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레베카 엔들러의 말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모두 이 사회가 주로 남자를 중심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인정할 것이다. 물론 최근에 여러 인식이 개선되었고, 많은 부분에서 전진이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이 사회는 여전히 남자가 편하고, 남자가 중심이다.
저자가 제일 먼저 문제삼는 것은 언어이다. 남성중심적인 언어. 독일에서 여권 소지자를 뜻하는 Inhaber는 남성을 뜻하는 단어이다. 마를리스 크레머가 여권에 서명을 하지 않는 저항이 아니었다면, 여전히 독일의 여성들은 남성 명사의 여권 소지자로 남아있었을 것이다. 독일어 단어에는 성을 구분하기 때문에 유독 그런 표현이 많은 듯 하지만, 우리도 그런 가부장적 언어 표현에서 자유로운 국가는 아니다. 우리가 지금은 그런 표현에 조심스러워하지만, 우리도 ‘작가’라고 부르면 암묵적으로 남성 작가를 뜻하고, 여성 작가는 ‘여류 작가’, 시인은 ‘여류 시인’이라고 호칭하던 시기가 있었지 않은가. 왜 우리는 뱅크시를 늘 남성이라고 상정하고 있을까? 그것도 혹시 우리의 가부장적 사고가 빚은 결론 아닐까? 그렇게 대단한 예술가가 여성일리 없다는......
우리가 ‘다윈의 진화론’, ‘뉴턴의 법칙’,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라고 할 때 이 인칭대명사들의 공통점은 주인공들이 모두 남자라는 것이다. 그러나 ‘퀴리의 방사성 원소’, ‘프랭클린의 DNA 이중 나선 구조’ 같은 명칭은 없다. 여성의 위대한 발견에 여성의 이름을 붙이지 않은 것은 그냥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일까? 아니면 그 업적이 이름을 붙이기에는 너무 작은 것이었을까? 혹시 우리가 가부장적 언어 구조 속에 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은 아닐까?
네델란드 여성 헤르테 피닝은 새벽 3시에 집으로 돌아가려다가 소변이 마려웠고, 남성용 소변기는 많지만, 여성용 소변기는 찾을 수 없었고, 그래서 노상 방뇨로 범칙금을 받았다. 이 남성용 소변기는 여자들이 이용하기에는 엉덩이의 노출을 피할 수 없었고, 그 생긴 모양새 때문에 여성이 이용하기가 거의 불가능했다. 그러나 판사는 여자도 남성용 소변기를 함께 이용해야 한다며 유죄를 선고했는데, 어쩌면 그 판사를 비롯한 남자들은 가부장적 구조 속에 살아서 여자들이 실제 생활에서 느끼는 불편함을 잘 모르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여자들은 당연히 소변 정도는 자유자재로 참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저자는 이 사례를 통해서 세계 전체적으로 가부장적 구조의 화장실 환경이 여성들을 얼마나 위험하게 하는지 보여주고 있다.
화장실 문제에서 출발해 저자는 공동묘지와 도로나 광장의 이름일 가지고 있는 편향적인 통계를 보여주며 분개한다.
남성들이 사용하는 기계들은 뭔가 전문적이고 어려운 것들이고, 여성들이 사용하는 것들은 뭔가 쉽고 보조 기기 같은 느낌을 준다. 저자는 그런 코드화가 아주 암암리에 우리를 지배하는 가부장적 구조의 부분이며, 편견에 불과하다는 것을 예른베르예르의 디자인 실험을 통해서 보여준다.
저자는 책에서 계속 그러한 가부장적 사물들을 보여준다. 컴퓨터 분야에서 초기에 비해 왜 여성들의 비율이 왜 자꾸 줄어드는지, 여자들 옷에는 왜 주머니가 없는지, 자전거 안장에서, 축구화에서, 의학에서, 자동차의 안전에서 어떻게 여성들이 소외되고 있는지를 잘 밝히고 있다.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세계의 절반은 여성이다. 그 세계의 절반인 여성은 우리의 어머니이고, 누이이고, 딸이다. 그러한 절반의 사람들이 가부장적인 언어, 가부장적인 구조, 가부장적인 사물들로 인해 불편하고, 실질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면 그것을 개선하고 그 구조를 바꾸고 생각을 바꾸는 것이 실질적인 남녀평등의 실현 아니겠는가!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서 가부장적인 사고를 벗어나 남녀 문제를 좀 더 진보적이고 평등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기를 바란다.
[미디어 리뷰]
“레베카 엔들러는 일상에서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여성과 남성 간의 불공정에 대해 아이러니와 유머를 섞어 이야기한다.”
- 《NDR 쿨투어_NDR Kultur》
“페미니즘 문학 그 이상이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가치를 가진 책. 면밀한 조사를 거쳐 써내려갔다. 우리의 눈을 뜨게 한다.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다.
- 라라 슈톨 / ‘링기어’와의 인터뷰
“남자는 만물의 척도다. 이걸 믿지 못하는 사람은 적절한 분노와 멋진 유머가 버무려진 레베카 엔들러의 책을 읽어야 한다.” - 바바라 크노프 / 《B5 쿨투어》
“레베카 엔들러는 「사물의 가부장제」에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남성 중심의 디자인에 눈뜨게 한다. 그리고 그것이 어떤 식으로 여성의 생명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준다.” - 수잔네 벨너 / 《마인 잠스타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