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15세기 이후 세계를 제패했거나 대제국을 건립했던 9개 나라들(포르투갈,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러시아, 미국)이 강대국으로 굴기했다가 쇠락하는 과정을, 역사적인 안목과 전 세계적인 시야로 분석한 책이다.
인류 사회가 “세계사”로 진입한 이래, 최초로 전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졌었다고 할 수 있는 강대국 포르투갈부터, 오늘날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역사 시기에 선후로 세계의 강대국이 되었던 9개 나라들을 관찰해보면, 그들이 굴기하여 강대국이 된 길은 어떤 공통된 법칙을 갖고 있으면서도 각자 특색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근대 이래로 세계적인 강대국이 굴기한 공통점은 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첫째, 가능한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 국가 주권의 독립과 통일을 실현했다. 국가가 굴기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독립과 국가 사무의 자주권은 필수 조건이다. 현대사에서 어떤 강대국도 그가 굴기하기 전에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 국가의 독립과 자주를 쟁취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그 나라의 굴기는 곧 외부의 적에 의해 매우 쉽게 좌절된다. 동시에, 하나의 강대국의 발전하면서, 만일 주권이 통일되어 있지 않으면 평화적인 발전의 기초도 없게 되어, 그 나라의 굴기는 내란과 분열로 좌절된다. 국가가 통일되고 민족이 단결되어야만, 한 나라는 역량을 집중하여 과학기술의 진보와 제도의 혁신을 실현해 갈 수 있고, 역량을 집중하여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으며, 비로소 세계적인 강대국이 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독일의 통일은 독일을 세계 일류 강국으로 빠르게 발전하게 해주었다. 미국도 국가 분열의 위험을 타파하고, 국가의 독립과 통일을 유지하고서야 비로소 진정으로 강대국이 되는 길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둘째, 발달한 과학기술과 경제이다. 풍부한 과학기술과 경제력은 강대국이 국가의 굴기를 실현하는 물질적 기초이다. 근대에 들어선 이래로, 국가 간의 경쟁은 과학기술과 경제를 중심으로 하는 국력의 경쟁으로 바뀌었다. 과학기술은 제1의 생산력으로, 굴기한 국가들은 거의 예외 없이 모두 과학기술을 대외 경쟁력으로 삼고, 강대국 대열로 나아가는 버팀목으로 삼았다. 근대 이래로, 사회의 발전이 왕왕 비약적으로 빨라졌는데, 일부 새로운 발명이 일단 생산에 응용되면 새로운 힘을 발휘하여, 직접 국력의 향상을 추동했다. 포르투갈·스페인·네덜란드는 해양 탐험과 식민지 확장에 의지하여 세계적인 해양 제국의 지위를 얻었다. 영국의 굴기는 해양 패권에 입각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산업혁명이 가져다준 강대한 기초를 버팀목으로 삼았다. 두 차례 과학기술 혁명의 “선두주자”였던 미국은 바로 기회를 포착하여 일약 세계 최강대국이 되었다. 독일과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후에 다시 굴기하여 경제 대국이 되는 데 의지한 것도 그들의 세계 일류의 공업 기술 실력이었다. 독일과 일본은 전쟁이 끝난 후에 전쟁 전의 선진적인 군수공업 기술을 민용(民用) 기술에 이전하여, 민족기업을 보호함으로써, 경제 대국이 됨과 동시에 군수공업 능력도 얻었다.
셋째, 강한 군사력이다. 강한 군사력을 보유해야만, 국가의 안정적 발전이 좌절되지 않도록 보장할 수 있으며, 세계 질서의 제정 과정에 참여할 자격을 가질 수 있다. 과거 강대국들의 흥망성쇠의 역사를 보면, 우리는 강대한 군사력이 강대국으로 굴기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강대국이 되는 과정에서, 경제·정치·문화·과학기술·지리적 조건 등 어느 하나 혹은 몇 가지 요소가 비교적 약하거나 심지어는 부족할 수는 있지만, 강대한 군사력이 부족해서는 안 된다. 역사적으로 보면, 경제·문화는 낙후되었더라도 발달한 군사력에 의지하여 굴기한 강대국은 있었지만, 경제·문화는 발달했으나 군사력이 약한데도 굴기했던 강대국은 지금까지 없었다. 전쟁을 좋아했기 때문에 망하거나 쇠락한 나라는 있었지만, 전쟁을 두려워하는데도 강대해진 나라는 없었다. 20세기 초의 미국을 보면, 경제력은 이미 세계 제1위였으나, 그 군사와 외교적 영향력은 오히려 이렇다 할 강점이 없었기 때문에, 당시에는 결코 세계 강대국에 포함되지 못했다.
넷째, 제도 혁신과 체제 개혁이다. 국가가 발전하고 굴기하는 데에는 다방면의 기초 조건이 필요한데, 제도 혁신과 체제 개혁은 의심할 바 없이 ‘병목’을 돌파하는 관건이다. 국가가 건강한 발전을 지속하려면, 그 상부구조가 반드시 그것과 서로 부응하고 서로 부합해야 한다. 제도 혁신과 체제 개혁을 통해 타파하는 것은 경제구조·정치구조 및 이데올로기의 제약이기 때문에, 한 나라를 직접 발전의 고속도로에 진입할 수 있게 해준다. 제도 혁신과 체제 개혁은 사회·정치·경제 체제와 그 운용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켜, 제도적 요소가 경제·과학기술 등의 요소와 상호 촉진하고 상호 추동하는 관계에 놓이게 해준다. 일본의 “메이지 유신(明治维新)”은 일본을 “탈아입구(脱亚入欧)”하여, 유럽의 열강과 한패가 되어 세계 강대국의 하나가 되게 했다. 러시아 표트르 1세의 개혁은, 유럽의 선진 기술을 이용하여 부국강병의 목적을 실현했고, 농노제를 폐지한 후에 공업화와 대외 확장을 위해 풍족한 노동력과 병력을 제공함으로써, 결국 유럽 사무의 중재자가 되게 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후에 구조적 자유주의를 기초로 하는 일종의 집단적 세계 패권을 창조했다.
다섯째, 강대한 종합 국력이다. 종합 국력이란, 한 주권국가가 보유한 전체 실력과 국제적 영향력의 체현으로서, 한 국가의 세계 체제에서의 지위를 평가하는 근본적 기준이자, 주권국가의 이익을 실현하는 기초가 되는 것으로, 실제로 그것이 말해주는 것은 그 나라가 전략적 목표를 추구하고 실현하는 종합적인 능력이다. 인류 사회가 발전해온 각기 다른 단계에서, 종합 국력의 내용과 요소에는 매우 큰 차이가 있었다. 국가의 굴기는 본질적으로 말하자면, 세계 체제에서 강대국의 지위를 얻는 것으로, 강대국은 세계적 수준의 물질적 역량을 갖추어야 할 뿐만 아니라, 세계적 수준의 문화 역량, 특히 사상적 역량도 갖추어야 한다. 역사적 경험을 보면, 하드 파워(hard power: 경제력, 군사력, 기술력 등 물질적 역량)는 국가가 굴기하는 기초이며, 하드 파워를 기초로 하는 소프트 파워(soft power: 한 나라의 문화·가치 관념·사회제도 등 자신의 발전 잠재력과 감화력의 요소)는 굴기의 합법성과 합리성을 획득하는 버팀목이면서도, 종종 굴기를 제약하는 병목이 되기도 한다. 그 밖에, 한 국가가 굴기하는 데에는 그 정확한 국가 포지션의 확립과 정확한 국가 전략 계획이 절대로 필요한 것이다. 당시의 국제 정치 정세를 정확하게 판별하고 분석함과 아울러, 그에 근거하여 합리적인 대외전략에 대한 결단을 내려, 대외관계를 잘 처리하는 것도 굴기를 실현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미국이 영국을 대체하여 세계 패권을 이루는 과정을 보면, 당시의 형세를 잘 판단하고, 정확한 국가 대외 발전 전략에 대한 정책을 결정하여, 영국의 패권에 직접 도전한 게 아니라, 영국의 맹방이 되어, 영국이 점차 쇠락하는 동안에 점차 그를 대체하였다.
근대 강대국의 쇠락과 교체의 주요 원인을 종합해보면, 예외 없이 어떤 한 가지 요소에만 지나치게 의존했는데, 특히 과도하게 무력에 의존하거나 심지어 침략전쟁·무력의 남용 및 과다하게 국력을 지출하여 식민지를 확장하면서 패권을 추구했다. 국가 군사력의 과도한 팽창을 통해 “빠르게” 굴기하는 것은 눈앞의 성공과 이익에만 급급한 나쁜 굴기로, 이런 방식을 통해 굴기한 강대국은 주로 독일과 일본 등이다. 역사적으로, 이런 국가들은 빠르게 굴기하여, 뒤처진 나라로서 앞서가는 국가들을 따라잡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굴기하는 초기에 왕왕 정치·경제 제도의 혁신과 완비는 중시하지 않고, 관심을 군사력에만 두어, 군사적 수단에 의지하여 전쟁 침략의 길로 나아감으로써, 전쟁의 방식으로 시장을 개척하고 부를 축적했다. 이러한 국가들은 비록 역사적으로 한때 굴기하지만, 잠깐 반짝한 후에는 결국 나라가 망하여 실패하는 운명을 맞이하여,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식민지를 약탈하고 무력에 의한 패권 다툼에 의지하여 굴기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결과가 좋지 않다는 것이 증명되었을 뿐만 아니라, 또한 확장 정책을 펼쳐, 온 힘을 다해 패권을 추구한 국가도 역시 왕왕 국력을 지나치게 소모함으로써 그들이 쇠락하게 되는 화근을 남겨놓았다. 역사적 사실에 따르면, 아무리 거대한 면적의 영토와 강대한 경제력을 가진 국가라 할지라도, 그들의 군사력이 아무리 강대하다 할지라도, 그들이 계속 외국을 침략하여 확장하고, 패권주의를 추구하고, 자신의 의지를 다른 나라에 강요하려고 한다면, 결국은 실패의 말로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