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의 토지제도를 비롯한 사회경제사와 성리학, 실학 등
사상사에서 선구적인 업적을 쌓은
역사학자 고 김태영 교수의 논문선집!
40여 년을 한국 사회경제사와 사상사 연구에 헌신한 사학자 고 김태영 교수. 그는 방대한 저작과 논문을 집필하고 민주화운동과 역사문화운동에 관여하는 등 학술연구와 현실참여 양 측면에서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그중에서도 조선 시대의 토지제도를 비롯한 사회경제사, 성리학과 실학 등 사상사에서 선구적인 업적을 쌓았다. 수많은 논저를 남겼지만, 특히 「조선전기 토지제도사연구」는 해방 이후 명저 100권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고 김태영 교수의 학문적 업적을 널리 알리고자 후학과 제자들이 저자가 미처 책으로 엮지 못한 글들을 모아 〈김태영 논문선집〉을 발간했다. 〈김태영 논문선집〉은 제1권 「조선 전기 과전법 연구」, 제2권 「조선 전기 사회와 사상」, 제3권 「실학, 그 역사상의 재인식」, 제4권 「다산 정약용의 국가개혁론」 전 4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체적인 흐름은 고 김태영 저자가 중점을 둔 학문적 관심사의 변천과 궤를 같이한다. 이 논문선집을 통해 평생 연구에 매진해 한국사 이해의 폭을 확장하고자 했던 고 김태영 교수의 학문적 깊이와 문제의식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성리학을 극복하고 국가와 민생의 현실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실학의 발전 양상과 그 역사적 의미를 심층 분석하다!
조선시대 국가 통치 이데올로기인 성리학은 참담한 사화의 시대를 경험하면서 그 폐정을 극복하기 위해 본원주의적 왕정론을 제시하였으나, 양란으로 크게 피폐해진 국가와 민생의 현실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통치체제의 근본적 개혁을 통해 국가와 민생의 현실적 과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새로운 학풍으로 ‘실학’이 등장했다.
조선 성리학과 실학은 모두 유교의 경전을 기본 텍스트로 삼았고, 이상적 통치 형태인 왕도의 실현을 최고의 목표로 하였다. 둘 다 유학의 새로운 형태이지만 성리학과 실학은 각기 역사와 현실의 해석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며, 시대적 요청에 따라 각기 학풍의 내용을 달리하였다.
‘탈성리학적’인 학풍이라고 흔히 불리는 실학은 임진ㆍ병자의 양란과 국제정세의 질적 변천을 목도하면서, 국가사회의 존립 기반인 소농의 몰락과 유망으로 대표되는 혼란스러운 현실이 결코 폐정 탓만이 아니라 근원적으로 통치법제 자체가 지닌 구조적 결함에서 기인한다고 인식하였다. 그래서 ‘조종의 법제’를 포함한 통치법제의 근본적 개혁을 주장하였다. 따라서 조선 성리학과 실학이 각기 추구하는 왕정론은 매우 다른 성격을 띤 형태로 구현되었다.
실학의 개혁론은 역사적으로 한 걸음 더 진보한 통치론이었으나, 유교 경전의 본원적 이념을 추구하였기에 복고적인 성향을 띨 수밖에 없었다. 다산 정약용으로 대표되는 실학자들의 개혁안은 낡은 인습의 역사를 지양하고 새로운 시대의 창출을 갈망하는 새로운 국가체제론의 기본 표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
유형원, 유수원, 안정복, 정약용, 한치윤 등
조선시대 대표적인 실학자들의 사상을 조명하다!
‘주자 성리학’이 권력과 부의 편중에서 야기되는 조선왕조의 비리와 인습을 해결하지 못하자, 일부 학인들이 현실을 개혁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모색하게 되었다. 그들은 ‘탈성리학’의 독자적 사유를 바탕으로 제3의 시각을 확립하고자 하였다. 실학의 등장이었다. 그들은 유학의 이상인 왕정(王政)을 실현할 수 있는 궁극적 방법으로 국가체제의 근본적 개혁을 추구하였다. 유형원, 유수원, 안정복, 정약용, 한치윤 등은 실학의 체계화와 발전에 많은 공헌을 하였다.
반계 유형원은 실학을 하나의 학풍으로 체계화하였다. 그에 따르면 왕정이 구현되었던 삼대(三代)의 법제는 천리(天理)에 따라, 후세의 법제는 인간의 사욕(私欲)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었다. 삼대 이후로 국가의 통치가 화란에 화란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전의 폐습을 그대로 따랐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현실의 모순을 근본적으로 개혁하기 위해서는 왕정을 회복할 수 있는 새로운 통치 법제의 정립이 절실한 과제라고 보았다. 유형원의 개혁 구상은 「반계수록」에 집약되었다. 그것은 유교 이념의 국가체제론 가운데 가장 독자적 내용을 갖춘 창의적 저술로 평가된다.
농암 유수원은 「우서」를 통해 조선왕국의 고질적 폐습인 문벌 제도를 타파하고, 사족 신분이나 관직 같은 지배적 신분과 지위를 개별 인간의 자질과 노력 여하에 따라 획득할 수 있도록 개방해야 한다는 개혁안을 제시하였다. 아울러 상공업을 국책 과제로 집중 발전시킴으로써 기존의 사회체제에 충격을 가하고 조선왕국의 빈궁한 경제 현실을 타개하고자 하였다. 「우서」의 실학적 개혁론은 이념적인 것을 추구하기보다는 실질적, 공리적 실효성을 중시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해동역사」는 한치윤이 철저한 고증학적 방법으로 편찬한 새로운 역사서이다. 저자는 ‘해동’ 지역의 역사에 관한 고대 ‘동이족(東夷族)’의 기록이 미비하다는 사실에 주목하여, 중국과 일본의 자료를 토대로 내용을 구성하였다. 인용된 중국 측 자료가 540여 종, 일본 측 자료가 20여 종에 달한다. 유득공은 관련 사료를 직접 배열함으로써 사료 자체로 사실(史實)을 말하게 하는 방식을 취했고, 찬자 자신의 해석과 견해는 최소한으로 한정하였다.
「실학, 그 역사상의 재인식」은 이러한 조선 시대 사회와 사상을 통해 현대 사회에 대한 통찰과 대안을 제시한다. 고 김태영 저자가 혼신의 열의를 다해 추구한 궁극의 목표가 국가와 사회의 개혁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제대로 된 나라’, ‘제대로 된 사회’. 고금을 막론하고 궁리하였던, 그러나 쉬이 해결하지 못했던 지난한 문제가 다시 초미의 현실적 과제로 다가온 이 시대,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현대 사회에 대한 통찰과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김태영 논문선집〉
1권 「조선 전기 과전법 연구」
2권 「조선 전기 사회와 사상」
3권 「실학, 그 역사상의 재인식」
4권 「다산 정약용의 국가개혁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