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만하고 비틀리게 수용되었던
들뢰즈의 사유를 올바르게 잡아줄 책!
“대니얼 스미스만큼 들뢰즈의 철학적 독창성을 잘 밝힌 사람은 없다”
키스 안셀-피어슨
들뢰즈 연구의 이정표로 불려 온
대니얼 스미스의 Essays on Deleuze
『질 들뢰즈의 철학』의 원제목은 Essays on Deleuze로, 저자 대니얼 W. 스미스(Daniel W. Smith)가 1996년부터 2012년까지 15년 동안 집필해 온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Gilles Deleuze; 1925~1995)에 관한 20편의 시론들을 한데 모은 책이다. 이 시론들은 들뢰즈의 모든 저서, 인터뷰, 세미나 등을 참조하며, 형이상학, 인식론, 윤리학, 정치학, 미학 등 철학의 모든 부문을 들뢰즈의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
저자 대니얼 스미스는 19세기와 20세기 유럽 철학에 초점을 맞추어 철학을 연구하고 있는 학자다. 또한 스미스는 미학, 현상학, 니체, 칸트, 스피노자, 베르그손, 사회철학, 정치철학, 기술철학 부문을 연구하며 강의하고 있다. 무엇보다, 스미스는 들뢰즈 철학의 연구자로 잘 알려져 있다. 스미스는 두 권의 들뢰즈의 책 『프란시스 베이컨: 감각의 논리』, 『비평적인 것과 진단적인 것』을 번역하기도 했다. 이 두 번역서에 실린 역자 서문은 각각 “감각의 논리”, “비평적인 것과 진단적인 것”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서 들뢰즈 사유의 핵심을 읽어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 서문들은 각각 본서 13장과 12장에 수록되어 있다. 스미스는 또한 들뢰즈에게 영향을 준 덜 알려진 프랑스 사상가들인 레이몽 루이어, 앙드레 구랑, 피에르 클로소프스키에 관한 연구, 또한 윌리엄 E. 코놀리, 캐서린 말라부, 폴 R. 패튼, 슬라보예 지젝과 같은, 많은 최근의 사상가들에 관한 연구를 발표한 바 있다.
들뢰즈 철학의 형성 과정부터 당대 철학자들과의 대화까지
질 들뢰즈의 거의 모든 것
들뢰즈의 저작은 철학의 거의 모든 부문을 다루는데, 스미스의 시론들은 들뢰즈의 사유를 있는 그대로 따라가려고 노력하면서 들뢰즈의 저작을 분석한다. 인식론 부문에서는 “철학은 개념의 창조”라는 들뢰즈의 정의가 함의하는 바를, 형이상학 부문에서는 들뢰즈의 유명한 개념 “시뮬라크르”, “잠재적인 것”, “일의성”을 탐구한다. 미학 부문에서는 들뢰즈가 회화, 영화, 문학에 관한 저술들에서 전개한 “감각의 논리”를, 윤리학 부문에서는 들뢰즈가 니체, 라이프니츠, 스피노자의 저작들에 의거해서 “내재성의 윤리학”을 도출하는 방법을 해명한다. 또 스미스는 들뢰즈가 데리다, 바디우, 라캉, 지젝, 클로소프스키, 패튼 등 동시대인들과 맺는 관계를 탐구한다. 가령 바디우의 경우는 들뢰즈와 바디우의 서로 다른 다양체 개념을, 데리다의 경우는 프랑스 철학에서 전개되어 온 내재성과 초월성의 두 전통을 들뢰즈와 데리다가 각각 대변하는 방식 등을 탐색한다.
이 책 『질 들뢰즈의 철학』은 2012년에 출간되어, 지금까지 들뢰즈 연구의 이정표로 불려 왔다. 키스 안셀 피어슨은 이 책을 두고 “매우 유쾌할 정도로 풍부한 시론들을 담고 있는 책이다. 시론들이 하나 같이 탁월하다”고 하며, “적어도 영어권 세계에서 대니얼 스미스만큼 들뢰즈의 철학적 독창성을 잘 밝힌 사람은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 책은 터키어, 슬로베니아어, 스페인어, 에스토니아어, 일본어로 부분역되어 있을 정도로 영어권 바깥의 세계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보태 이제 이 책은 한국어 완역을 얻게 되었으니, 세계 속의 한국인에게도 아마도 훌륭한 평가를 받지 않을까 싶다. 『질 들뢰즈의 철학』은 꽤 두터운 책이지만, 저자가 쉬운 예들을 들어가며 친절히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으므로, 독자분들이 하루에 한 장씩 읽는 시간을 내어 20일 정도를 들인다면, 들뢰즈와 함께 심원한 사유의 길을 걸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들뢰즈 철학을 포괄적으로 이해하고 숙지하고 싶은 독자에게
기분 좋은 포만감을 선사할 『질 들뢰즈의 철학』
이 책은 1. 들뢰즈와 철학사, 2. 들뢰즈의 철학 체계, 3. 다섯 가지 들뢰즈의 개념들, 4. 들뢰즈와 현대철학 이렇게 네 부로 구성되어 있다.
1. 들뢰즈와 철학사
들뢰즈는 철학사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 즉 흄, 니체, 칸트, 베르그손, 스피노자에 관한 일련의 책으로 학문 도정을 시작했다. 그래서 첫 번째 부의 시론들, 즉 1) 「플라톤주의」, 2) 「일의성」, 3) 「라이프니츠」, 4) 「헤겔」, 5) 「칸트-이전과 칸트-이후의 철학」은 철학사에 대한 들뢰즈의 접근법에 보이는 세 가지 보편적인 궤적들을 탐구한다.
첫 번째 궤적인 시론 1은 플라톤주의의 전복에 대한 니체의 요청에 따라서 들뢰즈의 플라톤 독해를 제시한다. 이 시론에서 우리는 들뢰즈가 플라톤의 이데아와 시뮬라크르, 소피스트의 시뮬라크르 개념을 돌아보고 이로부터 새롭게 자신의 시뮬라크르 개념을 전개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 궤적인 시론 2는 둔스 스코투스의 일의성 개념을 사용하여, 중세 아리스토텔레스 전통에 대한 스피노자의 전복을 탐구한다. 이 시론에서 우리는 스피노자에게서 들뢰즈가 발견하는 세 가지 일의성의 모습들, 즉 속성들의 일의성, 원인의 일의성, 양상의 일의성(필연성)을 저자의 설명을 통해 확연하게 이해할 수 있다.
세 번째 궤적인 시론 3, 4, 5는 들뢰즈가 칸트-이전과 칸트-이후의 전통들과 맺는 관계를 검토하는 삼부작을 이루는 글들이라고 할 수 있다. 시론 3은 칸트-이전 라이프니츠 철학에 대한 들뢰즈의 독해를 제공한다. 이 시론에서 우리는 라이프니츠가 동일성의 원리(동일률), 충족이유의 원리, 식별 불가능자들의 동일성 원리를 거쳐 연속성의 법칙에 이르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시론 4는 칸트-이후 철학의 시발점이 된 살로몬-마이몬, 이를 계승하는 독일 관념론 중 헤겔에 대한 들뢰즈의 독해를 제공하고, 또한 들뢰즈에게 자주 가해지는 반-헤겔주의자라는 비난이 타당한 것인지 검토한다. 시론 5는 라이프니츠와 헤겔을 논리와 실존의 관계라는 문제의 맥락 속에 놓으면서 그들에 대한 이러한 독해를 개괄하고, 들뢰즈가 차이의 철학의 전개로 향하는 이유를 탐구한다. 이 세 편의 시론들은 모두 들뢰즈가 이러한 전통들에 큰 도움을 받고 있음을, 나아가 이러한 전통들을 자신의 철학적 기획을 추구하며 변형하는 방식을 보여 준다.
2. 들뢰즈의 철학 체계
들뢰즈는 철학을 체계로 이해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 부에 수록된 시론들은, 철학사에 등장하는 위대한 체계 중의 하나, 즉 칸트의 비판철학을 시작점으로 삼아, 들뢰즈의 철학 체계의 보편적인 윤곽을 해명하려고 시도한다. 특히, 이 시론들은 칸트 철학의 건조론적 구조에서 유래하는 다섯 가지 철학적 영역들, 즉 「감성론」(감각 이론), 「변증론」(이념 이론), 「분석론」(개념 이론), 「윤리학」(정동성 이론), 「정치학」(사회-정치적 이론)을 탐구한다. 각 시론은, 들뢰즈가 이 영역들에 대한 칸트의 정의를 취하여, 새로운 방식으로 재이해하고, 이 영역들을 매우 상이한 체계적 체제로 끼워 넣는 방식을, 많게든 적게든 보여 준다. 이렇게 사용되는 칸트의 표제들은 주로 철학 체계에 대한 특수한 들뢰즈의 이해를 예시하기 위해 고안된, 우리의 이해를 돕는 장치이다. 들뢰즈는 철학 체계는 “영속적인 이종성 속에 있어야만 할 뿐만 아니라, 이종 발생이어야만 한다”고 말하는데, 이는 즉 철학 체계는 그 목표로서 이종적인 것의 발생, 차이의 생산, 새로운 것의 창조를 가져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3. 들뢰즈의 다섯 가지 개념.
주지하다시피, 들뢰즈는 철학을 개념의 창조로 정의했다. 이 부는 들뢰즈가 새롭게 창조한 근본 개념들, 즉 1) 「욕망」, 2) 「생명」, 3) 「 감각」, 4) 「새로운 것」, 5) 「열려진 것」을 고찰한다.
“욕망”에 관한 시론은 욕망 개념이 들뢰즈의 내재성의 윤리학에서 행하는 역할을 검토한다. 이 시론에서 우리는 마르크스의 정치 경제학과 프로이트의 리비도 경제학이 하나의 동일한 것임을 배울 수 있게 된다.
“새로운 것”과 “열려진 것”에 관한 시론들은 주로 들뢰즈의 형이상학과 존재론에 담겨 있는 쟁점들을 다룬다. 이 시론들에서 저자는 전체=열려진 것=지속=창조(혹은 새로운 것)임을 천명한다.
많은 들뢰즈 저술들은 예술들에 대한 철학적 분석에 할애되었는데, 그래서 “생명”에 관한 시론은 『비평적인 것과 진단적인 것』에 들어 있는 문학에 대한 들뢰즈의 분석을 다룬다. 이 시론에서 우리는 무엇보다 정신분열증과 생명의 관계를 파악하게 되고, 생명의 생명다움이 생기성과 혁신성에 있음을 알게 된다.
“감각”에 관한 시론은 화가 베이컨을 다룬 책 『프란시스 베이컨: 감각의 논리』에 제시되어 있는 “감각의 논리”를 다룬다. 이 시론에서 저자는 들뢰즈를 따라 베이컨의 색채주의가 칸딘스키나 몬드리안의 추상 미술, 폴록의 표현주의와 어떻게 다른지 보여 준다.
4. 들뢰즈와 현대철학
마지막, 최종 부는 들뢰즈가 현대철학에서 점유하는 위치, 그리고 그의 사상이 미래 철학을 위해 가지는 함의를 분석하는 데 할애한다. 시론 16, 17, 18은 들뢰즈의 저작을, 동시대의 영향력 있는 철학자들인 자크 데리다, 알랭 바디우, 자크 라캉의 저작과 대조한다. 이는 논쟁의 특별한 주제, 즉 내재성과 초월성의 관계(데리다), 다양체의 본성(바디우), 구조(라캉) 개념과 관련돼 있다.
시론 16 「자크 데리다」에서 저자는 데리다가 차연을 말하지만 여전히 초월성에 매여 있고, 부정 신학에 갇혀 있음을 밝힌다. 시론 17 「알랭 바디우」에서 저자는 바디우의 들뢰즈에 관한 저서 『들뢰즈: 존재의 함성』을, 시론 18 「자크 라캉」에서는 라캉의 사상을 계승하는 지젝의 들뢰즈에 관한 저서『신체 없는 기관』을 다루면서, 바디우와 지젝이 들뢰즈를 크게 오독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우리는 이 시론들을 읽으며 데리다, 바디우, 라캉을 올바르게 읽고 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시론 19는 들뢰즈에게 강력한 영향을 행사했지만 자주 간과되어 온 인물인 피에르 클로소프스키를 다루면서 그의 저작 『니체와 악순환』을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시론 20은 들뢰즈의 사상이 정치철학의 자유주의적인 전통(가령, 규범성, 자유, 판단)을 다시 활기를 띠게 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다고 보는 폴 패튼의 중요한 저작『들뢰즈와 정치적인 것』을 검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