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자들의 인도자, 성직자들의 안내자
로완 윌리엄스가 읽는 그리스도교 신앙의 역사
어떤 한 사람의 이야기, 그의 성장과 갈등과 죽음의 이야기가 ‘의미’의 핵심이라면, 기이하며 양가적인 모든 인간의 이야기를 하느님의 구원 활동이라는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순수한’ 실재(영혼, 지성의 세계) 및 이와 ‘타협’이 이루어지는 활동, 혹은 영역(개인의 몸, 영혼, 가족, 국가)의 구분은 사라지며 영적 삶spiritual life은 훨씬 더 복잡하고 광범위하며 다루기 힘든 문제가 된다. 그러므로 ‘영성’spirituality은 특별한 사적 경험을 해석하는 학문을 넘어서는 활동이다. 영성은 인간 경험의 모든 영역, 즉 공적인 영역과 사회적 영역, 고통스럽고 부정적인 것뿐만 아니라 인간 정신, 인간관계, 윤리적인 세계와 그 병든 차원 역시 다루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그리스도교에서 제시하는 삶의 목적은 ‘깨달음’이 아니라 ‘온전함’이다. 즉 복잡하고 뒤죽박죽인 자신의 경험들을 하느님께서 창조 활동을 펼치시는 무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 본문 中
영미권을 대표하는 신학자/사목자인 로완 윌리엄스의 첫 번째 저작이자 대표작. 신약성서 저자들부터 오리게네스, 니사의 그레고리우스, 아우구스티누스, 토마스 아퀴나스,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마르틴 루터, 십자가의 요한에 이르기까지 그리스도교를 대표하는 사상가들의 사상의 핵심 동기는 무엇이었는지, 그들의 문제의식은 무엇이었는지, 그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었는지를 살피고 있다.
그리스도교는 나자렛의 한 인간이 십자가 처형을 당했고, 부활했다는 곤혹스러운 사건을 통해 탄생했다. 이 사건을 통해 그를 따르던 이들은 저 인간과 관련된 사건들, 그를 둘러싼 일련의 일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창조주에 관한 가장 중요한 사실, 그리하여 이 피조 세계에 관한 가장 중요한 사실을 드러낸다고 믿었고, 그 믿음 아래 기존에 있던 자신들의 생각들을 바꾸어 나갔다. 모든 생명의 원천이 이 땅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와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다는 모순, 혹은 역설은 그리스도인들이 자신을 고집할 때마다 이를 깨고, 뒤흔들었다. 그러한 면에서 ‘예수 그리스도’라는 사건은 그리스도교 사상의 끊임없는 ‘상처’였다. 그리스도교 사상가들은 이 ‘상처’를 붙들고 이 상처가 자신에게 어떠한 변화를 일으켰는지, 삶을, 그리고 신을 어떻게 바라보게 했는지 표현하려 분투했다.
다수의 신학사는 누군가 한 체계를 제시하면, 그다음 세대에서 그 체계의 한계를 비판하고, 수정하고, 개선하는 방식으로 그리곤 했으며, 결과적으로 일직선으로 이루어진 사상의 진보를 그리는 형태가 되기 일쑤였다. 또한, 그러한 형태는 결과적으로 해당 사상들이 나온 역사적 배경, 그 속에서 이루어진 사상가의 신앙을 도외시하기 쉬웠다. 로완 윌리엄스는 그런 매끈하고, 단순한 도식을 거부함으로써 사상사, 교회사, 지성사가 어우러진 독특한 작품을 탄생시켰다. 한편, 이 책은 그의 이후 활동을 예고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신약성서를 다룬 장에서는 〈바울을 읽다〉, 〈복음을 읽다〉에서 드러낸 성서 해석가로서의 그의 역량이, 교부들의 사상을 다루는 장에서는 〈아리우스〉에서 꽃 피웠던 교부학자로서의 역량, 초기 그리스도교 역사가로서의 면모가, 아우구스티누스를 다루는 장에서는 〈아우구스티누스〉에서 드러난 아우구스티누스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이, 사막 교부들을 다루는 장에서는 〈사막의 지혜〉에서 엿보였던 사막 교부들, 그리고 수도 생활의 의미에 대한 통찰이, 마르틴 루터를 다루는 장에서는 〈심판대에 선 그리스도〉에서 보였던 ‘십자가 신학’에 대한 깊은 이해가 묻어난다. 이후 다양한 작품으로 뻗어나가는 생각들의 단초를 발견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도 이 책은 흥미롭다. 젊은 ‘대가’의 탁월함이 돋보이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그리스도교 신앙을 지닌 이들이 신앙을 통해 이 세계와 이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삶과 인간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이를 어떻게 표현하려 분투했는지를 알게 될 것이며, 이로써 ‘지금, 여기’를 어떻게 바라보고, 무엇을 표현해야 하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추천사]
“이 책은 계속 고전으로 남을 것이다.” - 처치 타임즈
“의심할 여지 없이, 로완 윌리엄스는 영어권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박식한 신학자다. 〈상처 입은 앎〉은 당시 영국 신학의 기풍을 거스름으로써 신학자가 다른 무엇보다 기도하는 사람임을, 그리고 신학은 근대성에서 의제를 취하기보다는 언제나 예배와 기도를 통해, 그리스도와의 만남이라는 경이롭고도 특별한 사건을 통해 이루어져야 함을 알려주었다.” - 퍼스트 씽즈
“로완 윌리엄스는 영국에서 가장 인상적인 신학의 대가다. 비평가이자 신학자로서 그는 편협하게 전문화된 학자들보다 훨씬 더 1차 문헌과 성찰적이면서도 창의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 데이비드 벤틀리 하트(신학자, 〈바다의 문들〉의 지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