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레일리아의 인도네시아사 권위자 진 테일러(Jean Gelman Taylor)의 대표적인 개설서 "Indonesia: Peoples and Histories"가 『인도네시아: 사람들과 역사들』이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판되었습니다.
오스트레일리아 University of New South Wales의 명예 부교수인 진 테일러는 1983년 저작 "The Social World of Batavia"를 통해 17~18세기 바타비아(지금의 자카르타)의 다양한 사회 모습을 그려내며 근세 인도네시아사 연구의 권위자로 부상하였습니다. 이 저작에서 그녀는 17세기 초 네덜란드인들이 만들어 낸 도시인 바타비아에서 다양한 인종, 문화를 가진 사람들의 삶을 중심으로 다루었습니다. 특히 유럽인과 혼혈 인구, 여성의 삶 등 다양한 측면을 탐구하며, 이를 통해 당시 바타비아의 모습을 일상 사회의 시각에서 새롭게 그려낸 바 있습니다.
2003년에 출간되어 이번에 번역된 『인도네시아: 사람들과 역사들』은 근대국가 형성 과정에 영향을 미친 다양한 맥락들에 주목하여 기존의 정치사나 경제사 중심의 역사 서술을 벗어난 다각적이고 입체적인 관점을 통해 인도네시아 역사를 재구성합니다. 왕조의 교체, 식민 지배, 국민국가 형성 등을 바탕으로 한 일국사 관점에서부터 시작하여, 중심부(자바, 자카르타)와 정치 엘리트에 초점을 맞춘 서술을 넘어서 대중, 물질문화, 일상 생활 등 사회 문화적인 측면까지 관심의 영역을 확장한 것이 이 책의 특징입니다.
기존의 시대별 서술과는 달리 사회문화적 흐름에 주목하며, 다양한 관점을 아우르는 새로운 접근을 제시한 저자의 새로운 시각은 인도네시아 및 동남아시아 역사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며 지금까지도 대표적인 인도네시아사 개설서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역사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다양성과 현실을 아우르는 시각을 통해 독자들에게 인도네시아의 과거와 현재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하며, 새로운 세계질서 수립 과정에서 우리나라에 요구되는 남반구 세례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를 돕는 저작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