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해 다오, 뮤즈 여신이여. 숱하게 돌아다닌 사내의 행적을.
그 사내는 성스러운 트로이아의 함락 후 너무 멀리까지 헤매었고,
수많은 인간들의 도시를 보고 풍속을 익혔다네.
그리고 바다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고난을 수도 없이 겪었다네.”
그리스 영웅 오디세우스가 트로이아로부터 고향 이타케로 돌아가는 길에 겪는 10년간의 모험을 그린 서사시는 이렇게 시작된다.
시의 주제는 트로이아 전쟁 영웅 오디세우스의 10년간에 걸친 귀향 모험담이다. 이런 이유로 서양 문학사에서는 모험담의 원형으로 주목된다. 《일리아스》와 마찬가지로 시는 총 24편으로 나뉘며, 6각운으로 작곡되었다.
키클롭스 등의 괴물이 등장하기 때문에 아무도 실제 사건에 기반을 둔 작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나, 트로이아 공성전 마지막 1년의 이야기를 다룬 《일리아스》의 사실성 여부가 밝혀진 뒤 추가 연구가 진행되면서 오디세우스가 실제로 표류를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대략 기원전 1178년 4월 16일 즈음에 오디세우스가 귀환한 것이라는 학설이 있는데, 이는 《오디세이아》 내에서 묘사된 일식 등을 토대로 한 것이다.
학자들은 문체와 구성이 일관된 《일리아스》에 비해 구성이 뒤죽박죽인 《오디세이아》를 보고 ‘호메로스라는 이름의 동인이 지은 작품이다.’라든지 ‘각 지방의 설화들을 모아 호메로스라는 가상의 작가를 내세워 발표한 글이다.’라는 식의 의문을 제기해 왔다. 그러나 뒤죽박죽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정교한, 그리고 면밀한 구성이기에 현재는 사라진 가설이다.
《일리아스》가 아군 적군 모두 사연이 있어 비극적이라면 《오디세이아》는 잔인하고, 좀 기괴한 모습도 보이지만 선악 구도가 뚜렷하다. 구혼자들도 확실한 악역인 데다가 무례하고, 오디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를 죽이려 한다거나 가문의 재산을 모두 다 갈취하려는 등 온갖 추악한 계략을 세우므로, 독자들은 그들이 오디세우스에게 처벌받기를 원하게 마련이다. 또한 매우 살벌했던 고대 그리스의 사회를 생각하면, 오디세이아 내에서의 잔혹성은 당시로선 크게 문제되지 않았을 것이다.
《오디세이아》는 특히 인간상에서 《일리아스》와 구분된다. 길을 잃고 방랑하는 것을 끝내기로 결정하는 것은 신들의 충고 때문이지만, 그렇다고 신들이 《일리아스》에서처럼 항상 존재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인간의 운명은 신들보다는 인간 자신의 고유한 행동에 의해 결정된다. 또한 두려움이 없고 용감하지만 폭력적이고 잔인한 《일리아스》의 영웅들과는 달리 책임감, 신중함, 현명함, 인내심, 온유함, 용기, 자제심, 상상력 등의 특징을 지닌 오디세우스는 인간성의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제 오디세우스의 10년에 걸친 귀향 모험담을 생동감 넘치는 명화와 함께 떠나 보자.