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왜 하필 불교와 스토아철학을 비교하는가? 그것은 불교와 스토아철학 모두 우리가 자기 삶의 철학을 숙고하고 실천하는 데 있어 자신의 ‘마음’을 다루는 일을 무엇보다 중시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실천 방법에 있어 이 두 삶의 철학은 실제로 상당한 유사점을 보인다.
현대의 많은 불교 수행자들은 삶의 방식으로서의 고대 그리스로마 철학인 스토아철학이 자신들의 철학과 매우 유사하며 자신들의 삶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편, 많은 현대의 스토아주의자들 또한 불교에 영감을 받은 명상을 수련하면서 불교의 사상과 수련법에서 영감을 얻고 있다. 이러한 유사점을 자세히 살펴보는 이 책에서 저자는 불교와 스토아철학이 어떤 면에서 서로 유사한지, 어떤 점에서 불교와 스토아철학이 고도로 참여적이고 실용적인, 삶의 방식으로서의 철학인지 고찰한다.
이 책은 스토아철학과 불교가 어떻게 자신들의 삶에 진심어린 도움을 주는지 관심이 있는 독자를 위한 책이다. 또한 스토아철학과 불교가 현대 세계에서 어떤 역동적인 ‘재해석’의 과정을 거치고 있는지 살펴보려는 독자를 위한 책이다.
2.
이 책에서 강조하는 불교와 스토아철학을 연결 짓는 하나의 접점은 그것의 현대적 적용(재창조)에서 보이는 유사점이다. 그 유사성을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오늘날 서양불교는 불교의 각종 형식적 의례를 과감히 생략하고, 과학적으로 검증할 수 없는 윤회에 대한 믿음을 보류한다. 마찬가지로 현대 스토아철학은 서양의 전통적인 신 중심 관념을 내려놓고자 한다. 이것은 많은 서양인이 현실에서 ‘덕(virtue)’이라는 스토아철학의 핵심 주제가 유신론이나 무신론에 상관없이 견지될 수 있다는 생각에 근거하고 있다.
둘째, 스토아철학과 불교의 두 철학 모두 삶을 있는 그대로의 전체로 마주해야 한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삶은 달콤하지 않고 쓰다는 것이다. 그래서 달달한 사탕이 아니라 쓴 약을 처방한다. 삶은 힘겨운 것이지만 그럼에도 정직하게 있는 그대로의 삶과 마주해야만 비로소 ‘바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두 철학 모두 우리가 겪는 온갖 괴로움의 근원이 ‘삶이 지금과 달라지기를 바라는 우리의 집착과 갈애 때문’이라고 진단한다는 점에서도 유사하다.
셋째, 우리가 좋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자기 내면, 즉 자신의 마음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본다는 점도 두 철학이 유사하다. 즉 불교에서는 마음챙김(mindfulness)이라는 자기 마음의 변화 도구를 중시하며, 스토아철학에서는 ‘현재 순간에 대한 주의 기울임’을 뜻하는 프로소케(prosoche)를 강조한다. 그리고 인간은 이러한 도덕적 계발의 바탕이 되는 본질적 선함(basic goodness)을 본래부터 갖추고 있다는 믿음도 두 철학이 유사하다.
그밖에 맹목적인 믿음을 지양하고 자기 스스로의 탐구를 장려하는 비독단적, 반권위적인 가르침의 성격에서도 불교와 스토아철학은 서로 닮았다. 또한 불교와 스토아철학 모두 자기 돌봄(self-care)이 이기적 행위가 아니라 이타적 행위로 연결된다고 본다는 점에서도 둘은 많이도 닮았다.
한편, 이 책은 불교와 스토아철학의 유사성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두 철학의 현대적 적용에 있어 유의해야 하는 부분과 상호 보완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도 제시하고 있다. 예컨대 실리콘밸리의 스토아주의자처럼 스토아철학과 불교 명상을 오직 ‘생산성 향상’을 위해 당장 필요한 부분만 쏙 빼먹으려는 시도는 자칫 부작용의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나아가 둘의 상호 보완할 점에 대해선 불교는 어머니의 따뜻한 가슴에, 스토아철학은 아버지의 엄정한 도덕적 지향에 각기 장점을 지니고 있기에 한 아이에게 두 부모가 모두 필요하듯 한 사람에게 두 철학의 상호 보완적인 측면이 모두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3.
이처럼 불교와 스토아철학은 모두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오늘날의 삶의 현실에 적응하는 역동적인 삶의 철학으로서의 성격을 그 안에 가지고 있다. 두 철학의 개방적이고도 긍정적인 만남(현대적 재창조)이 지닌 가치도 바로 여기에 있다.
두 가지 서로 다른 철학을 비교하는 것은 자칫 자의적인 해석으로 빠질 위험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삶의 철학으로서 두 철학이 지닌 가치를 새롭게 발굴하고 해석하려는 저자의 의도와 기획은 매우 신선하다. 그 결과물로 탄생된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예상치 못한 삶의 철학적 지혜를 발견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