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말리게 엉뚱하고 참을 수 없이 웃긴 ’세기의 대결‘
“정정당당하게 대결을 한판 해 보는 건 어때? 대결로 승부라도 가르면 둘이 다르다는 게 증명되잖아.”
두 이지호는 이글이글한 눈빛으로 동시에 대답했어요.
“좋아! 우리 둘이 다르다는 걸 증명해 주지!”
-《세기의 대결》 본문 중에서
이름뿐 아니라 줄넘기 기록, 달리기 실력, 국어 시험 점수까지 똑같아 ‘전생 쌍둥이’라고 놀림받는 두 이지호가 자존심을 건 대결을 펼친다. 두 사람의 대결에서 눈에 띄는 것은 어디서도 보지 못한 기발하고 창의적인 ‘대결 종목’. 이지호와 이지호는 대결에 앞서 여러 종목을 고민하는데 ‘눈물 모으기’, ‘신발 모아서 운동장에 도미노 세우기’ 등은 본격 대결만큼이나 흥미진진하다. 아이다운 상상력이 돋보이는 엉뚱하고 허무맹랑한 종목이지만 대결에 임하는 자세는 자못 진지하다. 두 이지호는 스스로 규칙을 만들고 선서를 외치며 엄격하게 대결에 임하는가 하면, 올림픽 참가 선수 못지않은 집중력과 승부욕을 불태운다. 위기의 순간 기지를 발휘하고, 반칙의 유혹 앞에서는 정정당당함의 의미를 되새기며 타인에게 양보하는 미덕까지 보여 준다.
학교, 공원, 미용실 등 다양한 장소에서 펼쳐지는 대결에는 동네 어른과 친구들, 선생님까지 자연스럽게 참여하여 다 같이 어울리게 된다. 현실보다 온라인 공간이 더 익숙해진 아이들이 밖에서 마음껏 뛰어놀며 많은 것을 경험하고 스스로 헤쳐 나아가길 바라는 작가의 힘찬 응원의 마음이 전해진다.
함께 놀며 세기의 우정을 쌓아 가는 아이들
대결을 펼치는 두 이지호는 피하거나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자주 맞닥뜨린다. 호랑이 굴 같은 교장실을 제 발로 찾아가고, 폭염에 겨울옷을 껴입고 벗을까 말까 고민하는가 하면, 지렁이를 맨손으로 잡아야 하는 상황에 뒷걸음친다. 하지만 상대방과의 경쟁이 때로는 좋은 자극이 되어 상황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한다. 어려움을 극복한 아이들은 인내와 끈기, 용기와 자신감을 얻으며 한층 성장한다.
대결은 주변 사람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도 한다. 그중 엄격하고 근엄하여 다가가기 어려웠던 교장 선생님은 유쾌하고 엉뚱한 반전 매력을 보이며 아이들과의 거리를 좁혀 간다.
서로 다름을 증명하고 우위를 겨루기 위해 시작한 대결이지만 두 이지호는 티격태격하는 가운데 서로에게서 보지 못했던 의외의 장점을 발견하며 우정은 더욱 깊어진다. 둘은 아직 모르는 듯하지만 세기의 우정을 쌓아 가고 있다는 것을 독자는 확인할 수 있다.
유머와 위트로 쫄깃한 긴장감을 살린 그림
유머와 위트가 담긴 만화체 그림은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대결의 긴장과 즐거움을 극대화한다. 특히 두 이지호와 교장 선생님의 살아 있는 표정은 캐릭터의 특징을 더욱 돋보이게 해 준다. 대결에 앞서 각오를 다지고, 난처한 상황 앞에서는 어쩌지 못하며, 결과를 앞둔 판정의 순간에는 긴장감이 감도는데 이러한 아이들의 순수한 감정이 인물들의 표정에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신채연 작가와 조승연 그림 작가의 조합으로 탄생한 ⟪세기의 대결⟫은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웃음 포인트들을 포착하여 빈틈없이 채웠다. 지금 어딘가에서도 수많은 이지호들이 ‘세기의 대결’을 한바탕 펼치며 뜨거운 여름날의 한 컷을 완성하고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