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 이야기는 잘못된 지점에서 시작되고 있다”
‘1488년 희망봉 발견, 1492년 신대륙 발견, 1498년 인도 항로 발견에서 이어진 대항해시대, 서세동점과 영국 - 인도 - 중국의 삼각무역, 산업혁명과 시민혁명…’ 이것이 지금까지 우리가 배워온 근대 세계의 형성사다. 이상하지 않은가? 바로 아프리카가 쏙 빠져 있다. 역사적으로 유럽, 아시아와 꾸준히 관계를 맺어온 아프리카의 존재가 어느 순간 역사에서 사라져버린 것이다. 이러한 역사서술은 정당한 것인가? 아니라면, 실제 역사는 어떻게 전개되었는가?
“근대성의 등장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아프리카와 유럽의 만남을 깊이 있게, 그리고 찬찬히 탐구해야 하고, 아울러 다음과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제기해야 한다. 어떻게 이런 이야기가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거의 탐구되지도 않고, 거론되지도 않았는가?” - 〈8장 유예된 아시아 항로 개척〉에서
이 책 《본 인 블랙니스》는 근대 세계 형성사에서 잊힌 아프리카와 아프리카인의 역할을 제대로 인정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되살려 적절한 자리로 복원하고자 시도한다. 이를 위해 지은이 하워드 W. 프렌치는 근대 세계 형성사가 아프리카에서 시작되었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던진다. 그는 시작점부터 잘못된 역사서술을 바로잡기 위해, 포르투갈과 아프리카가 상업적으로 관계를 맺기 시작한 1471년부터 제2차 세계대전에 이르는 긴 시간과, 유럽·아프리카·아메리카·아시아 4개 대륙과 대서양을 아우르는 거대한 공간을 넘나들며 유럽 · 미국 중심의 역사를 우리의 눈에서 벗겨낸다. 그 과정에서 근대 세계의 핵심 상품인 황금, 설탕, 면화,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신세계’로 팔려간 수많은 노예의 이야기를 재구성한다. 이로써 아프리카와 아프리카인이 근대사에 남긴 족적과, 현대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그들의 냉혹한 역사를 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