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사람들은 법이 공정하다고 느낄 때 법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하지만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법이 공정하다고 느끼는지는 의문이다. ‘법 앞의 평등’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법에 의한 평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법에 의한 평등’은커녕 ‘법 앞의 평등’조차 제대로 지켜지는 않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법을 이용해 자신의 편익을 추구하려고 하는 이들로 인해 법의 공정성은 물론 그 가치마저도 의심받고 있기 때문이다. 개개인의 옳고 그름이 서로 대립하고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이해관계가 다층적으로 얽힌 상황에서 공존을 위해 선택한 타협의 결과물이 법이라면, 그것은 누구를 위한 타협인 것일까?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함무라비 법전의 구절을 ‘복수’의 의미와 함께 피해 입은 것 이상의 과도한 복수를 금지한다는 의미라는 것을 설명하면서 이는 약자들에게 정의를 가져다 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는 부분을 비롯해 많은 부분에서 부자보다도 가난한 자를, 강자보다는 약자를, 승자보다는 패자의 위치에 서서 “다수 대중의 행복이라는 법의 정신을 계승하는 사회적 규칙으로.”라는 저자의 생각을 분명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규칙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규칙에 대한 규칙”이다
우리 사회를 움직이고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 요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핵심은 입법, 즉 ‘규칙’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입법 과정을 거친 법률은 우리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사회적 변화에 따라 새로운 입법이 이루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입법에 의해서 새로운 사회적 변화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국회 입법조사관으로 ‘국회의원의 일’, 즉 입법 활동을 돕는 일을 했던 저자는 규칙과 사회변화의 상관성이나 규칙 자체만큼 중요한 것이 규칙이 만들어진 이유와 과정이라고 말한다. 규칙이 왜 생겼는지, 규칙의 목적이 무엇인지, 규칙을 통해 어떤 사회를 만들어가야 할 것인지의 문제, 즉 ‘규칙을 위한 규칙’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규칙을 위한 규칙에 관심은 낡은 법을 바꾸거나 새로운 법을 제정할 때, ‘법의 정신’이 훼손당하지 않게 만드는 보루의 역할을 한다. 규칙을 위한 규칙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힘을 가진 사람의 ‘권한’을 줄이고 힘이 없는 사람의 ‘권리’를 확대하는 ‘규칙’, 소수가 아닌 다수의 편에 서
는 ‘규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저자는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승자독식과 능력주의에 따른 ‘편협’한 방식의 성공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공의 방식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