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힐 듯한 가마쿠라의 눈부신 풍광과 함께
저마다 사연을 가진 다섯 입주자들의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곳
가마쿠라 역에서 걸어서 8분 거리에 위치한 앤티크한 건물. 파란 대문을 들어서면 정원에 나무와 작은 새들이 가득한 이곳은 주인공 카라가 운영하는 ‘오우치 카페’다. 오우치는 카라의 성이자 일본어로 ‘집’이란 뜻으로, ‘집처럼 편안한 카페’라는 중의적 의미를 겸하고 있다.
카라는 다섯 살 때 어머니가 집을 나간 후 쭉 아버지와 함께 생활하다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물려받은 카페를 운영하며 소소한 삶을 꾸려가고 있었다. 물려받은 유산도 있어 넉넉하진 않지만 부족하지도 않은 삶을 영유하던 어느 날, 스스로 어두운 성격이라 칭할 만큼 사람과 어울리는 데 익숙하지 않던 그녀의 삶이 큰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는 일이 일어나는데… 바로 카페의 남는 공간을 셰어하우스 사업에 이용하는 것. 친구 미키코의 제안으로 시작하게 된 셰어하우스에는 곧 다양한 입주자가 들어오게 된다. 소설에서는 장별로 각각의 입주자가 에피소드의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펼쳐나가는데, 그들이 걸어온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삶과 사연들을 통해 독자들은 그들의 인생에 공감하며 울고 웃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에피소드마다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는 토요일의 카레를 비롯해 그와 어울리는 커피를 만나는 재미는 또 하나의 작은 행복이 될 것이다. 더불어 벚꽃이 아름다운 쓰루가오카하치만구 신사, 노을이 일품인 유이가하마 해변, 재물을 가져다준다는 제니아라이벤자이텐 신사, 한적한 골목 사이사이를 지나는 연녹색의 에노덴 전철 등 가마쿠라의 유명 관광지와 볼거리가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묘사는 이 책의 놓칠 수 없는 포인트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건 무언가에 도움이 돼”
오치 쓰키코가 전하는 당연하지만 잊고 살았던 삶의 가치
제5장 〈비화낙화〉 에피소드에서는 아들 내외에게 버림받은 노인 지에코가 등장한다. 살던 집마저 아들이 사업 자금으로 쓴다며 날려버린 후, 갈 곳 없어진 그녀가 오게 된 오우치 카페. 그녀는 카라가 선곡한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과거를 회상하게 된다. 젊은 시절 남편과 함께 본 영화 속 대사인 ‘이 세상에 존재하는 건 무엇이든 무언가에 도움이 된다’는 말을 통해 자신도 계속 살아나가야 할지 고민하던 중, 다시금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또한 오우치 카페의 사람들은 차마 밝힐 수 없었던 과거에 대해 조용히 응원해주기도 하며(제4장 〈러브애플〉), 어린 시절 사랑받지 못한 채 어른으로 성장한 이에게 가족의 따스함을 알려주기도 한다(제3장 〈돈가스인가, 카레인가?〉).
에피소드의 차이는 있지만 ‘관계’를 키워드로 펼쳐지는 여섯 이야기 모두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과 함께 커피와 카레라는 음식을 통해 타인에게 보내는 작은 응원 등 긍정적인 교류의 중요성을 전한다. 그리고 삶의 어려운 위기에 직면하면서 당연하지만 잊고 살았던 각자의 존재 가치에 대해 작가 오치 쓰키코는 조용한 위안과 함께 용기와 희망을 잃지 말 것을 당부한다. 덧붙여 소설 속 가마쿠라가 주는 고즈넉한 분위기가 한데 어우러져 《가마쿠라 역에서 걸어서 8분, 빈방 있습니다》는 삶에 지칠 때 우리를 응원해줄 따뜻한 소설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