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 한 덩이 머리맡에 두고 바라다보면
방은 추워도 마음은 따뜻했네
호박 한 덩이 머리맡에 두고, 함민복 시인의 시 ‘호박’에서 책 제목을 따왔다. 언제 읽어도 참 정겹다. 누렇게 잘 익은 호박 한 덩이 머리맡에 두면 겨울밤 풍경이 푸근해진다. ‘방은 추워도 마음은 따뜻’하다니. 시인처럼 ‘품으로 호박을/ 꼬옥 안아본 밤’을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
초여름부터 늦가을까지, 호박잎과 열매는 색색깔로 빛나며 넘쳐난다. 햇살이 막 퍼지는 아침에 호박꽃 속을 이리저리 살피며 꿀벌 사냥을 나선다. 이슬 젖은 꽃가루에 꿀벌이 매달려 있으면 잽싸게 꽃잎을 오므려 움켜쥔다. 반딧불이 대신 벌을 잡아 만든 호박꽃등 속에서 앵앵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늙은 호박 한 덩이 속살을 긁어내 소금 살짝 뿌려 숨을 죽이고 물기를 꼭 짠다. 밀가루는 재료가 엉겨 붙을 정도로만 넣어 전을 부친다. 최대한 얇게 부치는 게 실력이다. 머리맡에 두고 바라다보면 방은 추워도 마음은 따뜻했다는 시처럼 늙은 호박이 선명한 색으로 다가온다.
읽으면 약이 되고 건강해지는 수필집
음식은 사랑이다. 모든 사랑은 움직인다지만, 음식 사랑은 변치 않는다. 인간에게 있어 음식에 대한 사랑보다 더 진실한 사랑은 없다. 음식에는 농사를 지은 사람의 땀과 사랑이 있고, 더해서 차리는 이의 정성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 이전에 자연의 위대한 보살핌이 있고, 무엇보다 추억이 자리한다.
음식으로 질병을 예방할 수 있고, 치료할 수도 있다. 요리연구가이자 푸드스토리텔러인 저자는 그런 매콤달콤 쌉싸름한 40여 가지 음식 이야기를 한 상 차려냈다. 전통 음식과 퓨전 음식, 효능과 성질, 궁합, 음식에 얽힌 야사와 옛이야기를 손맛만큼이나 감칠맛 나는 문체로 소개한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약밥의 유래, 동의보감과 본초강목에 그 효능이 기록된 배 등 음식에 대한 상식도 한층 높여준다. 뜨끈한 음식 사랑에 해박한 지식과 맛깔스러운 요리, 구수한 추억을 담은 『호박 한 덩이 머리맡에 두고』는 저자가 독자에게 대접하는 따듯한 한 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