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고 있는 제3문화 아이들,
그들은 어떤 존재로서 어떠한 어려움이 있을까?
몇 년간 코로나로 잠깐 나라 간 이동이 줄었지만, 세계화, 국제화 속에서 문화가 혼합되는 것은 예외적이기보다 점점 정상처럼 여겨지고 있다. 글로벌화되어 가는 세상에서, 제3문화 아이들(혹은 교차문화 아이들, 국제유목민)은 지금보다 더 늘어날 것이며, 이들의 미래 문화적 교량의 역할은 한편으로 기대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제3문화 아이들의 늘어난 수만큼, 이들에 대한 국내 사회의 이해는 미흡한 수준이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무엇보다 개인의 지난 경험을 통해 제3문화 아이들이 겪는 이슈에 대해 강하게 말한다. 이 공통적인 이슈가 이들을 이해하는 핵심일 것이다.
해외로 이주하여 여러 문화를 경험하며 성장기를 보내는 것은 그저 신나고 멋진 일처럼 보이지만, 당사자들은 갑자기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단절되고 새로운 낯선 곳에서 모르는 언어를 배우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쉽지 않은 경험을 해야 한다. 여러 곳을 이동하며 다양한 문화를 접하는 삶은 폭넓은 국제적 시각을 갖게 하고 대인관계 기술을 향상시키며 몇몇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게 하는 장점이 있지만, 상실의 경험으로 인한 미해결된 슬픔이나 자아 정체성 혼란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 상실, 정체성 혼란, 뿌리 없음, 거주 문화와 모국 문화 사이에서 겪는 어려움 등이 제3문화 아이들이 공통으로 느끼는 이슈로, 그들 간 동질감을 느끼게 하는 한 부분이다.
제3문화 아이들은 무엇보다도 모국으로 돌아갔을 때 받는 역문화 충격 혹은 문화적 재적응이 정체성 발달에 가장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한다. 이 아이들은 자신들의 예상과 달리 모국으로 돌아왔을 때 주류 문화에 속하지 않음을 깨닫기도 한다. 예를 들어, 해외에서 미국 국제학교에 다니던 제3문화 아이는 모국 문화보다 북미 문화에 더 친숙할 수 있으며 해외에서 경험한 세계관과 가치들로 인해 외모적으로는 모국 또래들과 같아 보이지만 내면은 매우 다를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다르다는 점을 모국 사회가 감안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도, 모국에 돌아와서도, 이 아이들은 끊임없이 문화와 문화 사이에서, 세상 사이에서, 정체성 사이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책에는 제3문화 아이들의 미래 역할에 대한 기대 섞인 글과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학 교육 프로그램의 방향을 제시한 글도 있다. 제3문화 아이들이나 교차문화 아이들에 대한 정보가 국내에 매우 부족하다는 점에서, 이 책은 그들을 구성원으로 두고 있는 사회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며 성장한 사람들에게도 스스로에 대한 인식과 이해를 높이는 기회를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