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현대 독자에게 성경은 왜 그토록 읽기 어려운 책이 되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국어국문학을 연구하면서 동시에 목사로서 복음을 전하는 저자는, 고전 언어와 신학을 결합하여 말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겠다는 사명감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
그는 성경이 현대인에게 어렵게 여겨지는 이유를 시대적 배경에서 찾는다. 성경이 우리말로 처음 번역된 시기는 대한제국기와 일제강점기인 ‘근대’로, 조선 시대(전근대)의 제도와 언어가 여전히 통용되던 때이다. 자연히 성경에는 조선의 언어가 상당수 포함되었다. 그러나 국권을 잃고 남의 나라 지배를 받으며 힘들어하던 근대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망하게 되었을까?’를 돌아보고 평가하는 과정에서 앞 시기인 ‘조선’의 것과 단절하려 했고, 그러한 시도 때문에 조선의 유산(문화, 제도, 언어 등)은 제대로 전해지지 못한 채 오늘에 이르렀다. 즉 초창기 우리말 성경은 당시에 통용되던 단어로 적확하게 번역되었으나 그것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탓에 현대인이 이해하지 못하는 성경 단어가 많아진 것이다.
『단어를 알면 복음이 보인다』는 그처럼 본래의 의미가 희미해지거나 변해버린 성경 속 단어를 조명하여 복음을 보다 선명하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단순히 한자어의 뜻을 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단어가 사용된 특수한 상황과 그에 관련된 사회 제도 및 문화를 설명함으로써 신앙의 원리를 실질적으로 깨닫게 해준다.
복음의 원리를 더 생생하게 만나다
이 책은 총 4개의 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인 ‘교리 이해’에서는 기독교의 핵심 교리가 담긴 세 개의 단어 ‘속’(贖), ‘건’(愆), ‘사’(赦)를 소개한다. 속(贖)은 속량, 속죄, 구속, 대속 등 성경에 총 320절에나 나올 만큼 흔히 쓰이지만 전근대의 용례를 잃어버려 현대인이 그 본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대표적인 단어이다. 속은 죄인이 자유인으로, 천민이 양민으로 되는 신분 변화를 이르는 개념이자 조선 시대에 널리 쓰인 법률 제도였다. 이 책은 속 제도의 방식과 원리를 상세하게 살핌으로써 그것이 복음의 어떤 점을 강조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가령 천민이었다가 양민이 된 사람은 영원히 그 신분을 유지할 수 있지만 후손 중 누구라도 천민과 혼인하면 그 사이에서 난 자는 천민이 되고 그 후 천민 신세를 결코 면할 수 없었다. 이전 신분과 섞이지 않아야 한다는 당대의 제도는 구원받은 백성이 세상과 구별된 거룩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복음의 원리를 생생하게 드러낸다.
2부 ‘사랑 이해’는 그리스도의 핵심 사역을 나타내는 ‘희생’(犠牲)과 하나님의 성품을 묘사하는 ‘신실’(信實) 그리고 ‘거’(居)와 ‘류’(留)의 차이를 설명함으로써 하나님 사랑의 순전성과 완결성, 영원성을 심도 있게 묵상하도록 돕는다.
3부 ‘선 자리 이해’는 설교, 예언, 사역 등의 임무를 맡은 성도의 정체성을 돌아보게 하는 내용이다. 가령 예언이라고 하면 오늘날에는 ‘앞일을 미리 말하다’의 의미로만 이해한다. 하지만 초창기 우리말 성경에는 예언의 예를 ‘미리’ 예(豫)가 아니라 ‘미리’와 ‘맡다’를 모두 의미하는 예(預)로 표기하여 ‘앞일을 미리 말할’ 뿐 아니라 ‘말씀을 맡아 충실히 전하다’의 뜻을 모두 나타냈다. 저자는 ‘예’에 대한 이해가 ‘예언자’라는 성도의 정체성을 어떻게 규정하는지를 보여주면서, 옛 우리말 성경에 담긴 풍부한 함의를 통해 복음을 올바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마지막 4부는 ‘자유’(自由), ‘천국’(天國), ‘기업’(基業)이라는 단어를 통해 성도의 정체성을 다시 한 번 조명한다. 특히 천국을 장소로 이해하는 관점과 통치권의 영역으로 이해하는 관점이 늘 충돌하는 이유를 근대의 국가 개념과 전근대의 나라 개념을 들어 설명한 대목은 매우 흥미롭다. 한편 성경에 나오는 ‘기업’이 원래 왕에게만 쓰이던 단어임을 보여주면서 이를 통해 ‘왕’ 같은 제사장이자 ‘왕’의 소유된 백성이라는 성도의 정체성이 어떻게 부각되는지 설명한다.
단어를 제대로 알면 주님과의 동행이 깊어진다!
성경의 특정 단어가 잘 이해되지 않는다고 하여 ‘잘못 번역되었다’고 판단하거나 ‘영어 성경을 찾아보는 편이 낫겠다’고 성급히 말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초창기 우리말 성경의 번역자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언어적 지식과 감각을 총동원하여 독자의 사회적 상황 및 독해력을 고려하면서 고심 끝에 단어를 선택하고 문장을 옮겼다. 그들의 수고와 고민을 기억하며 성경 단어에 담긴 함의를 온전히 알아가려고 노력할 때 우리는 복음을 보다 풍성하게 만나며 주님과 깊이 동행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