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어딘가에 살아 있을 법한 낯선 생물,
“우리가 그려온 수많은 크리처는 사실, 살아 있기를 원한다!”
▲모두에게 사랑받는 그럴듯한 환상 동물, 크리처
언젠가 우리 가슴을 설레게 만들던 이야기를 떠올려 보자. 그 끝에는 항상 그럴듯한 크리처 캐릭터가 있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골룸, 〈해리포터〉의 도비, 〈스타워즈〉의 츄바카처럼 어떤 크리처는 그 작품의 정체성이라 부를 정도로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지금껏 세상에 태어난 크리처는 셀 수 없이 많다. 아마 온 지구를 뒤덮고도 남을 것이다. 그러나 인기를 끄는 캐릭터는 정해져 있고, 그들은 모두 같은 한 가지의 공통점을 가졌다. 그건 바로 ‘그럴듯함’이다. 크리처의 매력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새로움이 아니라, 지구상 어딘가에 존재할 것만 같은 현실감에서 비롯된다. 크리처는 우리 상상력의 산물이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만들어야 정말로 재미있어진다. 잘 만든 크리처란 내일 뉴스에서 새롭게 발견한 개체라고 떠들어대도 놀랍지 않을 정도의 현실 고증, 그리고 세상에 없는 신선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상상력의 산물이 만들어낸 핍진성은 보는 사람들에게도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게 만든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생물학적 지식이다.
이 책의 첫 번째 장과 두 번째 장에서는 생물학의 개념을 끌고 와 크리처에 빗대어 설명한다. 기본적으로 동물은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들이 환경에 따라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 등을 살펴본다. 무언가를 그리고 싶다면 그것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해박해야 한다. 크리처 역시도 마찬가지다. 생물이 존재하는 방식, 살아가는 생애와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면 생물 기반의 크리처를 디자인할 수 없다. 이 책은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종이 작동하고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충실히 설명한다. 스케치하고 싶은 대상을 이해해야만 잘 그릴 수 있다는 오래된 믿음에 힘을 보태어 줄 책이다.
▲아는 만큼 상상할 수 있다, 생물 해부학의 A부터 Z까지!
상상의 넓이는 지식의 양과 비례한다. 참신한 아이디어는 시야를 넓혀가는 일로부터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에는 정확하고 자세한 생물학적 자료가 수록되어 있다. 최대한 다양한 종의 해부학적 지식을 제공하며, 그러한 지식을 디자인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생물학은 크리처에 현실감을 부여하는 방법이다. 또한, 그들이 움직이게 하는 작동 원리와도 같다. 그중에서도 이 책은 보기 드물게 인간의 해부학적 측면까지 담아 완성도를 높였다. 생물학이나 해부학은 정답이 있는 학문이다. 그래서 내가 그린 크리처가 이 세상에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다면, 아무리 자유도가 높은 분야라고 한들 생물학적 진화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이 책에서는 생물학적 특징과 해부학을 더해 종의 특성이 잘 결합된 디자인 예시, 아닌 예시를 독자에게 제시한다. 독자 스스로가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를 통해 좀 더 자연스러운 크리처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
이 책은 크리처의 다양한 설정을 가능하게 만든다. 바다에 사는 고래가 퇴화한 골반뼈와 기공을 통해 땅에서 살아가던 수렴진화의 역사를 보여주듯, 생물학적인 부분을 잘 활용하면 크리처가 살아가는 땅의 특성이나 삶의 방식, 진화 과정, 역사까지도 자세히 설정할 수 있다. 크리처 디자인에 애착을 가진 작가진이 모여 다양한 설정에 대해 팁을 주는 부분도 있다. 적응 방식 역시 진지하게 함께 고민하고야 만다. 크리처의 성격, 사회적 관계, 공격적 특성, 먹이 등. 그 안에서 우리가 만든 크리처는 비로소 살아 움직이는 존재가 된다.
*세상에 없던 동물, 세계적 아티스트와 함께하는 여덟 건의 케이스 스터디
이 책의 가장 큰 묘미는 후반부에 등장하는 여덟 건의 상세한 케이스 스터디다. 전문가의 터치를 거쳐 그럴듯하게 완성된 여덟 점의 크리처는 웅장하며, 그 설정을 들여다보면 경이롭기까지 하다. 발굽을 가진 유제류 초식동물부터 세기말 늪 물고기까지. 세계적인 크리처 디자이너로 구성된 전문 집필진은 서식지를 넘나들며 이 세상에 없던 독창적인 크리처를 만들어내고야 만다. 크리처 디자인에 관한 수많은 관점은 창조된 크리처를 살아 움직이게 만든다. 그리고 지구상에 존재했던 여러 시대를 되돌리고 건너가며, 그들이 어딘가 어느 시대에서 살았던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연필로 그린 스케치는 물론이고, 생동감을 더하는 채색 테크닉까지. 개성 넘치는 전문가들이 가진 팔레트가 우리의 크리처를 훨씬 더 다채롭게 꾸며 줄 것이다.
덥고 건조한 지역에 사는 크리처는 어떨까? 수목 환경에 적응한 크리처는 또 어떤 모습일까? 우리가 잘 아는 코끼리나, 도마뱀처럼 생겼을까? 크리처를 그리다 보면 이렇게 계속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대답하기를 반복한다. 이 책의 장점은 단순히 디자인에 관해서만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케이스 스터디 파트에서는 살아가는 지역, 수명 주기, 먹이, 사회적 관계, 해부학적인 부분까지 디테일하게 설정에 관한 예시를 들고 있다. 무언가 질문하고 싶을 때 그 답이 되어주기도 하고, 좋은 레퍼런스가 되기도 한다. 크리처 설정에서 가장 재미있는 일은 그들이 살아가는 세계에서 나 스스로가 신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내 마음대로 만들어가는 크리처 디자인의 모든 것이 이 책 속에 있다. 또한, 디자인 작법서이기에 디자인 예술의 원리 또한 충실하게 설명한다. 어떻게 해야 웅장하고 멋있으면서도 역동성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그 크기와 원근감은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이런 자세한 부분까지 확인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업계에서 디자인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말한다. 그러니 크리처 디자인을 직업으로 삼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상상력에 현실감을 더해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