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고 싶으면 유럽으로 가봐.”
이 한마디에 영어도 못하지만, 유럽은 처음이지만,
힘차게 떠난 혼자만의 드로잉 여행
입시미술 강사 일을 하다가 너무도 오랜만에 생긴 휴식. 가까운 나라에서 잠시 쉬고 오려고 할 때 유럽을 권하는 말을 들었고 그렇게 난생처음 유럽에, 드로잉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처음으로 도착한 여행지, 네덜란드. 역시나 처음에는 모든 게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조용한 미술관에서 종이를 꺼내 들고 그림을 그릴 용기가 나질 않았다. 하지만 이걸 하기 위해 떠나온 여행이 아니던가. 그렇게 반 고흐의 〈해바라기〉 앞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 뒤에서 들려온 금발 여학생들의 감탄의 말. “Fantastic!”
그 말에 제대로 대꾸도 못 하던 숙맥이었지만, 여행을 계속하면서 점점 바뀌는 자신을 발견한다. 우연히 보게 된 한 아빠와 딸의 다정한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서 먼저 건네줄 줄도 알게 되고, 묵었던 호스텔의 로비 전경을 담은 그림을 프런트를 통해 선물하기도 하고, 그림 잘 그린다는 외국인들의 칭찬에 “그려줄까?”라고 제안하기도 한다. 그렇게 선물한 그림으로 쌀쌀맞던 서버의 표정이 완전히 무장해제 되는 모습에 그림이 주는 효과를 체감했다.
“저도 그림 잘 그리고 싶어요!”
여행이든 일상이든 눈앞에 보이는 것들을
내 손으로 가볍게 담아보는 방법
바닥에 주저앉아 유럽 건물들을 그리고 있을 때, 그런 모습을 본 한국인들은 한 명도 빼놓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저도 여행하면서 그림 그리고 싶어요.” “그림 잘 그리셔서 너무 부러워요.” 이 일로 누구에게나 멋진 그림을 쓱쓱 그려내고 싶은 로망이 있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림을 너무도 어렵게, 거창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많은 도구도 필요하지 않다. 그저 펜 한 자루와 노트 한 권, 그것만으로도 일상의 순간을 그려낼 수 있다. 멀리 여행을 가지 않아도 되고, 자신의 일상에서 눈앞에 보이는 것들을 가볍게 담아보면 된다. 처음부터 잘 그리려고 하지 말고 낙서한다는 생각으로 하나씩 시작해보면, 언젠가 자신만의 드로잉 여행을 떠나보고 싶은 열망이 들지도 모른다.
드로잉 여행의 좋은 점은 사진으로만 남겼을 때보다 여행지에서의 추억이 훨씬 생생하게 남는다는 점에 있다. 여행을 다녀와 일상으로 돌아온 후에도, 그날의 스케치북을 펼치는 순간만큼은 그 순간을 선명히 떠올릴 수 있다. 하나하나 여행 스케치북이 쌓여갈수록, 여행지에서의 추억도 더욱 생생히 남아 언제든 꺼내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일상을 더 풍요롭게 살아보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여행 드로잉을 권하는 이유다.
이 책의 구성
이 책은 인천 공항에서 출발해 서유럽에서 동유럽으로 갔던 루트를 따라 구성되었다. ‘네덜란드 → 프랑스 → 독일 → 체코 → 헝가리’ 순이다. 여행지에서 보고 느끼고 그린 것들을 직접 그린 그림과 사진, 글로 담았다. 각 나라에서 맛본 음식들을 한눈에 볼 수 있게 그림으로 그려 모아놓았으며, 부록 ‘Travel Tip’에는 해당 나라에서 들렀던 장소를 담은 지도와 함께 유럽 여행자들을 위한 간단한 팁을 실었다.
이 책을 통해 누군가의 드로잉 여행에 동행하면서 유럽의 여러 미술관, 성당, 골목, 정원, 수도원을 맘껏 누비고 다닌 듯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당장 노트 한 권과 펜 한 자루를 챙겨, 어디로든 떠나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모른다. 그 모두가 책 속 그림에 담긴 생생한 추억 덕분이다. 그림에는 일상을, 여행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