헷갈리지만 꼭 알아야 할
맞춤법과 띄어쓰기의 모든 것
구지(굳이), 문안(무난), 어의없다(어이없다), 명의회손(명예회손), 모르는 개 산책(모르는 게 상책), 일해라 절해라(이래라 저래라), 신뢰지만(실례지만), 골이따분(고리타분)… 최근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놀라운 맞춤법 모음에 등장하는 예시들이다. 충격적이고 황당한 표기가 놀랍기도 하지만, 정말 그렇게 알고 쓰는 사람이 많다고 하니 맞춤법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된다.
사실 우리말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막상 글을 쓰려면 헷갈리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축약된 문자 메시지나 인터넷 용어 등에 익숙해지면서 맞춤법과 띄어쓰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이 늘었다.
이러한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낀 우리말 전문가 〈중앙일보〉 배상복 기자가 한 권으로 쉽게 끝내는 맞춤법 책 ≪우리말 맞춤법 수업≫을 펴냈다. 이 책은 꼭 알아야 할 맞춤법의 기본 원칙과 띄어쓰기 등을 어렵고 복잡한 이론이 아닌, 일상의 예문과 예시를 통해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다. 특히 복습 문제 100개를 수록해 직접 문제를 풀어보면서 실력을 점검할 수 있다. 맞춤법이 곧 교양인 시대, ≪우리말 맞춤법 수업≫으로 내 글과 말에 품격을 높이자.
“빨리 낳으세요”
아픈 사람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낼 때는 “빨리 나으세요”라고 해야 하지만 “빨리 낳으세요”라고 잘못 적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낳으세요’라면 아기를 낳으라는 얘기다. 아픈 사람에게 빨리 출산하라는 말이니 상대방 입장에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다. ‘낳으세요’는 ‘낳다’의 어간 ‘낳’에 공손한 요청을 나타내는 ‘~으세요’가 붙은 형태다. 병이나 상처가 원래대로 회복되는 것은 ‘낳다’가 아니라 ‘낫다’다.
“2년간 사겼다”
문자 메시지나 SNS 글을 보면 “여자친구랑 2년간 사겼다” “이런 남자 있으면 나도 사겼다” “지난해부터 사겼다” 등처럼 ‘사겼다’는 표현이 많이 나온다. ‘사겼다’를 풀이해 보면 ‘사기다’에 과거를 나타내는 ‘었다’가 결합한 ‘사기었다’가 줄어든 말이다. 그렇다면 ‘사기다’는 무슨 뜻인가. 나쁜 꾀로 남을 속이는 것을 의미하는 ‘사기(詐欺)’에 서술형어미인 ‘다’가 붙은 형태다. 따라서 “여자친구랑 2년간 사겼다”는 말은 여자 친구와 2년간 함께한 시간이 사기였다는 말과 비슷해진다.
“오만원이세요”
백화점·할인마트 등 계산대의 점원에게서 특히 많이 듣는 말이 “5만원이세요” “10만원이세요” 등처럼 ‘~세요’ 표현이다. 과거엔 이런 말을 별로 들어 본 적이 없으나 근래 들어 부쩍 늘었다. “5만원입니다” “10만원입니다”라고 하던 것을 더욱 정중하게 표현한다는 의도로 이런 말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과연 이 말이 손님을 더욱 존대하는 표현일까. ‘~세요’ 자체는 존대를 나타내는 말로 쓰이는 것이 맞다. “우리 어머님이세요” “저희 선생님이세요” 등과 같이 사용된다. 그러나 예문에서 보듯 존대의 대상은 사람이어야 한다. 사물이 존대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만약 “이것은 제 노트북이세요”라고 한다면 얼마나 웃기는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