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머리말
그림을 글처럼 짓고, 글은 그림 그리듯 쓴다
2022년 서울에 1년 체재하면서는 늘 쓰던 에세이와 계속 연습 중인 그림을 더욱 적극적으로 연결시켰다. 그림을 그리고 난 후, 그림을 그리며 든 생각, 그림을 그리는 마음, 오랜 기억, 회상, 사고의 일부를 짧은 글로 써서 붙였다. ⋯ 이 책은 그림은 쓰고 문장은 그린다는 기분으로 만들었다. 역설적일지는 모르지만 나는 아직 자신 있게 그림을 그린다고는 말하지 못할 듯하다. 그러나 그림을 그리기 전, 혹은 그린 그림을 보면서, 글을 써서 덧붙일 때는 오히려 문장을 그림 그리듯 쓰곤 했다. 그래서 이 에세이 화집은 그 중간의 이미지, 즉 그림을 짓는다는 어설프면서도 진솔한 느낌을 제목으로 삼았다.
◈ 이 책을 추천합니다
저자의 생각은 그 넓이와 깊이가 가히 상상불허이다. 게다가 그 생각의 방향조차 어디서 어디로 갈지 종잡을 수 없는 정도다. 그런데 그의 전공이 역사학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역사학이 저자의 전공이 맞다는 말인가 하는 생각은 가까운 지인이라면 누구나 생각했음직하다. ‘이런 사람은 원래 예술을 했어야 한다’는 생각도 있지만 인문학자의 소양이 이런 것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그래서일까,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저자는 오래전부터 꿈꾸던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그림을 짓다”는 글이 앞서기도, 때로 그림이 앞서기도 하며 마음에 담긴 이야기를 다양한 형태로 지은 그림-글이다. 그 사유의 여정에 동행하여 깊이를 가늠할 몫은 독자에게 있다.
_ 김영호, 〈첫 독자로서 감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