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패권_사회주의 핵개발 경로와 핵전술 고도화》(3만원, 인문공간)는 북한의 핵기술과 투발 수단의 고도화가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과학·기술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북한은 정권 수립 때부터 2023년 현재까지 국력을 쏟아부어 핵무기 개발에 집중해 왔다. 초기부터 소련과의 협력을 통해 원자로와 핵 관련 설비, 기술을 도입했다. 이후 국내산 원료로 순환하는 원자력 주기를 구축하면서 국제 제재에도 불구하고 핵무기를 개발하고 고도화했다. 김일성종합대학과 김책공업종합대학, 리과대학, 물리대학 등에서 양성되는 인력들은 사회주의 핵기술 개발경로를 추종하고 현대화하는 핵심 과학기술자들이다.
북한은 지금까지 6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기본형 원자탄과 수소탄을 개발했고, 우라늄 농축으로 핵무기 수량을 크게 확장해 왔다. 최근에는 투발 수단을 확장해 핵전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2023년 7월 13일에는 고체추진체 ICBM인 “화성 18호”의 고각 발사(본문 296~312쪽)에 성공했다. 탄두 중량이 불투명하지만, 북한이 빠른 속도로 차기 고성능 고체추진제와 방열 소재를 개발한 것이다. 투발 수단의 도약식 발전을 이룬 것이다. 냉전 해소 이후, 핵무기 후발국인 북한이 이 정도까지 전방위적으로 핵무기와 투발 수단을 신속하게 확장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저자인 이춘근 박사의 의견이다.
그러나 북한 핵개발에 대한 해석은 정치·외교적 측면에 집중하고, 과학·기술적 해석은 미흡한 실정이다. 핵무기는 핵공학을 넘어 물리, 화학, 전자, 재료, 환경 등을 아우르는 종합 학문의 결정체이다. 따라서 핵개발 기술은 뚜렷한 경로 의존성이 존재한다. 냉전 시대에 미국과 소련의 핵기술 개발경로에 커다란 차이가 발생했고, 북한은 소련을 추종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북한핵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이러한 기술상의 개발 경로 차이를 잘 이해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북한 핵의 직접적인 당사자이면서도, 북한핵에 대한 해석의 대부분을 미국 등 서구 전문가들에게 의존하고 있다. 《북한의 핵패권_사회주의 핵개발 경로와 핵전술 고도화》는 정치적 해석을 최대한 줄이고, 사회주의 핵기술 개발경로와 북한의 선택을 과학·기술적으로 분석해, 보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정책 대안을 세우려고 집필한 책이다.
북한의 정치를 이해하는 키워드는 첫째 ‘핵무기’, 둘째는 사회주의 체제 아래 ‘최고지도자(김일성→김정일→김정은)’가 있다. 두 가지 키워드 중 최고지도자 관련 정보는 다수 있지만, 북한의 핵무기 관련 정보는 거의 없다. 정보도 지극히 제한적이다. 북한의 핵기술 정보는 “사실상 잘 모른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또 파악된 정보의 비공개와 신뢰성 부족, 정치 진영에 따른 자료의 취사선택, 다른 해석까지 보태진다. 북한의 비핵화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노력과 대화, 협상이 결실을 보이지 못하고 정체된 것도, 이러한 핵무기 개발경로의 복합성과 북한 정권의 특수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까닭이다. 이런 제한된 틀 안에서 우리도 정세 판단의 일관성과 합리성을 결여한 채 정권에 따라 정책이 바뀌고, 국민 여론까지 분열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북한의 핵 패권 고도화로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은 크게 악화되었다. 북한은 핵정책을 법제화하고, 방어 수단을 넘어 공세적이고 체제 수호적인 핵무기 사용을 천명하고 있다. 북한의 핵무기 투발 수단이 미국의 본토에 도달할 정도로 발전하면서, 미국이 자체 핵 위협을 감수하면서까지 한국에 핵우산을 확고히 제공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벌어졌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과 러시아가 대립하고,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과 남중국해, 대만 문제로 동북아에 새로운 냉전이 형성될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우리 국민이 불안해하고, “한반도 비핵화 무용론”과 “자체 핵무장” 여론이 70%를 넘어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제 진영 논리를 벗어나 좀 더 냉정하게 북한의 핵무기 개발경로와 특성, 기술 수준을 세밀히 파악하고, 정세 판단과 정책 수립, 여론 형성의 근거를 재정비할 때가 되었다. 《북한의 핵패권_사회주의 핵개발 경로와 핵전술 고도화》는 이러한 필요에 따라 저자가 지난 수십 년간 광범위하게 수집한 자료들을 종합 정리하고 분석해 집필한 책이다. 주요 내용은 사회주의 핵개발 기술 경로와 확산, 북한의 핵무기 개발 경로와 기술 인력 양성, 주요 투발 수단과 핵전술 고도화, 핵폭발 피해와 방호, 북한의 핵패권과 우리의 미래 등이다. 핵기술이 상당히 복잡하므로, 핵심 쟁점을 과학·기술적으로 해석해 일반 대중이 알기 쉽게 집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