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의 등장: 애플 역사와의 평행선
2020년 이전까지 역사 속 한 귀퉁이에 묻혀 있던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2021년 인류의 삶 속으로 파고들었다. 2007년 애플의 아이폰이 등장했던 때와 정확하게 똑같은 시대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등장한 이후 모든 기업이 ‘모바일 세계’를 향해 뛰어갔던 것처럼,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등장하기만을 기다렸다는 듯 모든 조류가 메타버스의 시대를 향해 흐른다.
그렇다면 과연 메타버스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메타버스를 잘 이해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온몸으로 그것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에게 메타버스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방법이다.
오아시스에 먼저 도달한 이들의 이야기
제페토, 로블록스 등에 비해 다소 낯선 ‘VR챗’의 하루 평균 사용자 수는 대략 1만 5천 명 정도이다. 사용자가 적을 뿐만 아니라, 접속 환경이나 사용 방법 또한 대중적이지 않다. 그러나 메타버스를 꿈꾸고, 만들려는 이들이라면 적어도 『메타사피엔스』를 통해 어니스트 클라인이 상상했던 ‘오아시스’에 먼저 도달한 이들이 어떤 메타버스를 만들고, 무슨 생각을 하며, 어찌 살아가는지에 대해 접해 보는 것이 좋다.
『메타사피엔스』에서는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진정한 메타버스의 인류가 살아가는 가상현실을 소개한다. 또한 주거 환경의 일부로 기능하는 XR과 실물 메타버스 경제의 가장 현실적인 가능성 분석 및 가상세계에서 탄생한 가상 생명체에게 부여하는 가치에 대해 설명한다. 더불어 생산성을 위한 도구로서의 인공지능이 아니라, 문화적 대상으로서 메타버스 문화권에서 개발해 온 인공지능과 메타사피엔스가 바라보는 세계관에 대한 철학사적 고찰도 담겨 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메타버스는 낮은 수준의 오락에서 벗어나 이미 영화 그 이상의 현실을 우리 앞에 가져다 두었으며, 이 가상현실에서의 삶은 전혀 과장이 아니다. 저자들이 현실의 경계, 그 저편에서 살아온 시간과 그곳에서 만난 이들과 쌓아간 문화는 네트워크의 광범위함을 보여 주었고, 이는 결국 메타사피엔스 역사의 첫 장을 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