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짜증 나는 이유, 어쩌면 짜증도치의 가시에 찔려서?”
데구루루 굴러다니며 ‘휙’, ‘콕’ 가시를 쏘는 미스터리 괴물 짜증도치!
이유 없이 짜증 나거나 사소한 일에도 욱할 때가 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짜증을 유발하는 미스터리 괴물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면? 《잡아라 짜증도치》는 이런 상상으로부터 출발하는 동화다.
평소에 항상 잘 웃던 나윤이가 이상하게 하루 종일 웃지도 않고 멍하니 앉아 있다. 단짝 친구 현지가 물어봐도 대답도 안 하고, 심지어 화를 내더니 혼자 교실에서 나가 버리기까지 한다. 이해할 수 없는 나윤이의 행동에 현지는 의아해하던 중 나윤이가 앉아 있던 자리 밑에 희한한 게 떨어져 있던 걸 생각해 낸다. 작은 가시와 작은 활, 그리고 밤송이처럼 생긴 가시 뭉치다. 신기한 걸 좋아하는 현지는 그걸 집까지 갖고 온다. 그런데 그 가시 뭉치는 몸을 펴서 마치 사람처럼 서서 가시를 활에 끼워 현지를 향해 쏜다. 얼떨결에 가시에 맞게 된 현지는 짜증이 치솟는 걸 경험한다. 그때부터 현지는 가시 뭉치를 잡으러 다니며,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보기 시작한다.
다음 날 학교에 온 현지는 나윤이와 함께 도서관 미스터리 괴물 백과사전에서 가시 뭉치가 ‘짜증도치’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두려움에 떤다. 어느새 교실까지 따라 온 짜증도치를 발견한 현지는 교실에 못 들어오게 막으려고 했지만 데구루루 굴러다니며 어딘가로 잽싸게 숨는 짜증도치를 막기는 쉽지 않다. 반 아이들의 짜증 기운을 빨아들인 짜증도치는 점점 커지더니 황소만큼 커져서 교실 안을 휘젓고 다닌다. 짜증도치의 가시에 찔린 선생님도 급기야 짜증이 폭발하게 된다.
“짜증도치는 교실에서 이글이글 뿜어져 나오는 짜증 기운을 먹고 점점 더 커지고 있었어.
처음 교실에 들어올 때만 해도 강아지처럼 작았는데, 이제는 커다란 개처럼 커졌어.
짜증도치는 이리저리 책상 사이를 지나다녔고, 지나갈 때마다 그 가시에 아이들이 조금씩
찔리고 있었어. 짜증도치는 입을 벌려서 아이들의 기운을 훕훕 빨아들였어.” (본문 60페이지)
“뚫어뻥 비밀조사단을 만든 현지의 신박한 추리 실력으로
미스터리 괴물 짜증도치를 쫓아 버리자!”
이 세상에 신기한 일이 너무 많은 주인공 현지는 궁금한 일을 시원하게 뻥 뚫어 버리는 해결사 같은 조사단을 만든다. 이름은 바로 ‘뚫어뻥 비밀조사단’! 이상하고 탐구할 만한 것들이 생기면 비밀 조사 수첩에 바로바로 적고 진지하게 고민도 한다. 이런 현지 앞에 뾰족한 가시를 잔뜩 붙이고 있는 미스터리 괴물 ‘짜증도치’가 나타난다. 그런데 문제는 현지 눈에만 짜증도치가 보인다는 것! 알고 보니 현지가 자기도 모르게 짜증 독을 만져서 현지에게만 짜증도치가 보이게 된 것이다.
짜증도치의 가시에 맞은 사람은 짜증을 내게 되고, 짜증도치는 그 사람의 짜증 기운을 빨아들이면서 점점 몸집을 키운다는 걸 현지는 알게 된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지만 현지 눈에 띄게 된 이상 짜증도치를 그대로 둘 순 없다. 짜증도치가 몸집을 키우고 돌아다니기만 해도 그 가시에 찔려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짜증을 내게 되고, 짜증 폭발까지 하게 되는 걸 본 현지는 짜증도치를 잡기 위해 단짝 친구 나윤이와 머리를 맞대고 의논한다.
짜증 나고 화나는 일의 반대 상황인 기분 좋은 에너지를 발산하면 짜증도치의 몸집이 점점 작아지고 나중에는 눈에 안 띈다는 걸 발견하게 된 현지는 웃음소리를 이용해서 짜증도치를 멀리멀리 쫓아낼 계획을 세운다.
“짜증을 유발하는 여러 상황들에 대처하는
슬기로운 방법이 들어 있는 동화”
《잡아라 짜증도치》에는 얄미운 캐릭터가 등장한다. 잘난 척하고 목소리도 크고 매사 불만이 많은 강승찬이다. 나윤이 앞에서 일부러 까딱까딱 거리며 앉아서 나윤이 책상을 건드리고, 수업 시간에는 다 아는 문제라고 큰 소리로 떠든다. 이를 본 현지가 선생님한테 이르자, 이번에는 현지에게 냄새가 난다며 거짓말을 하면서 현지를 괴롭힌다. 짜증도치의 가시에 찔리지 않아도 강승찬 옆에만 있으면 충분히 짜증이 날 만한 상황이다. 짜증도치는 이런 강승찬의 행동에 힘입어 더욱 몸집을 부풀린다.
현지와 나윤이는 특유의 마녀 웃음으로 짜증도치를 쫓아버리기도 하지만 승찬이마저도 마녀 웃음을 따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다. 밉지만 또 마냥 미워할 수는 없는 캐릭터 승찬이와 나윤이, 현지 세 사람이 이끌어가는 《잡아라 짜증도치》는 짜증 날 만한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아이들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느끼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