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길어 올린 반짝이는 순간들,
‘삶을 가꾸는 공부’에 관한 질문과 성찰
이 책의 주인공들이기도 한 5학년 1반 열두 살 사춘기 어린이들은 초등 중학년 시기를 코로나와 함께했다. 아침에 일어나 등교하고 수업을 한 후 집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시간 개념을 몸으로 익히게 된다. 그 과정을 생략당한 아이들은 정해진 시간에 따른 규칙을 익혀야 하는 학교생활을 힘들어하고 관계 맺기를 낯설어한다. 이런 아이들을 보며 저자는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토로한다. 하지만 이같이 예기치 못한 사회적 현상이나 변화를 교과서나 교육과정에 제때 반영하기란 요원하고 마냥 바뀌기만을 기다릴 수도 없다. 저자는 교육에 있어, 아이들이 처한 환경과 변화에 능동적이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학교 문화의 필요성을 피력하며 이를 위한 노력을 실천한다. 예를 들어, 새 학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담임과 전담교사, 특수학급 담당 교사가 함께 모여 교육과정을 점검하고 수업의 방향을 의논하면서 상호 평가와 피드백 시간을 갖는다. 또, 저자가 함께할 ‘열두 살 아이들’에 대한 특성과 성찰, 그들이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라는지, 서로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하는 과정을 통해 일 년간 이뤄질 교육활동에 아이들이 중심에 설 수 있도록 살핀다. 이렇게 만들어진 수업자료들을 쉽고 편하게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의논하고, 지속 가능한 시스템으로 만들어 나간다. 교실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문제는 교장을 비롯한 학교 공동체의 전체 구성원이 모두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며 해결책을 찾아 역할을 나눈다.
민주적인 학교 문화의 의미와 가치
30년 넘게 현직에서 아이들과 함께해 온 최은경 선생님의 교단일기 『이게 뭐라고 이렇게 재밌지?』에는 시종일관 서로의 기색을 살피고 돌보며 명랑한 마음과 다정한 시선으로 하루하루 애쓰는 일상이 담겨 있다. 그리고 이 평범한 일상을 귀하게 들여다보는 일이야말로 어떤 어려움이든 당당하게 마주할 수 있게 하는 힘이라고 말한다.
“학교가 달라졌다. 단순히 공부하고 평가받는 곳이 아니다. 아이들 말처럼 혼자가 아니라 친구를 사귀고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며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배우는 곳이다. 나는 누구인가?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가? 삶을 가꾸는 공부는 어떻게 할까? 우리는 어떤 사람으로 자라길 바라는가? 함께 질문하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해답을 찾아가는 공간이다.”(본문에서)
존 듀이는 “교사는 최고의 예술(supreme art)이자 보람 있고 가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학교가 교사와 학부모, 아이, 모두를 위해 치우침 없는 안전판이 되어줄 때 비로소 가능한 것 아닐까. 이 책이 2023년 여름, 오늘의 학교와 교육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작은 희망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