세계’에 기꺼이 뛰어들 준비를 마치게 될 것이다.
《선택의 날》
선한 얼굴 뒤에 도사린 악의를 파헤치는 코믹 치정 스릴러!
“한순간에 잘못 판단했습니다.”
종현은 어느 날 자취를 감춰 몇 주째 나타나지 않는 아내 현아가 실종 되었을 거라고 경찰에 신고한다. 그러나 경찰은 시큰둥한 태도로 현아를 단순 가출로 처리해 버린다. 그리고 어느 날 누군가가 종현의 집 현관문을 부수고 들이닥친다. 집에 무단으로 침입한 사람은 고구남이라는 남자. 구남은 현아에게 2억 원을 사기당했고, 종현과 현아가 한 패가 아니냐며 의심한다. 그리고 현아를 만날 때까지 종현 집에 눌러앉겠다고 통보한다. 혼란스럽기만 한 종현. 그는 우연히 침대 아래에서 현아가 임신한 흔적을 발견한다. 두 남자는 현아의 행적을 좇지만 하나씩 파헤치다 보니 그녀의 신상은 전부 가짜다. 종현과 구남이 함께 현아의 흔적을 되짚을수록, 종현은 어쩐지 남편인 자신보다 구남이 현아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한편 뉴스에서는 6세 아이 유괴 용의자로 현아가 지목된다. 두 사람은 큰 충격에 빠진다. 그리고 갈등한다. 현아인 것을 알아보았으니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는 종현과 하면 안 된다는 구남은 의견을 좁힐 수 있을까. 현아는 정말로 임신했을까. 종현과 구남은 유괴된 아이와 현아, 그리고 태아를 모두 구할 수 있을까. 사랑 많고 다정하고 선하기까지 했던 그녀, 현아의 진짜 모습을 찾아 헤매는 남편 종현과 내연남 구남의 웃지 못할 코믹 치정 스릴러가 펼쳐진다.
《선택의 날》은 인간의 결핍과 상실에서 시작되어 비대해진 욕망에 대해 이야기한다. 비틀려버린 욕망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이는 바로 현아다. 작가는 ‘유괴 범죄’라는 다소 무거운 범죄를 이야기하지만,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보편적인 삶의 모습은 ‘선택’에 관한 것이다. 한순간의 선택이 가져오는 수많은 책임들에서 인간은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지, 책임질 수 있는 자유를 위해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나의 결핍과 욕망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이끈다.
페이지 터너 정해연은 ‘날 3부작’ 특유의 공통점인 경쾌하면서도 묵직한 문장들로 인간의 내면을 다루며 독자에게 재미와 치유를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